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적 요금제로 ‘5G 기선잡기’승부수

‘게임 체인저’본색, 3위 탈출 사정권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LG그룹에서 전략가로 통한다. LG금속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LG디스플레이 영업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LG맨이었다. 이후 LG디스플레이에서 전략기획담당, 애플리케이션사업부 부장, 중소형사업부 부장, 모바일사업부 부장, IT사업본부장과 TV사업본부장을 거쳤다. 본격적인 전략기획의 스킬과 경험을 쌓았다. 

LG 시너지팀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이후 LG전자 HE사업본부 사장으로 재직하다 LG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고 다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샐러리맨으로 승승장구의 성공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 부회장은 지난해 7월16일 LG유플러스로 자리를 옮겼다. 

이러한 인사조치는 하 부회장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최고경영자로 시험판에 올라서 있다. TV사업본부, HE사업본부 등은 전통적으로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사업들이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KT에 밀려 만년 시장 3위라는 오명을 좀체 벗어나지 못한다. LG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를 거쳐 지주사 대표까지 맡았던 하 부회장인 만큼 LG유플러스와 다른 계열사의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기대 받고 있는 것이다. 하현회의 도전과 LG그룹의 기대와 시장의 의문이 공존하고 있다.

 

미디어플랫폼 강화로 5G 1등 겨냥

지난 17일. 하현회 부회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용산 사옥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그의 말의 요지는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5G에서 일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이날 LG유플러스는 2분기 사내 성과 공유회를 하는 날이었다. 

하 부회장은 먼저 성과를 언급했다. “우리가 똘똘 뭉쳐 쉴 새 없이 달려온 결과 5G 상용화 100일 5G 점유율 29%를 달성했습니다. 기존 보다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겁니다.”

5G 시장에서 가입자 기준 점유율 30%를 눈앞에 두는 것은 확실히 예전과 다른 성과다. 이동통신시장의 점유율은 5:3:2 구도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5:3:2의 비율로 오랫동안 유지했었다. 5G에서는 4:3:3구도가 형성 중이다. 간단한 숫자 이야기 같지만 LG유플러스가 특정 통신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것은 업계 판도를 흔드는 이변이다. 

하 부회장의 판도 흔들기는 선제적, 공격적인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통신업계 중 가장 먼저 파격적 요금제를 앞세운 것도 LG유플러스다. 지난 4월 한국의 5G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3월29일에 가장 먼저 5G통신 요금제를 공개했다. 가격은 파격적이었다. LG유플러스는 LTE 요금제 가운데 이와 상응하는 5만9000원짜리 요금제보다 4000원이 저렴했다. LTE는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다. 4세대 보다 5세대 요금제가 저렴했다. 그런데 데이터 제공량은 훨씬 많았다. 반전의 요금제였다. 최고가 요금제도 12만5000~13만원인 경쟁사보다 싼 9만5000원으로 책정해 차별화했다. 이때부터 LG유플러스는 승부수를 던지 것이다. 

LTE 보다 값싼 요금제를 선보이자, 경쟁사들도 따라잡기에 나섰다. KT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원래 LG유플러스는 가격 파괴자다. 5G와 함께 업계 최저 7만원대 LTE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던 것도 LG유플러스다. 국내 최초 로밍 음성 수신 무료화하거나 5G 자율주행차 도심 주행 첫 시연 등도 LG유플러스가 시초다. 이렇게 자꾸 시장의 판을 흔드는 선도적인 전략을 펼치는 걸 두고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전략이라고 한다. LG유플러스는 5:3:2라는 경직된 시장의 판도를 깨고 새로운 룰을 만들고 싶은 것이다.

새로운 통신망 사업은 기지국 경쟁부터가 치열하다. 5G통신망 구축을 위한 기지국 경쟁을 촉발한 것도 LG유플러스다. 6월말 기준으로 KT에 조금 못 미치지만 LG유플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지국 수가 가장 많다는 내용을 적극 알렸다. LG유플러스는 계속 ‘5G통신 1위’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어필 중이다. 20년 이상 고착화된 이통 3사의 점유율 구조를 깨고 만년 3위 탈출도 더는 꿈이 아닌 거 같다.

 

CJ헬로 인수로 유료방송시장 2위 점프

하현회 부회장이 지난 1년 동안 쌓은 성과 중 대표작은 또 있다. CJ헬로의 인수다. 또 미국 넷플릭스와의 제휴도 있다. 모두 통신업계의 판도를 흔드는 굵직한 결정들이었다. 특히 CJ헬로 인수는 전임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 시절부터 인수 논의가 진행됐던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세부 조건을 두고 오랜 기간 논의 장이 이어졌다. 결론없이 각론이 길어졌다. 

하 부회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CJ헬로 문제에 집중했다. 전임자의 숙제를 8개월 만인 올해 2월 마쳤다.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현재 진행 중이지만 승인을 받으면 LG유플러스가 통신업계 만년 꼴찌를 벗어날 수 있는 새로운 파워가 생기는 것이다.

일단 유료방송시장만 보자.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최종 마치면 LG유플러스는 2018년 하반기 기준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24.6%을 확보하게 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SK텔레콤을 제치고 2위사업자로 도약하게 된다. 

유료방송시장에서 하 부회장이 추진한 넷플릭스와의 과감한 제휴도 화제였다. IPTV 가입자를 크게 늘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LG유플러스의 IPTV인 ‘U+tv’를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이동통신3사 가운데 단독으로 제공하고 있다. 2019년 1분기에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가 13만명 증가했다. 경쟁사인 KT와 SK브로드밴드의 순증 가입자는 각각 11만명, 11만9000명으로 파악됐다. 

협업은 하 부회장의 지난 1년간 경영전략의 특징이다. 4차산업혁명 연관한 사업협력이 숨가쁘게 진행됐다. 구글과 공동 투자를 통해 VR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고 아시아 최초로 AR 콘텐츠 제작 전용 스튜디오도 구축했다. 5G 게임은 엔비디아·해치엔터테인먼트와 각각 제휴를 맺었다. 한편 네이버와 손잡고 AI 스피커 시장에 나섰다.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를 LG유플러스 스마트홈 서비스에 적용하는 식이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주요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외형성장과 시너지를 모색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주 1회 이상 현장서 경영수업

지난 1년간 LG유플러스의 성과는 A플러스다. 시험만 잘 봐서 A플러스가 아니다. 출석률도 높다. 하 부회장은 현장 출근형 CEO다. 매주 1회 이상은 현장에 나가 경영지도를 한다. 말이 경영지도지, 사실은 현장직원들에게 배우러 간다.

그가 방문하는 현장은 고객센터, 대리점 같은 곳이다. 소비자들을 최전선에서 만나는 부서원들을 만난다. 그가 듣고 싶은 건 현장 직원들의 살아있는 의견이다. 하 부회장은 통신기술 기반의 회사인 LG유플러스를 지휘한다. 통신기술 기업은 CEO가 자칫 기술경영에 매몰될 수 있다. 기술경쟁으로 시장의 경쟁자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 부회장은 기술 너머 사람은 본다. 그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모르면 기술은 무의미해진다.

하 부회장의 공격행보에는 리스크도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한창인 와중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LG유플러스다.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것은 미국 측에서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핀셋을 찝어서 규제 중이다.

미중간 무역분쟁에 괜히 한국기업이 휘말린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LG유플러스는 최근에 용산 미군기지 부근 이동통신 기지국 10여곳에 장비를 교체할 일이 있었다. 이때 화웨이 장비 대신 노키아 등 다른 회사 장비를 썼다고 한다. 화웨이 리스크를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하현회 부회장의 지난 1년은 성공적이다. 일단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고, 소비자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LG그룹의 전략기획통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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