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감산 카드 정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속수무책 떨어지는 메모리 가격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서죠. 메모리 가격은 대만 기업을 필두로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 중입니다. 지난 2008년 이후 11년만에 나온 공식적인 감산 선언을 한 겁니다. 

반도체 경기가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해 6월말 메모리는 개당 8.19달러였습니다. 그런데 이 가격은 무너지고 지난달에는 3.31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1년 사이에 하락폭이 60%에 달한 겁니다. 같은 기간 메모리카드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5.60달러에서 3.93달러로 30% 하락했습니다. 공급을 줄여 가격을 끌어올리는 감산 정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혁명 바람으로 2년 가까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반도체업체들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데이터센터(IDC) 투자가 지난해 하반기 주춤하면서 찬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값을 후하게 치르고 반도체를 가져가던 곳들이 추가 구매를 안하고 있는 겁니다. 반도체도 재고 정리와의 싸움이 중요합니다. 창고에 쌓인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반도체 제조사들은 부랴부랴 가격을 낮춰 팔았던 거죠. 그래도 회사마다 재고는 무섭게 쌓여 나간 겁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 업체들의 재고자산회전 일수가 161일에 달했습니다. 재고자산회전 일수는 재고가 나가는 일수입니다. 보통 30일에서 60일이면 양호한 건데 이미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2008년에도 업체가 치킨게임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대만업체들이 D램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리며 공격적인 물량확대에 나섰죠. 메모리 가격이 급락했고 마침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급격히 꺾였습니다. 이 치킨게임은 2009년 1월 독일 키몬다라는 반도체 기업이 파산하면서 끝났습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2008년 1조92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혹독한 시련의 아픔을 남겼죠.

지금이 당시와 비슷하다고 단정지을 순 없지만, 특단의 조치 없이는 위기돌파가 쉽지 않습니다. SK하이닉스의 감산 결정은 메모리 시장의 공급과잉을 줄이는 단초가 될 겁니다. 메모리 시장 1위인 삼성전자의 경우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으나 감산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도 시장의 공급량을 줄일 수 있는 분위기죠. 지금 반도체 시장은 한숨 돌리고 속도를 내자는 상황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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