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더 이상은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 ‘배수의 진’이며 그러한 각오로 일에 임하는 자세가 ‘배수의 진’이다.
지난 1999년 신년 시무식에서 M社 사장은 다음과 같은 신년사를 했다.
“…이제부터 우리 기업들은 IMF시대를 맞는다. 지금까지의 우물안 개구리식 경영은 끝났다.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해야 한다. 어느 시대에나 사람은 많으나 인재는 드물다. 오늘 IMF 새해를 맞아 우리 회사가 여러분께 바라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배수의 진’의 정신이다….”
지금의 중국 산서성 정경구라는 곳에 성을 쌓고 20만 대군으로 요새화한 조군(趙軍)을 한군(漢軍)의 명장인 한신(韓信)장군이 1만여명의 군졸을 이끌고 배수의 진으로 공격해 공전의 대승을 거둔 것이 ‘배수의 진’의 유래이다.
깊은 강물을 배후에 두고 적과 싸웠으니 도망칠 길이 없다. 기왕에 죽을바에야 싸워서 죽는다. 이것이 승인(勝因)이다.
P군은 대학입시에서 3개 대학 모두 떨어졌다. 이듬해도 떨어졌다. 나는 대학이 팔자에 없나보다 생각하다가 우연히 중국고사에서 ‘배수의 진’의 설명을 읽은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는 한 군데 대학에만 지원했다.
벽에 나붙은 합격자 명단을 보고 P군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자기 이름이 명단에 끼어 있었다.
“단호하게 결행하면 귀신도 피해간다”는 말이 있는데 한 군데 대학에만 지원해 ‘배수의 진’을 편 덕분이라 생각했다.
대학 졸업때가 되자 친구들은 두세 군데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제출했다. P군은 대학입시때 생각이 머리에 떠올라 자기가 평소에 마음 먹었던 S그룹 계열회사 한 군데에만 지원서를 접수시키고 응시했다. ‘배수의 진’이었다. 운이 좋아서였는지 ‘배수의 진’의 각오였는지 11대 1의 경쟁을 뚫고 합격했다.
‘배수의 진’과 인연이 생긴 P군에게는 또하나 흥미있는 사건이 생겼다.
P군이 입사한 회사에는 작년에 새로 들어온 여사원이 있었다. 예쁘장해서 많은 총각사원들이 따랐다. P군은 주로 그녀에게 통계자료를 받아서 처리하는 작업이었는데 그녀를 자주 만나다 보니 어느새 좋아졌다. P군은 그녀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그녀가 혼자 있을때 가까이 가서 살짝 말했다.
“당신이 좋아졌어”
“그래서 어쨌단 거예요?”하고 그녀는 앉은채로 태연하게 말했다. P군이 한 대 얻어 맞은 것이다.
“농이 아니오. 배수의 진이다!”
“배수의 진”
“노 하면 나는 평생 독신이다”
“아예 협박하시네….”하는 그녀의 표정이 가능성을 보였다.
P군의 ‘배수의 진’작전이 여기서도 발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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