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권력(power of market)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 고착화됨에 따라 기업의 경쟁 상태는 날이 갈수록 더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경기 침체의 여파가 시장의 어려움을 더욱 부채질해 그야말로 기업은 무한경쟁 상태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기업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시장에는 공급자만 남아 있고, 소비자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도대체 그 많던 소비자들이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면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소비자들은 서비스 상품을 찾아 주말나들이를 일삼고 있고, 인터넷에 매달려 가상세계를 여행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이제 소비자들이 더 많이 원하는 것은 바로 서비스 상품이다. 주5일 근무제로 인해 서비스 상품을 찾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서비스 상품을 소비한다. 서비스 상품의 소비과정 없이는 하루라도 살아갈 수 없게 됐으며, 소비자들이 찾아나서는 서비스 상품의 종류도 무수히 늘어났다.
중소기업들의 생존전략을 여기에서 모색해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 상품을 찾아 효율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이다. 서비스 상품에 대한 공급체인관리(SCM), 즉 s-SCM(Service Supply Chain Management)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아봄직하다. 비록 제조기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시장 떠난 소비자를 다시 붙잡아라
s-SCM은 무형의 재화인 서비스 상품의 공급체인관리이다. 용어 자체가 아직 일반화돼 사용되고 있는 상황도 아니지만 중소기업으로서는 충분히 눈을 돌려봐야 할 때가 됐다. 중소기업들이 한계에 부딪쳐 있는 공급시장에서 자포자기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업전략 차원의 수익모델을 찾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서비스 상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기업이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시대변화의 흐름을 잘 읽을 수 있는 유능한 기업이라는 뜻이 될 것이다.
서비스공급체인관리(s-SCM)는 지식경영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서비스 재화의 전체 흐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뿐더러 전체 거래과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해 신규가치 창출(value creation)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기업소유의 지적자본과 구성원의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발굴해 기업내부의 보편적 지식으로 공유하고, 공유지식의 활용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경영방식’을 지식경영으로 정의한 노나카 교수의 주장이 서비스공급체인관리의 의미와 대동소이하므로 지식경영의 새로운 모델이라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본래 서비스 상품은 저장 불가성으로 인해 물리적 상품의 경우처럼 공급체인관리 전략을 응용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옛날 이야기. 서비스 상품이 물리적 재화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부분이 많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서비스공급체인관리 역시 불가능한 일로 돌릴 것이 아니다.

물리적 재화에서 서비스로 중심 이동을
s-SCM은 서비스 공급기업의 내부 프로세스를 통합관리해 비용절감은 물론 새로운 가치창조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적시에 서비스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가?’라는 기업의 고민을 해결시켜 주는 데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QR(Quick Response)이 공급자측에서 상품판매 정보를 공유해 소비자 구매패턴에 맞게 상품 공급 사이클을 개선하는 것이므로 서비스공급체인관리 전략에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 반면 JIT(Just in Time)는 재고관리가 거의 불필요한 서비스 재화의 경우에는 고려될 여지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물적 흐름이 없는데 어떻게 공급체인관리가 가능하겠느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본래 물적 흐름의 이면에 상적(商的) 흐름, 즉 상류(商流)가 있다. SCM을 물류관리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s-SCM은 상류관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공급체인관리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전자상거래에서 중간상인이 없어지는 경우를 예상했지만 예측을 깨고 다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조금이라도 더 편한 것을 찾으려는 소비자 욕구(needs)의 발로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해서 예견치 않은 서비스 상품이 출현하고 있으며, s-SCM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정보자원, 지식자원 및 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새로운 기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s-SCM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서비스공급체인관리 전략이라 해 굳이 서비스 기업만의 전략으로 국한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제조기업의 경우도 따지고 보면 전체 기업 시스템의 대부분이 서비스 활동이므로 s-SCM 전략의 필요성 내지 가능성은 더욱 높다. 그럼에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고 경영성과를 물리적 재화의 거래과정에서만 평가받으려 하고 있다. 물리적 재화에만 맞춰져 있는 SCM 전략의 포커스가 s-SCM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은 경영환경 변화에 걸맞는 생존전략이 실천가능하므로 중소기업의 건강상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박문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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