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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日제품 NO’ 직격탄 맞은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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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6호] 승인 2019.07.29  11: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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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이익’노린 데이즈·스파오·탑텐·에잇세컨즈…

 토종 브랜드 ‘애국 마케팅’본격화

유니클로가 뭇매를 맞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에 임원 말실수가 더해져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고전하던 토종 SPA 브랜드에겐 희소식이다. 데이즈, 스파오, 탑텐, 에잇세컨즈 등 유니클로의 그늘에 가려있던 이들 브랜드가 도약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까. 

유니클로는 넘버 원 패션 브랜드다. 2005년 국내에 들어와 사업을 펼친 이래 빠르게 성장했다. 이미 2013년부터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거머줬고, 2015년부터는 연매출 1조원을 매년 넘기고 있다. 단일 패션 브랜드로 4년 연속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건 국내에서 유니클로가 유일하다. 

 

불매운동 폄하 발언에 집중포화

국내 소비자들은 유니클로가 일본산 제품이라는 사실에 별 저항이 없었다. 축구 한일전에서 한국이 져도 다음날 유니클로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어차피 글로벌 경쟁 시대다. 스마트폰은 애플, 카메라는 캐논, 로봇청소기는 샤오미를 산다. 국적보다는 성능과 가성비, 브랜드 가치를 우선한다. 유튜브로 리뷰하고, 블랙프라이데이를 노리고, 해외직구를 넘나드는 세대에게 국산품 장려운동은 먼 옛날 얘기다. 

이런 시장 구조에서 국산 브랜드는 기를 펴지 못했다. 기존의 패션 강자들은 SPA 즉 제작과 유통이 수직계열화된 시장에서 가격경쟁이 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도 빠르게 SPA 브랜드를 냈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국내 주요 SPA 브랜드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유니클로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이마트 데이즈 매출은 약 5000억 원 정도. 뒤를 잇는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는 3200억 원, 신성통상 탑텐은 2000억 원, 삼성물산 에잇세컨즈는 1800억 원이다. 이에 반해 유니클로는 혼자서 1조3732억 원 매출을 거뒀다. 

제품과 가격, 브랜드 경쟁력에서 유니클로가 모두를 압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정면 승부만으로는 판을 깨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기에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진 거다. 

지난 1일 일본 아베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경제 보복 조치를 발동했다. 이에 국내에 반일감정이 고조되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일으켰다. 여기까지만 해도 유니클로가 특별히 타깃이 될 일은 없었다. 하지만 말 한마디가 화근이 됐다. 지난 11일 유니클로 모회사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한국소비자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이미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만큼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폄훼했다. 이에 국내 여론이 격화되며, 유니클로가 일본 불매운동의 주요 전장이 됐다. 

 

주식시장서도 토종브랜드업체 두각

실제 주말 세일 기간이면 여지없이 붐비던 매장은 한산하기 그지 없다. 일부 소비자는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보이콧 재팬’ 푯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나섰다. 인터넷과 SNS에선 유니클로 대신 한국 SPA 브랜드를 이용하자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산 브랜드를 지목하고 대체 상품까지 제안하는 ‘노노재팬’ 사이트에선, 패션 카테고리 첫번째 항목으로 유니클로를 내세우고, 대체 상품으로 탑텐, BYC, 자주, 지오다노 등을 제시하고 있다. 

때마침 ‘애국 마케팅’을 준비하던 국내 SPA 브랜드는 홍보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신성통상의 탑텐은 오는 8월15일 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출시했다. 옷 앞면에는 광복이 된 해인 1945를 새겼고, 뒷면에는 김구와 유관순 윤동주 등의 작품과 글귀를 담아 디자인했다. 이 제품은 지난 5일 출시돼 현재까지 1만 장이 팔렸다. 기존 ‘애국심’ 프로젝트보다 2배 빠른 속도라고 회사측은 전한다. 탑텐은 전부터 애국 마케팅으로 시선을 끌었다. 

올 2월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프로젝트 티셔츠’를 제작해 완판했고, 2015년에는 독도의 날을 기념해 ‘독도 프로모션’을 펼쳤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은 2012년 탑텐 론칭 당시부터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SPA 브랜드를 견제하기 위해 그에 못지 않은 소재 개발과 아이템으로 당당히 경쟁하겠다”고 밝히는 등 토종 브랜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탑텐은 2017년 평창겨울올림픽 당시 ‘평창 롱패딩’ 제조사로 알려지며 가성비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한 바 있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도 ‘로보트 태권브이’ 티셔츠를 선보인다. 이랜드월드 측은 “스파오와 로보트 태권브이가 일본 및 글로벌 브랜드가 장악하던 국내 시장에서 토종 콘텐츠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개 대표 브랜드”라며, 협업 취지를 설명했다. 

BYC는 최근 공식 자료를 통해 73년 토종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매출 신장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1일부터 15일까지 보디드라이 판매량이 작년대비 BYC쇼핑몰에선 220%, 직영점에서는 45% 늘었다. 보디드라이는 속건성 냉감 의류로 유니클로의 에어리즘과 경쟁하는 상품이다. 보디드라이의 판매증가가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관계가 없다고 볼 수도 없다. 

주식시장에선 불매운동 영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신성통상의 경우, 이전 1000원 선에 머물던 주가가 7월 이후 급상승하기 시작해 최대 1500원 대까지 올랐다. 거래량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증권가는 신성통상을 일본 불매운동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주식시장은 희망을 사고 파는 시장이다. 신성통상의 급상승은 대체 브랜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지만 토종 브랜드가 당장 유니클로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 이미 시장 점유율에서 큰 격차를 보이고 있고, 이는 애국 마케팅 만으로는 넘어서기 어려운 간극이다. 불매운동은 영속되지 않는다. 외교는 바뀌고 시장도 변한다. 소비자 발길을 붙잡고 유지하기 위해선 제품과 브랜드 같은 본질적인 면에서 소비자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유니클로의 장점을 흡수하고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대항마로 ‘데이즈’ 급속 부상

경쟁 브랜드들이 갖춰야 하는 경쟁력, 즉 유니클로가 소구하고 있는 포인트 중 첫번째는 가성비다. 유니클로는 제조와 유통을 수직 계열화해서 가격을 낮추고, 글로벌 비즈니스로 규모의 경제를 갖췄다. 둘째는 기본에 충실하단 점이다. 이는 ‘라이프 웨어(Life Wear)’라는 브랜드 철학에 잘 나타난다. 패션 아이템이라기보다 일상복, 생필품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품 구성에서부터 히트텍(내복), 후리스(플리스), 경량 패딩과 같은 기본 아이템을 주로 하고 있다. 

디자인 역시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하면서도 무난한 색상을 선보이며, 남녀노소 없이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기능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겨울철 히트텍과 경량 패딩, 여름철 에어리즘은 소비자들이 ‘최애’하는 상품이다. 기능성 상품이야말로 유니클로의 대표상품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소비자를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다른 제품까지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효자 상품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이마트의 데이즈야 말로 유니클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고 일부에선 지목하고 있다. 데이즈는 브랜드 지향점이나 제품 구성면에서 유니클로처럼 기본에 충실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대기업의 자본력도 갖추고 있다. 다만 ‘마트 브랜드’라는 저가 이미지를 극복하는 게 관건이다.

유니클로 역시 이번 불매운동과 무관하게 일부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가성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제품 가격이 슬그머니 올랐다. 출시 초반 1만원이던 히트텍은 현재 1만4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가격 부담이 높아지자 성능에 대한 불만도 새 나오고 있다. 염색 불량이나 내구성 등에 대한 불만을 SNS 등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되자 유니클로는 세컨드 브랜드인 지유(GU)를 도입해 보다 낮은 가격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시장은 흔들리고 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현대차그룹이 급성장한 적이 있다.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메이커들이 부진을 겪는 사이 현대차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자체 경쟁력도 경쟁력이지만, 반사이익 역시 컸다는 분석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 5위로 도약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했다. 기회를 잡는 것도 실력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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