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에 봄이 찾아들고 있다. 매서운 황사바람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겨울을 지속시키고 있지만 추위속에서도 매화 꽃봉오리가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매화꽃 군락지도 좋지만 한두그루에서 피어난 매화꽃도 볼만하다. 수령 오래된 매화는 해가 거듭될수록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선암사에는 아주 오래된 매화꽃이 풍상을 헤치며 꽃을 피워내고 있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조계산(884m)은 비교적 낮은 산으로 산세가 부드럽고 아늑하다. 산 동쪽에는 선암사, 서쪽으로는 송광사가 있다. 송광사와 선암사는 각각 찾아가는 길이 다르다. 선암사는 승주IC를 이용하고 송광사는 주암IC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 절집이 아늑한 선암사는 순천의 강변 드라이브길인 상사호와 연계해서 여행을 즐기면 좋다.
울창한 숲길과 선암사계곡을 친구 삼아 30여분 정도 오르는 길이 참으로 아름답다. 조계산 기슭 남쪽에 자리잡은 선암사는 백제 성왕 7년(529년)에 아도 화상이 비로암을 짓고 신라 경문왕1년에 도선 국사가 선종 9산중 동리산문 선풍으로 지금의 선암사를 창건했다.
선암사 주위로는 수령 수백년 되는 상수리, 동백, 단풍, 밤나무 등이 울창해 사시사철 그 모습이 아름답다. 또한 절 앞에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아취형 모양의 승선교 (보물 제400호)가 있는데 기저부가 자연 암반으로 돼 있어 견고하며 중앙부의 용머리가 매우 신비롭다.
대웅전 앞 좌우에 서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395호)도 관광객의 시선을 끈다. 선암사는 사찰 전통문화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절의 하나로 보물 7점 외에도 장엄하고 화려한 대웅전, 팔상전, 원통전, 금동향료, 일주문 등 지방 문화재 12점이 있고 선암사 본찰 왼편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높이 17m, 넓이 2m에 이르는 거대한 바위에 조각된 마애불을 볼 수 있다. 선암사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트레킹 코스가 된다.
무엇보다 이곳은 800년 전통을 지닌 자생 차밭을 자랑하고 있다. 장경각 뒤로 야생차 밭이 있다. 스님들의 손으로 직접 차를 만든다. 봄철이면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차는 선암사 종무소나 불교용품점에서 판매하고 우편으로도 주문 가능하다. 5월 초부터 20일 정도 덖음차를 만든다. 외부인들은 실습비와 숙식비를 내면 되지만 그저 취미로 한다는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 선각당(061-754-6323)이라는 절집 찻집에서 차 맛을 볼 수 있다. 기와 얹은 고풍 건물과 연못이 어우러져 운치있다. 작설차, 매실차, 오미자차, 솔잎차, 모과차 등이 있다.

상사호 드라이브
낙안읍성과는 찾아가는 길이 완전히 반대인 상사호 드라이브길. 상사호와 주암호는 순천, 보성, 화순 등 3개 시군 9개 읍면의 49개 마을이 댐 축조로 수몰돼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곳이다. 하지만 그 애절한 사연은 물길 속에 깊게 잠겨 보이고 눈앞에 길게 펼쳐지는 드라이브 길은 아름답기만 하다. 호수양편에 새로 생긴 145km의 호반 도로를 이용해 굽이굽이 맑고 푸른 호수의 전경을 바라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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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민속마을
선암사에서 으레 들르는 곳은 낙안읍성민속마을(061-754-6632, 2799). 우리나라 사극이나 영화에 단골장소로 이용되는 곳이다. 아직까지 예전의 모습이 변하지 않고 원형그대로 잘 보전돼 있다. 지금도 성 안에는 다수 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아침 햇살이 비칠 때 이곳을 찾아가면 웬지 생동감이 느껴진다. 꾸미지 않은 자연 민속마을. 곳곳에 둘러볼만한 곳도 많다. 전시관은 물론이고 짚풀공예를 하는 장인, 대장장이를 만날 수 있다. 매년 5월이면 낙안읍성 축제가 열리고 해마다 남도음식축제장으로도 이용된다. 문화해설사의 도움을 받아 돌아다니면 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중교통 :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선암사행 직행버스가 하루 1회 운행. 1시간 30분 소요. 순천시외버스공용정류장에서 선암사행 완행버스와 시내버스 이용. 하루 16회 운행되며 50분 소요. 순천시내(60번)에서 상사조절지댐 까지 30분 소요.
■자가운전 : 호남고속도로~승주 IC ~857지방도 이용 송전서 상사호를 사이에 두고 두 갈래 길로 나뉜다. 6km를 달리면 선암사 주차장. 다시 돌아나와 송전서 호숫길을 이용하면 상사호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진다.
■별미집·숙박 : 선암사 앞에 많은 식당이 있지만 상사호반 드라이브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순천 시내에 들러서 찾아갈 맛집으로는 대원식당(061-744-3582)이다. 한정식 전문인데 옛집 그대로며 2대째 대물림해오고 있는 연륜있는 집. 여러 가지 음식들이 입맛에 딱 들어맞는 맛있는 집이다. 순천역 근처에 있는 흥덕식당(061-744-9208)은 5천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음식이 나오는 곳이다.
그외 추어탕과 해장국으로 유명한 성화식당(063-743-3544)이 있지만 주차공간이 비좁고 찾기가 쉽지 않다. 남흥회관(061-744-9736)은 고깃집으로는 소문난 곳. 순천길에 접했을 때 눈에 띄는 전원카페가 아트리움(061-745-7070)과 흙과 사발(061-743-3466)이 있다. 흙과 사발에서는 차를 마시면 직접 만든 ‘토우’를 준다.
또 연우당(063-745-0077, 1213) 전원카페는 문인화가 부부가 터를 내린 곳으로 운치 있다.

◇사진설명 : 선암사 주위의 수령 오랜 매화나무들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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