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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사우디 왕세자, 에쓰오일에 통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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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3호] 승인 2019.07.08  12: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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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서 석유화학으로의 변신에 10조 베팅

한국·사우디‘달콤한 오일 미래’동행

최근 정재계를 아우른 빅 이벤트 두 건이 있었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방한이었고, 또 하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기업 총수들이 한데 모여 귀빈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으로 전세계 시선을 집중시켰다면, 무함마드 왕세자는 10조원 통 큰 투자로 국내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중에서도 에쓰오일(S-OIL)에 보내는 애정이 각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에쓰오일 ‘복합석유화학시설 준공 기념식’에 참석했다. 국빈급 인사가 일개 기업 행사에 참석한 사실도 놀랍지만, 준공식이 1년이나 미뤄진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 시설은 지난해 6월 건설을 마치고 같은 해 11월 이미 상업 가동에 들어갔다.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한을 기다린 것이다. 그건 에쓰오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의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금자탑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각하기 위함이다. 

 

세계 최대 PX생산시설 완공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람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회사인 사우디아람코는 1991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 지분 35%를 인수, 국내 정유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외환위기로 쌍용그룹이 해체될 때 사우디아람코는 쌍용정유 지분 28.4%를 추가 인수하며 에쓰오일로 재출범시켰고, 2015년 지분율을 63.41%로 끌어올리며, 단독 최대주주가 됐다. 

1976년 출범 당시만 해도 에쓰오일은 작은 회사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람코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 업계의 맹주로 자리를 잡아갔다. 1997년 에쓰오일은 벙커C유 크래킹센터(BCC)를 완공하고, ‘고도화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해도 국내에선 원유에서 휘발유와 경유 같은 경질유를 뽑아내는 게 전부였다. 남은 중질유는 ‘버리는 기름’으로 여겼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BCC를 구축하고 중질유를 재처리해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로 바꾸는 사업을 개시했다. 이른바 ‘지상유전(地上油田)’을 만든 셈이다.

BCC는 부가가치가 높은 대신 비슷한 규모의 원유 정제 시설보다 10배 가량 설비투자 비용이 들어간다. 막대한 투자비 때문에 정유사들은 설비를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에쓰오일은 1조원 대규모 투자를 감행,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최고의 수익성을 갖춘 정유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에쓰오일의 혁신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빛났다. 석유화학 부문 설비를 과감하게 증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에쓰오일은 2011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합성섬유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PX)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시설을 완공했다. 연 180만 톤 규모의 파라자일렌 생산시설은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이후 3년간 파라자일렌 판가는 역대 최고를 찍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 

석유화학은 정유업계에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다. 정유 사업은 유가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통상 원유가 정유사에 들어와 정제되고 시장에 보급되기까지 1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유가가 급락하면 휘발유 등 제품 가격도 함께 내려간다. 비싸게 산 원유를 싸게 팔아야 하니, 수익성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실제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에쓰오일은 이같은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이에 반해 석유화학 사업은 안정적인 캐시카우다. 지난해 에쓰오일 매출 25조4630억원 중 석유화학 부문(3조7010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15%지만, 영업이익은 53%(전체 6390억원 중 3510억원)로 절반이 넘는다. 정유사가 너도나도 석유화학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단군이래 최대 석유화학 투자

2015년 에쓰오일은 새로운 석유화학 사업인 올레핀 사업에 뛰어들었다. 1단계 프로젝트로 잔사유 고도화시설(RUC)·올레핀 하류 시설(ODC) 건설에 들어갔다. 잔사유 고도화시설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프로필렌을 뽑아내는 설비다. 올레핀 하류시설에선 잔사유 분해 과정에서 생산된 프로필렌을 이용해서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과 같은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설비에 5조원 가까이 들어갔다. ‘단군 이래 최대 석유화학 투자’ 다. 거기에 더해 사우디아람코는 7조원 후속 투자를 발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하루 전의 일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권력 서열 2위이자 사우디아람코의 실세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아들이자 왕국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왕세자는 이미 고령인 부친을 대신해 사우디 국정 전반을 좌우하고 있다. 사우디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비상장 회사다. 사우디아람코에서 나오는 자금으로 사우디 국가 재정의 67%를 충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람코는 그동안 비밀에 싸여 있었지만 최근 운영 기조가 달라졌다. 지난 4월엔 120억 달러(14조원) 규모의 달러 표시 채권을 하며 국제 금융시장에 데뷔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람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240억 달러다. 세계 1위로 꼽히던 애플(818억 달러)보다 2.7배 크다. 

사우디아람코가 베일을 벗고 나선 건 무함마드 왕세자의 큰 그림의 일부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를 단순 산유국에서 다변화된 경제 체제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다. 7000억 달러(820조원)를 들여 사우디를 첨단 기술과 투자의 메카로 바꾼다는 계획을 2016년 내놓았다. 이른바 ‘비전 2030’프로젝트다. 

프로젝트 핵심엔 중동판 실리콘밸리 ‘네옴(NEOM)’ 건설이 있다. 5000억 달러를 들여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의 사막지대에 2만6500㎢ 규모로 미래 도시를 만든다.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에쓰오일은 가장 성공한 해외투자

꿈의 도시다. 이곳에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만 사용된다. 경비 배달 등 단순 작업은 로봇이 대신한다. 무선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자율주행차와 무인 드론이 운행된다. 사우디는 네옴을 거점으로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바이오 등 산업을 육성한다. 삼성도 현대차도 LG도 SK도 혹할 수 밖에 없는 비전이다. 

비전2030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말처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사우디아람코는 이를 구현하기 위해 두 가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나는 자본 조달이다. 사우디아람코는 이번 채권 발행에 이어 2021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상장과정을 통해 2조 달러(2340조원)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사우디아람코는 기대하고 있다. 

또하나는 다운스트림의 확대다. 기존 정유사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화학 사업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람코는 향후 10년간 화학과 천연가스 개발 사업에 5000억 달러(57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에쓰오일의 연이은 투자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사우디아람코는 에쓰오일을 가장 성공적인 해외 투자로 손꼽는다. 에쓰오일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금자탑이다. 또 양국은 경제 협력 수준이나 사업 분야를 볼 때 상호 투자를 확대할 여지가 매우 크다. 

에쓰오일 측이 준공식을 1년이나 늦춰가며 무함마드 왕세자와 문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만남을 기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우디의 미래가 한국의 미래를 만났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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