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근로시간·환경규제 적용이 ‘극일’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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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근로시간·환경규제 적용이 ‘극일’ 전제조건
  • 이권진 기자
  • 호수 2228
  • 승인 2019.08.19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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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극복 대안] ②외교적 해결 및 산업 규제 유연화 ‘투 트랙’ 절실

# “한국 중소기업들의 일본 완제품 배척 의견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히 일본 정부의 마구잡이식 수출규제에 대한 악감정에서 표출된 의견들이 아닙니다. 실제 일본 완제품을 사용하다가 공급이 멈추면 제품에 대한 보수와 A/S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소재·부품뿐만 아니라 완제품 수입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닌 겁니다.”     -서울 측정센서 제조·도매 업체의 관계자

 

# “지금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는 임시방편적이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는 정치적 문제에서 경제부분으로 완전히 확산됐습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양국이 외교적 합의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해결점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 경기 전자부품 유통무역업체의 관계자

 

# “농업 쪽에는 일본 농기계 제품(특정)에 대한 인지도가 농민들한테 두텁고 인기가 높습니다. 실제로 이 분야에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 거의 없습니다. 반일 감정이 높아졌지만,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기 위해서 일본 제품 말고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하루 빨리 정치적인 해결을 기다립니다.”      - 경남 농기계 엔진부품 제조업체의 관계자  

 

 

대외적으로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 및 반도체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중소기업계 현장에서는 조속한 해결책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52.0%는 일본이 이번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나타나는 위기에 대해 전혀 대응준비가 없다고 밝혀 그 심각성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회장 김기문)가 일본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일본제품을 수입하는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영향에 대한 중소 수입업체 의견조사’ 결과, 52.0%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응하여 별도의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별도의 준비를 하고 있는 업체도 48.0%로 나타났으나 준비가 다소 부족한 업체가 38.4%(‘약간 준비돼 있다’ 20.7%+‘부분적으로 준비돼 있다’ 17.7%)로 나타난 반면, 충분하게 준비돼 있는 업체는 9.6%(‘대부분 준비돼 있다’ 8.6%+‘모두 준비돼 있다’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별도의 준비방안은 다소 소극적 대응방안인 ‘재고분 확보’가 46.5%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대일본 거래축소 및 대체시장 발굴’ 31.3%, ‘기술개발 등 경쟁력 강화’ 15.3%, 기타(국산화 진행 등) 6.9%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본과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현재 부정적 영향을 느낀다는 응답은 25.7%로 나타났으며, ‘아직 모르겠다’는 응답은 39.0%, ‘부정적 영향 없다’는 35.3%로 조사됐다.

현재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발효시 기업경영에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은 67.3%(영향없다 32.7%)로 나타났으며, 영향을 받는 시기는 3개월 이내 36.3%, 4개월~1년이내 26.7%, 1년 이후 4.3%로 나타났다.

일본과의 무역전쟁과 관련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분야로는 ‘일본과의 외교적 해결 및 국제공조 강화’가 44.7%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업피해 최소화 및 공정환경 조성’(34.3%),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21.0%) 순으로 조사됐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이번 조사의 후속조치로, 8월 중에 정부가 중점 육성코자 하는 100대 품목을 포함해 전 소재·부품·장비 생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기업과의 공동기술개발 수요를 파악하고, 발굴된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과 관련 대기업과의 매칭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구매 조건부 기술개발제도 활성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 발굴 및 건의도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어렵게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대기업이 구매를 하지 않아 많은 기술이 사장돼 왔다”면서 “앞으로 중앙회가 우수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이를 대기업에 매칭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외교 채널 가동, 대화로 해결 촉구

경제단체장들도 일본 수출규제가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면서 대책 마련의 시급성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2차 회의에서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현장 중소기업은 이번 대책이 국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한다”며 “그러나 연구개발(R&D) 인력 근로시간, 화학 관련 (규제의) 유연한 적용 없이는 곧바로 되기가 어렵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대화를 통해 한일간 갈등을 해소하고 양국 경제협력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며 “우리 정부의 정치·외교적 노력과 일본 정부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연구개발(R&D) 및 기술 부문에서 일본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 환경규제 등 기업들의 활동 여건이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법적·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기술을 단기간 내 개발할 수 없고 생산성·효율성·가격에 기반한 국제적 분업 원리에서 볼 때 현실적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편 상호 간 산업협력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영계는 근로시간 및 산업안전 등의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비용을 줄이고 이번 일본 수출규제의 파고를 넘자는 취지다. 실제로 각 산업규제들은 기업들의 경영활동의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중소기업계는 화학안전·폐기물·재활용·대기 분야 등 환경규제 전반에 걸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극심한 상황이다. 환경산업의 경우 전체 5만8000개 기업 중 약 99%가 중소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각종 환경규제는 중소기업에 직격탄을 주고 있다.

지난 7월말 중기중앙회에서 개최된 ‘중소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서는 중소기업계가 모여 “기업들이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화평법·화관법 등 환경규제의 완화가 필요한 시기”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및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기업 경영환경이 엄중한 상황인 만큼 환경규제에 대한 기업 부담 완화와 중소기업 지원 사업 확대에 환경부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8월초 중기중앙회가 ‘화학물질관리법’ 적용 대상 중소제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화학물질관리법 시행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곳 중 9곳(91.4%)이 원활한 화관법 이행을 위해 ‘물질의 위험정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 등 화관법 규제 차등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화관법 이행 시 가장 부담을 느끼는 업무(복수응답)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배치·설치 및 관리기준(72.0%)’,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점검 및 검사(71.0%)’ 등 취급시설기준에 대한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화학물질관리법 준수가 어려운 주요 원인이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기준으로 나타난 만큼, 취급시설 기준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화 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검사 받으려면 생산라인 멈춰야

화관법, 화평법 등의 환경규제가 일본 수출규제 혼란 속에서 개선돼야 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에 팔을 걷고 있지만, 현재 기업을 옥죄는 환경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지 않으면 이러한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가 공염불로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화평법의 경우 2013년에 제정된 이후 각종 제품에 쓰는 화학물질을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중이다. 기업이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수입할 때 성분, 독성 등 수십가지 정보를 환경부에 등록해야 하는데, 최근 또 한차례 법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이 등록해야 할 물질의 종류가 약 500개에서 약 7000개로 급증한 것이다. 이는 유럽연합의 규제 보다 더 까다로운 기준이라는 게 중소기업계의 설명이다.

또 화관법은 중소기업들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의 명칭과 용도 등을 모두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화관법이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공장에 의무적으로 안전진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2015년 1월 전에 지어진 공장도 검사 대상이라는 것이다. 검사를 받으려면 기존의 생산라인을 멈춰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관리감독 때문에 민간기업의 생산차질과 조업일수 감수가 뻔한 규제인 것이다. 

이렇게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에 대한 토로가 확산되면서 국회에서는 뒤늦게 관련 법들에 대해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신규 물질 증명 테스트나 독성평가 등에서 불필요한 심사 등을 줄이는 화평법, 화관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도 기업이 연구개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 및 수입할 때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 경우 조사보고서 제출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신규 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수일할 때 원칙적으로 고용부 장관에게 해당 신규 화학물질의 유해성과 위험성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도록하되 일반 소비자 생활용으로 제공되거나 그 수입량이 소량일 때 등에 한해서만 제출을 면제하고 있다.

윤 의원은 “연구개발용으로 제조·수입되는 신규 화학물질은 해당 물질 제조사가 조사보고서 제출로 인한 영업기밀 누출을 우려해 공급을 꺼리는 사례가 많아 국내 연구개발 활동에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 같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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