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선홍색 동백을 쫓아 간 서해 낙조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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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선홍색 동백을 쫓아 간 서해 낙조의 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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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1499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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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 제대로 동백꽃을 본 이후로 선운사와 동백꽃과의 인연은 제대로 맞아 떨어진 적이 없다. 동백꽃 사진 찍으러 가면 때아닌 폭설이 내리기도 했고 벚꽃은 전날 내린 비로 꽃잎을 다 떨구어 내기도 했다. 올해는 철이 일러서인지 아니면 때아닌 추위가 닥쳐서인지 꽃망울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다른 곳 동백이 막바지로 달려갈 즈음인 4월경에야 동백꽃을 피워내는 선운사 동백 숲. 천연기념물 184호로 지정된 동백 숲에 핏빛 동백꽃이 피고 지고 있다.

3월 중순 선운사 경내에 들어서니 산수유 꽃이 만발한 것 이외에는 특별히 봄 향기를 맡을 수 없다. 동백 군락지에도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다. 우루루 한패의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송창식 노래가사를 읊조리면서 이곳이 그곳이라고들 얘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언제나 몇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 바로 선운사다. 가수 송창식의 유명한 노래에도 나오고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에 대한 시, 유홍준 교수의 선운사 예찬론 등을 비롯해 서정주님도 선운사와 아주 밀접하다.
선운사 골째기로/선운사 동백꽃 보러 갔더니/동백꽃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서정주님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다.
선운사 하면 서정주님이 생각나는 것은 그가 이곳 질마재에서 태어 났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인근의 생가에는 미당문학관이 조성돼 있다.
선운사를 둘러보니 예전에 보지 못한 차밭이 눈에 띈다. 이곳 절집 찻집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곳 특산품인 작설차를 내세우고 있었다. 절집마다 다문화가 발전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야생차밭이기는 하다. 그런데 언제부터 이렇게 차밭이 조성됐을까?
천천히 도솔암을 향해 오른다. 암자 가는 숲길 오른편에 진흥굴이라 불리는 천연 바위굴이 있다. 진흥왕이 이곳에 와서 수도했다는 전설이 얽힌 곳이다. 불교에 심취한 진흥왕은 왕위를 버리고 도솔왕비, 중애공주와 더불어 선운사로 와서 이 굴에서 기도를 했다. 그러던 어느날 미륵삼존이 바위를 가르고 나와 자기에게로 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굴을 열석굴이라 부르기도 한다. 진흥굴 근처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묵은 반송·장사송이라는 이름과는 별도로 진흥송이라고도 불린다.
동백꽃이 두서너개 띄어져 있는 약숫물에 목을 축이고 마애불상으로 오른다. 마애불 옆에는 나한전이 그리고 그 옆 계단길을 따라 오르면 내원궁이다. 상도솔암이라고도 불리는 내원궁에는 보물로 지정된 지장보살좌상을 모시고 있다. 내원궁에서는 선운산(336m, 일명 도솔산)의 낙조대 오르는 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다시 나한전 쪽으로 와서 왼편으로 들어가면 미륵비결 설화를 간직한 동불암 마애불이 나온다. 이 마애불은 높이 17m에 달한다. 명치께에 있는 네모진 흔적은 부처님을 완성한 후 불경과 시주자의 이름 등을 적어 넣고 돌뚜껑을 닫은 뒤 백회로 봉한 자국이다. 더욱이 여래상 머리 위에는 닫집(누각 모양의 보호각)까지 지었다.
마애불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용문굴이 있다. 용 혹은 이무기가 절집 지을 때 빗겨나가면서 만들어진 굴이란다. 좌측으로 돌아 오르면 낙조대가 있다. 바로 옆이 천마봉, 도솔천의 비경이 발아래 전개된다. 산행하러 나온 스님은 예전에는 이곳까지 바닷물이 들어찼다고 한다. 유심히 살펴보니 기암은 풍랑에 해식된 자국이 역력하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찾아간 곳이 동호해수욕장이다. 밀물 때여서인지 바닷물은 많이 들어찼다. 곳곳에서 배에 올라타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실뱀장어를 잡는 사람들이다. 이 지역이 풍천장어의 원조촌이니 장어양식을 위해서는 필수인 셈이다.
동호해수욕장 해변에는 수백년 된 소나무숲이 늘어서 있고 벤치가 놓여져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는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근 두 시간정도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린다. 해가 질 무렵 한두 대의 차량이 들어와 낙조를 감상한다. 바닷가에는 실뱀장어를 잡던 고깃배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배를 끌어내는 경운기. 차가운 바닷가에 몸을 담그고 배를 끌어내는 그들의 힘겨운 삶의 하루를 마감하듯 바닷 속 깊이 해가 넘어간다.
■자가운전 : 서해안고속도로 이용. 선운산IC-삼거리-여기서 좌회전해 부안면 소재지를 거쳐 20분간 직진하면 선운사 표지판이 나온다/호남고속도로 정읍IC에서 정읍시내 반대편 도로 진입해 1.8km-22번 국도와 29번 국도 갈림길(주천삼거리)-22번 국도-흥덕(22번, 23번 갈림길)-22번 국도-오산저수지-반암리 갈림길-우측도로로 2.8km-왼편으로 선운산도립공원 진입로.
■별미집·숙박 ; 이 지역은 풍천장어와 복분자가 유명하다. 본래 장어는 바다와 연이은 강줄기에서 서식하는데 선운산 계곡에서 물이 흘러 바다로 빠지는 풍천이 최적지가 됐다. 그래서 풍천장어는 여느 장어보다 싱싱하고 힘이 좋아 스테미너 식품으로 널리 소문나 있다. 30여개 정도의 음식점에서 팔고 있다. 음식점이 밀집돼다 보니 경쟁도 치열하다. 원조촌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러하듯 여기저기 원조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띈다. 산장회관(063-563-3434), 신덕식당 등 다양하다.
또 동호해수욕장 주변에는 허름한 횟집들이 서너곳 있다. 썰물이 되면 경운기 등을 끌고 나가 미리 쳐놓은 그물을 걷어 온다. 어획량이 많지는 않지만 싱싱한 활어를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세련된 맛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숙박은 선운산관광호텔(063-561-3377, 해수탕이 있음), 동백호텔(562-1560), 선운장(561-2035)이 있다. 그외 민박집 다수.

◇사진설명 : 서해에서 낙조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동호해수욕장의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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