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등으로 접수한 미세먼지 관련 민원을 분석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환경부·국토교통부·교육부·산림청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청지역에 2년 이상 거주’ 등으로 돼 있는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금의 수령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경유화물차를 폐차하고 전기화물차를 구매할 때 지원되는 보조금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한다.

 

노후경유차, 폐차 조건 완화

이날 발표된 방안에 따르면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에 대한 지원과 혜택도 늘어난다.

그동안은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신청이 몰리면서 등록말소까지 최대 두 달이 소요되는 탓에 이 기간에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정기 검사를 하지 않는 데 따른 과태료를 내야 하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조기 폐차 지원 대상으로 선정될 경우 폐차인수증명서를 통해 해당 차량이 운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책임보험 가입과 정기검사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 지원금의 경우 현재는 신청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해야 받을 수 있는 탓에 이사 등으로 주소를 옮기면 노후경유차를 폐차하고 싶어도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0년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부터 거주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노후경유차를 감축하는 동시에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 보급이 더 확대되도록 관련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기 폐차 보조금을 지원받은 후 노후경유차를 폐차하고 경유차를 재구매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조기 폐차 후 구매 차종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또한 노후 경유화물차를 폐차하고 전기화물차를 구매하면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 추진

정부는 보조금을 지원받은 전기차의 경우 등록을 말소할 때와는 달리 이를 수출할 때 배터리 반납 의무가 없어 의무 운행 기간 2년이 지나면 외국에 판매하는 등 편법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기차를 수출할 때는 등록을 말소할 때처럼 배터리를 반납하거나 그 잔존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외에도 사업장·자동차·선박 등의 유해물질 배출기준 초과와 같이 적발이 어렵고 신고가 필수적인 위반 행위를 공익신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도 추진된다.

주요 거점도시의 대기질 및 초미세먼지 개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별 대기오염 현황, 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평가하고 대기관리권역을 추가해 대기개선 대책 실행력도 높이기로 했다.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중 하나인 화목 보일러의 경우 폐목재를 무분별하게 연료로 쓰는 것을 규제하는 기준 등이 없었던 만큼 연료의 규격 및 건조기준을 마련하고 연통의 주기적 청소·관리 등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체 어린이집, 면적 기준 없애

실내공기질 관리법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는 연면적 430㎡ 미만의 어린이집도 단계적으로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전체 어린이집 중 연면적을 기준으로 실내공기질 관리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3만4000여 개의 어린이집이 강화된 실내 오염물질 관리기준 등을 적용받는다. 

현행 실내공기질 관리법은 산후조리원 등 민감계층 이용 시설의 미세먼지(PM-10) 기준을 강화(100→75㎍/㎥)하고, 초미세먼지(PM-2.5)는 ‘권고기준’에서 ‘유지기준’으로 변경·강화(70→35㎍/㎥)했다.

‘권고기준’은 다중이용시설의 쾌적한 공기 질 유지를 위해 시설 특성에 따라 자율적인 준수를 유도하는 관리기준으로, 위반 시 개선을 권고한다.

‘유지기준’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관리기준으로,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개선을 명령하는 등 제재한다.

문제는 이 같은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연면적 430㎡ 미만의 어린이집이 전체의 86.0%에 달한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관련 법을 적용하는 어린이집 면적 기준을 없앤다. 모든 민간·국공립·가정 어린이집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을 수렴해 법 적용 대상에 예외가 없게 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달부터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 교실에 공기정화설비와 미세먼지 측정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회복지시설·다중이용시설에 공기청정기 보급이 늘어나는 만큼 공기정화설비 관리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해당 방안에 따라 공기정화장치 청소 주기, 필터 교체 여부 등을 실질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공공근로 등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사업을 통해 근무하는 노약자들이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라 미세먼지 ‘나쁨’ 수준부터 마스크를 지급하고 경보가 발령되면 야외근무를 즉시 중단하기로 했다.

권익위는 이번 방안을 마련하고자 국민이 직접 제기한 미세먼지 관련 민원 1만4649건을 분석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민이 경험하고 느낀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국민 목소리를 담은 제도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대책 중 공기정화설비 관리, 공공사업 참여 노약자 건강보호대책 등 당장 시행할 수 있는 과제는 즉시 추진하고 법령 개정이 필요한 과제는 연내부터 입법 작업을 시작해 내년 중 시행할 예정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미세먼지 정책은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국민 공감을 얻을 때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국민 목소리를 토대로 마련된 개선안을 차질 없이 시행해 미세먼지 정책의 국민 체감도를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노인·아동 “미세먼지로 건강문제 경험”

한편, 지난 5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미세먼지와 노인, 아동의 삶’의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아동의 야외활동을 제한하는 등 삶의 질에 실질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 12세 이상 아동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아동의 44.5%가 미세먼지로 건강상의 이상 증상을 경험했고, 이 가운데 87%가 병원 진료를 받았다.

보호자 30.9%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자녀가 등원·등교, 소풍·수학여행 등 공식적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고, 41.7%는 가족모임·친구모임·여가활동 등 비공식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했다.

미세먼지가 아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10점 만점)을 점수로 매긴 결과, 놀이, 문화·여가활동(8.3점), 신체적 건강(8.1점), 삶의 질(8점) 분야에서 모두 8점 이상이었고, 스트레스(6.6점)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71.4%는 공기가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고려한 적이 있고, 55.4%는 이민까지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83.2%는 미세먼지가 임신·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노인도 미세먼지로 스트레스를 받긴 마찬가지였다. 65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25.5%는 미세먼지로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0.9%는 실제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증상은 호흡기 질환(14.5%),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 안과 질환(6.9%), 알레르기성 비염(7.2%) 순으로 많았다. 63.4%는 미세먼지로 일생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고 50.6%는 스트레스나 불안 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관련 정보를 매일 확인하는 비율은 아동 보호자는 75.6%, 노인은 61.3%였다.

미세먼지 대처방법(복수응답)으로 아동 부모들은 손발·얼굴 자주 씻음(94.2%), 마스크 착용(93.6%), 외출·야외활동 자제(89.4%) 순으로 실천율이 높았다.

노인들은 창문 닫고 실내 환기 자제(77.8%), 손발·얼굴 자주 씻음(73.3%), 마스크 착용(63.5%) 순이었다.

다만 한부모 가구나 고졸 이하 부모, 독거노인,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은 미세먼지 대응에서도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노인의 68.5%는 공기청정기가 없었다.

이상정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미세먼지는 노인과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미세먼지 대응책이 마련돼야 하며,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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