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우리나라가 일본의 손아귀를 벗어나 광복한 지 올해 74주년이 된다. 그러나 최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우리나라를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함으로써 부품·소재 등 대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보게 됐다.

한일간 무역수지를 볼 때 흑자국 일본이 적자국 우리나라에 취하는 행태는 자국의 이익에 더욱 혈안이 돼 자유롭고 공정하며 차별이 없어야 하는 무역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경제 횡포에 아연실색하면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경제 제재수단이 마땅찮다. 일본의 기술총구 앞에 놓인 우리나라의 현실은 완전한 기술독립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과거에도 일본의 횡포가 여러 방면에서 다양하게 있었으나 4차산업혁명이 일어나는 대전환기에 일본의 경제 침략은 섬뜩하다. 극일하려면 기술혁신 국가로 거듭나려는 우리의 각오가 가슴에 각인돼야 한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독과점 품목을 줄여 무역적자를 축소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 무역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실행하는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강한 중소기업이 되려면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증오심보다 절치부심하더라도 일본보다 기술력이 모자라는 부품·소재에 연구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1916년 창업해 103년의 업력을 지닌 일본의 반도체 소재 기업 스텔라케미파는 불화수소 연간 매출액이 200억엔(2166억원) 정도로 70%의 시장점유율을 지닌 세계 1위 중소기업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시장을 장악한 원동력은 ‘트웰브 나인(99.9999999999%)’ 순도의 기술력으로 연구개발(R&D) 투자 산물이다.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차근차근 쌓아가는 R&D 성과물이다. 자연스럽게 제품에 혼과 넋을 심고 불어 넣는 장인정신이 몸에 밴다. 일본은 한가지 품목에 집중하고 선택한 품목의 R&D에 심혈을 기울인다. 

부가가치가 낮아 높은 경영성과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주야장천 기술개발에 매달린다. 기술이 탄탄한 이유다. ‘에후피코’는 일본 포장 용기 제조업체로 섭씨 110도에도 견디는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고기 또는 생선에 양념을 버무려 담은 1회용 용기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조리해도 변형이나 녹아내림 없이 원형을 유지하는 핵심기술이다. 용기의 부피와 무게로 운송비가 부담되고, 부피 대비 가격이 저렴해 부가가치가 낮아도 경량화 노력에 매진했다. 용기 무게를 불과 몇 그램 줄이려고 수십 년 매달린다.

R&D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협력해 투자함으로써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상생협력을 위해 노력했고 성과도 나타나고 있으나 아직 보편화는 않고 있어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 못지않게 정부도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기업이 형성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속해 쏟으면서 세대를 넘어 애쓸 때 축적한 기술을 사장하지 않고 계승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일본은 오랫동안 연마해온 기술을 장수기업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술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삼는 장수기업이 많이 육성될 수 있도록 상속세제 및 사전증여세제를 살펴보고 중소기업의 애로를 풀어줘 기술 강국으로 가는 길목을 닦아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능력 지수가 현저히 떨어지고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량을 나타내는 제조업평균가동률이 71.9%로 곧 60%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실망스러운 예측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기계를 세운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의 광란이 제조업 강국의 명성을 흔들고 있어 중소기업은 내우외환을 맞고 있다. 이에 맞서는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노력과 정부의 정책을 기대한다.

 

- 윤병섭(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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