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12→14개로 늘리고 기존 업무들도 지시범위 구체화

주 52시간 근로제의 보완책으로 거론되는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가 14개로 늘어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재량근로제 고시를 발표하고, 재량근로제 가이드라인(운영 지침)을 내놨다.

재량근로제는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해 근로시간을 정하고,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그만큼을 근무시간으로 치는 제도다. 노동시간 단축 대상 사업장이 필요할 경우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상이 되는 업무가 어디까지인지 기준이 모호해 적용이 어려웠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로 급히 소재·부품 국산화에 나선 기업들도 재량근로제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재량근로제의 구체적인 운영 지침을 담은 ‘재량근로제 운영 안내서’를 발표했다.

우선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가 14개로 늘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재량근로제 허용 업무는 신상품·신기술의 연구개발 업무, 디자인 업무, 기자·PD·영화감독, 회계·법률·세무·법무·노무·특허·감정평가 등 7개 전문 업무 등 12가지다. 전문적이거나 창의적이라 업무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큰 업무들이다. 

고용부는 여기에 ‘금융투자분석’과 ‘투자자산운용’ 두 가지 업무를 추가했다. 지난 7월부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돼 주 52시간제를 적용받고 있는 업무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도 포함

기존에 재량근로제 대상이던 업무들도 범위를 명확히 했다. 예를 들어 ‘신상품 신기술 업무개발’ 항목에는 “제조업 실물 제품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게임·금융 상품 등 무형 제품의 연구개발 등을 포함한다”는 지침을 추가했다. ‘디자인·고안 업무’ 항목에선 “단순 도면 작성이나 제품 제작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할 수 있는 지시의 범위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는 사용자는 서면 합의서에 업무 수행 수단과 시간 배분 등에 관한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명시해야 하는데 구체적 지시의 범위가 모호해 어떤 지시는 가능하고 어떤 지시는 불가능한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출퇴근 시각 엄격하게 적용하면 안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용자는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상황에서도 업무 수행 수단, 시간 배분과 관계없는 업무의 기본적인 목표, 내용, 기한과 근무 장소 등에 관한 지시는 할 수 있다.

업무 진행 상황과 정보 공유 등을 위한 보고도 받을 수 있다. 업무 수행에 필요한 회의, 출장, 출근 등의 의무 부여와 출·퇴근 기록도 가능하다. 다만, 업무 성질에 비춰 보고나 회의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 사실상 노동자의 재량을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시간 배분에서는 1주 단위로 업무를 부여하거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근무 시간대를 설정할 수도 있지만, 일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출·퇴근 시각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안 된다.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 조치이기도 하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인 주요 소재 등의 국산화에 나선 국내 기업이 재량근로제로 주 52시간제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소재·부품 등의 시급한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 직무를 중심으로 재량근로제의 명확한 운영 기준 마련 요구가 커지는 상황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 주 52시간제의 예외가 적용되는 특별연장근로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가 아닌데도 이를 도입했거나 사용자가 재량근로제의 허울 아래 구체적인 지시를 하며 일을 시킨다면 재량근로제를 도입한 서면 합의는 무효가 되고 법정 노동시간 위반은 처벌 대상이 된다. 

정부는 현장의 제도 활용성을 높이고 제도가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전국 48개 지방고용노동관서를 통해 설명회와 현장지도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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