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지난 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 불참했던 사용자 위원들이 복귀한 가운데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중소·영세기업 존폐 기로” 최저임금委에 4.2% 삭감안 제출
  
업종별 차등 적용 등 개선안도 호소…노동계는 1만원 고수

경영계가 대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인한 생존위기를 호소하며 내년도 최저임금의 삭감을 요구했다. 

경영계는 지난 3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시급 8000원을 제출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8350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삭감률은 4.2%다.

이날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8000원으로 삭감 요구한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경기 부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심의에서 삭감을 요구한 것은 2010년 적용 최저임금을 심의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당시 경영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고통 분담을 내세우며 최초 요구안으로 5.8% 삭감을 제시했었다.

이러한 경영계의 입장과 대비해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은 지난 2일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을 제시했다. 지난해 요구안인 1만790원 보다 낮춘 금액이지만,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는 근로자위원들의 입장은 현재 보다 19.8%나 늘어난 주장이며,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한 채 경영위기를 초래할 단초가 될 공산이 크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의 삭감 요구와 함께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서 주휴시간 제외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등 최저임금제도 개선 방안도 제출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업계도 노동계가 제출한 시급 1만원 요구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영세 뿌리기업·소상공인단체 대표들은 지난 3일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를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노동계가 인상 근거를 제시하며 한국경제가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했다”면서 “최저임금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소상공인이 전체 30%를 넘어섰는데 현재 상황이 감내할만한 수준인가 묻고 싶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2020년 인상률을 19.8%로 제시한 것은 현실에 부합한 것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 구분적용을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2020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지난 4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주최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는 전국 근로자와 자영업자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년 최저임금 결과가 발표됐다. 조사 결과 눈에 띄는 부분은 사업주가 아닌 근로자 상당수가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희망했다는 것이다. 

임금 근로자의 37%가 ‘내년 최저임금은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두 명 중 한 명(44.4%)꼴로 내년 최저임금을 올려선 안 된다고 답했다.

10인 미만 사업장에 속한 근로자 중 동결을 희망한 비율은 44.4%, 10~50인 미만 사업장은 36.8%, 50~300인 미만 사업장은 34.6%,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은 33%가 동결을 원했다. 

영세기업 근로자일수록 동결을 원하는 응답이 높게 나온 것은 이들이 임금소득 증가보다 고용 안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는 근로자들도 임금 인상보다 회사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여러 각도에서 수차례 언급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가파르게 오른 최저임금으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하는 많은 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용직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 효과가 나타났지만 일부 임시·일용직 근로자와 자영업자는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조사한 것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것이라는 점에서 최저임금위원회를 향한 ‘속도 조절’ 메시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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