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혁신 아이콘’정용진의 또다른 유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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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혁신 아이콘’정용진의 또다른 유통실험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27
  • 승인 2019.08.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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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와 맞장,‘에브리데이 국민가격’선포

‘초저가’승부수 던진 유통공룡 이마트 

이마트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적자가 우려되는 등 실적 지표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통 공룡 이마트는 이커머스 시대의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까. 

8월 이마트에선 이례적 할인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와인 한 병에 4900원, 비누 8개 세트 3900원, 식품 건조기 3만9800원 등 이마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상식 이하의 가격’이다. 

이마트는 지난1일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선포했다. 30여개 제품을 기존 제품보다 30~60% 싸게 파는 이벤트다. 이미 올해 초부터 이마트는 신선신품과 생활용품 등을 한 달에 2주씩 특가에 파는 ‘국민가격’을 실시해 왔는데, 이번엔 아예 ‘1년 내내 가장 싼 상품’으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이전의 ‘싼 가격’과는 체감 온도부터 다르다. 와인만 하더라도 이전까지 최저가가 6900원이었으니, ‘국민가격’ 4900원은 30%가량 더 싼 가격이다.

이마트는 이런 비상식적인 가격을 내놓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유통업계는 보통 원가에 인건비,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해 판매가를 책정한다. 하지만 이마트는 이번에 제품 판매가를 먼저 정해놓고 여기에 상품을 맞췄다. 와인의 경우, 매입량을 평소보다 300배 늘린 100만 병을 가져옴으로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하지만 재고부담은 그만큼 더 커진다. 도박이 아닐 수 없다. 

이마트가 소위 ‘상식’적인 선을 넘어설 수 밖에 없던 건 그만큼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옵니다. 올해 상반기는 모든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6월말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한 말이다. 평소 진취적인 화법을 주로 쓰던 이전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마트 경영 실적은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이마트는 매출 4조5854억원, 영업이익 743억원, 당기순이익 69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와 비교하면 매출은 11.7%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1.6%, 44% 줄었다. 직전 분기인 2018년 4분기에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 23.4%, 43.5% 감소했다. 2분기에도 영업손실 299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상장 이래 사상 초유의 사태다. 

이마트와 정용진 부회장은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정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데뷔한 이래 이마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실험을 전개해왔다. 신가격정책, PB상품 기획 등을 직접 진두 지휘하며 유통 트렌드를 선도했고, 이마트를 신세계 그룹의 캐시 카우로 성장시켜왔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를 유통업계의 애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변화는 더욱 빠르고 거셌다. 당시 어린아이에 불과하던 이커머스는 이제 오프라인 공룡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도 이커머스는 오프라인 유통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를 뛰어넘을 수준에 이르렀다. 

 

달라지는 소비시장 구조

인구구조가 바뀐 것도 대형유통사에겐 압박요인이다.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는 소량 구매자보다는 대량 구매자에게 유리하다. 원플러스원, 투플러스원 상품은 소비자가 많이 구매하길 유도한다. 3인 이상 가족이 주를 이루던 시대엔 이런 전략이 잘 먹혔다. 그러나 1인 가족, 2인 가족이 늘어 이미 전체 가구수의 절반을 넘었다. 이런 시대에는 물량 공세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 쓰지도 못하고 버리는 일을 한두 번 경험하면, 소비자는 대량 구매를 꺼리게 된다. 

더구나 요새는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 않은가. 오히려 조금 더 비싼 값을 주더라도 소량으로 사서 쓰는 소비형태가 보편화되고 있다. 편의점이 각광받는 이유도 이런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시가총액(3조6988)이 7월 이마트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것도 (또는 이마트 주가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사실도)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유통업의 핵심도 변화하고 있다. 소매업의 생명은 입지에 있었다. 하지만 이젠 IT와 물류가 이를 대체하고 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을 넘어, 빅데이터는 심지어 소비자가 주문을 넣기도 전에 미리 상품을 발송하는 예측배송까지 가능케 하고 있다. 

이커머스 업체는 더구나 큰 매장이나 상주 점원도 필요 없다. 대형매장에겐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그나마 대형매장은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를 내세울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어렵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막대한 자금을 끌어들여 치킨 게임을 벌이는 상황에선 누가 먼저 떨어져 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업의 본질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다. 오프라인이 됐건, 온라인이 됐건 결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같다. 편하고, 싸고, 즐거운 쇼핑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승부수도 여기에 있다. 

오프라인 대형매장 이마트 할인점은 ‘스마트한 초저가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 그 일환이다. “대형매장업의 본질인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이마트 측은 말한다.

온라인에선 SSG닷컴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혁신 중이다. 올 상반기 SSG닷컴을 신설법인으로 출범시키며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SG닷컴은 6월부터 새벽배송에도 뛰어 들어 존재감을 확장 중이다. 또 배송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물류 시스템을 확대 개편하고 있다. 현재 김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Next Generation Online Store)’ 두 곳을 운영하고 있고, 연말까지 한 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네오는 물류의 미래를 눈앞에 보여준다. 로봇과 컨베이어벨트가 바쁘게 움직이는 이곳에선, 주문에서 배송 전까지 전 과정 중 80%가 자동화돼 있다. 두 개의 네오에서 하루 4만4000건 주문을 처리할 수 있고, 연말엔 총 8만 건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마트가 찾은 또하나의 활로는 즐거움, 즉 ‘고객경험’이다.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쇼핑과 같은 전문점을 찾는 고객이 늘어남에 따라 이마트는 관련 점포를 확장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거센 온라인 물결에도 불구하고 특색이 있는 전문점은 소비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미국 신선식품 전문점인 홀푸드마켓이 그랬고, 일본의 만물상 돈키호테가 그렇다. 제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재미가 소비자에게 먹히는 것이다. 

 

일렉트로마트의 비상

전문점 사업 중에서도 일렉트로마트의 성장성이 가장 두드러진다. 올해 일렉트로마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40% 늘었다. 다양한 전자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이 가전매장은 2030세대와 남성 소비자들에게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 또 전문점은 이마트 할인점으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재단장을 통해 일렉트로마트가 입점한 창동점과 명일점은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각 28.4% 10.6% 증가했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6개 점포를 출점했고, 하반기에도 10여 개점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만물 잡화점 삐에로쇼핑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쇼핑은 다른 매장에서 보기 힘든 기발하고 재미난 물건을 압도적으로 싼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정돈되지 않은 진열대, 스토리가 담긴 상품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호기심으로 다가선다. 직원은 ‘저도 그 제품이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글이 적인 티셔트를 입고 있고, 고객은 제품을 찾아 헤매는 모험에 기꺼이 동참한다. 이마트는 하반기에 삐에로쇼핑 2~3개 점을 추가 오픈한다는 방침이다.

가격, 편의, 재미. 정용진 부회장이 제시한 활로는 명확하다. 그러나 당장의 실적은 여의치 않다. 수익성은 떨어지고 있고, 단기간에 회복할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주가는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듯 1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3월 32만원대 주가와 비교하면 3분의 1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 2분기엔 사상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볼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가격할인 정책과 이커머스 투자 등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 반해 수익 효과는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유통 적자 시대다. 잘 나가는 쿠팡도 만년 적자고, 마켓컬리도 적자다. 출혈경쟁 끝에 누군가 나가 떨어질 때까지 버티기 싸움이다. 적자라고 반드시 위기는 아니다. 

“지금은 장기적 관점의 성장을 위한 역량을 가다듬어야 하는 때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6월말 하반기 경영전략 회의에서 임원들에게 말했다. “충분히 축적된 역량은 우리에게 진짜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힘이 될 것입니다.” 공룡은 길고 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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