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에 한국이 맞대응하는 등 무역분쟁이 확대되면 양국 모두 경제 손실이 커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반에 파급효과가 미칠 거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은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국내총생산이 한국은 2.2%, 일본은 0.04%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이 분석한 모의실험에 따르면 양국간 피해 규모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었다. 한국이 반도체 및 관련 부품 수출규제로 대응하면 GDP 감소폭이 한국은 3.1%, 일본은 1.8%로 커진다. 일본도 충격을 받지만 한국 손실도 확대되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부족분이 45%로 확대되면 한국의 GDP 손실폭은 4.2~5.4%로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조경엽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보복에 나서면 양국 모두 GDP가 평균 1.2%포인트씩 추가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감소폭은 줄어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하면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중국 GDP는 0.5〜0.7% 증가하고,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은 한국과 일본의 생산이 각각 20.6%,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해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반도체 시장 전망과 과제’ 발표에서 “반도체 산업 특성상 같은 제품이라도 거래기업을 변경하면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서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핵심소재를 국내 중소기업 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 규제가 완화되면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 치밀하게 준비한 점 등을 감안하면 3개월 후에도 수출이 제대로 안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시나리오 확률을 점점 높게 보고 있다”며 “물량 감소로 가격이 올라서 이득을 보는 것 보다 가동률이 하락하는 데 따른 고정비 부담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들 중 재정사정이 좋지 않은 업체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도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는 데 동의하고 물량확보 어려움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노 센터장은 “소재 개발 업체에는 과감한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본이 한국 기업만 아픈 제재를 하면 국제 공조가 어려워지므로, 그 전에 정부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정치외교의 문제점도 꼬집어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를 두고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며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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