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탄핵정국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경제가 어려워진 건 탄핵 때문인가, 탄핵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경제는 잘 풀렸을 것인가. 결코 그렇지 않다. 세계경제는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데 우리만 주춤거린다. 정치권의 혼돈과 리더십의 붕괴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 기업하기 힘든 환경 등은 투자감소와 경기침체, 실업자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그 탓을 모두 노무현 정부에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동북아 경제중심’, ‘2만달러 소득’을 외쳤을 뿐 노조를 비롯한 이익집단의 불법행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경제를 제대로 챙긴 흔적이 없다.
타협과 양보없이 대통령과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다가 탄핵정국에까지 이르렀다. 감정의 정치가 몰고 온 결과다.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탄핵소추를 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을 무시한 국회의 만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탄핵소추는 헌법에 명시돼 있는 국회고유의 권한이다. 그것의 옳고 그름은 헌법재판소가 따질 일이다.
탄핵보다 심각한 문제는 국민 편가르기 하는 정치요, 친노(親盧)·반노(反盧)로 갈라져 나타나고 있는 갈등이다. 생각이 다르다고 적으로 몰아붙인다. 적대감정을 무한정 쏟아낸다. 이러면서 민주주의 한다고 한다.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국민간에 찬반논란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힘으로 위협하거나 촛불시위로 풀 일은 아니다.

정치혼란에 국론분열 심각
우리에게 민생과 경제문제보다 급한 건 없다. 기업은 투자할 의욕을 잃고 있다. 언제 검찰에 불려갈지 모를 기업인은 움츠려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미래를 구상할 여유도 의욕도 없다. 기업에게 씌어진 족쇄를 풀고 기업이 스스로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의 발목을 걸거나 기업에 짐을 지우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기업행태와 잘못을 저지른 기업인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서도 원자재를 구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경제는 동반회복 현상을 보이고 있고, 자원소비 대국인 중국이 고도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달러 약세마저 겹쳐 있어 원자재난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다가 상황이 악화되자 날벼락 맞은 듯이 야단이다. 정책의 무능이 아니고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정책이다.

벼랑끝 中企부터 살려야
우리의 성장잠재력은 급속하게 잠식되고 있다. 기술수준은 낮고 인적자원은 고갈돼 있다. 전투적 노조와 노동시장의 경직성, 물적 자원의 투입감소, 모든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비용·저효율구조 등 한국경제의 걸림돌은 수없이 많다. 탄핵보다도, 다가오는 총선에서 누가 이기느냐 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를 푸는 일이다. 이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잠시도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어떤가. 실업자는 늘어나도 중소기업에는 일할 손이 모자란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 탓이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 근로자의 60%에 미치지 못한다.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생산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강성노조가 임금인상을 되풀이하면 그 부담은 하청중소기업에 떠넘겨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단순히 생산성 차이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노조가 소외된 수많은 중소기업 노동자의 몫을 빼앗아간 결과다.
청년 실업자와 신용불량자도 양산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국정과제라면서도 고용창출의 텃밭인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지 않는다. 대기업은 발이 묶여 있다. 중소기업인이 창업절차 밟는데 걸리는 기간은 개도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길다. 비용도 가장 많이 든다. 그게 우리의 현주소다. 민생과 경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책임질 당국은 보이지 않고 탄핵문제로 시끄러운 장면만 보인다.

류 동 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yood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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