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 난 후 재기를 위한 노력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여건에서 부도기업인의 재기란 극히 드문 일로 소중한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싶어 사이트를 만들게 됐습니다.”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부도기업인의 재기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 ‘컴백’(www.-comeback.or.kr·사진)이 운영되고 있어 화제다.
부도 기업인이 겪는 시련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 등을 메뉴별로 정리해놓은 ‘컴백’은 실제 부도를 경험한 김진일(51)씨가 자신의 경험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곁들여 만든 재기를 위한 정보의 바다인 셈이다.
재기를 꿈꾸는 기업인의 사이버모임 ‘컴백’은 부도가 예상될 경우 먼저 취해야 할 조치와 부도 후 재기를 위한 정보제공 등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부도 또한 준비를 할 경우 재기의 발판이 된다고 강조하는 김씨는 자금 흐름상 부도가 예상될 때 종업원들의 임금부터 정산해줄 것을 조언한다. 자칫 임금체불로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될 경우 재기의 꿈은 멀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이와 함께 연쇄부도 방지를 위해 자금력이 취약한 거래업체에게 사전 준비할 시간을 줄것도 강조한다.
“어쩔 수 없는 부도가 예상된다면 이성적인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까지 해서는 안될 일은 전문사채업자에게 백지 당좌수표를 맡기고 살인적인 고리의 악성 사채를 쓰는 것입니다. 이 같은 일은 결국 가정의 해체로 이어지며 자신 또한 극단적인 삶으로 빠져드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죠.”
괴롭고, 두렵고, 억울하고, 부끄럽겠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고 밝히는 김씨는 냉정해지고 결단을 내려야 다시 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재기의 기회는 더욱 힘들고 어렵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김씨는 우선 제3자에게 사업양도를 검토하라고 충고한다. 관련 업종과 거래업체 혹은 채권자나 투자자를 상대로 양도 여부를 알아보고 부채만 인수한다면 빈손으로라도 나올 것을 권한다. 신용과 명예만 건질 수 있다면 재기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게 그 이유.
또한 ‘D데이’를 기준으로 미수금을 회수하고 재고 처분과 지출 동결 등을 통해서 최대한 자금을 확보한 후 자금 배정의 우선 순위를 정할 것도 권한다.
종업원 임금, 영세사업자, 소액채권자 등을 우선 순위로 배정하고 나머지 금액을 자신의 상황과 거래 상대방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보증인 중 가족 한 명은 연대보증에서 해제시켜 놓아야 합니다. 부도 이후 재기를 하려면 가장 어려운 것이 사업자등록 신청이며 부도 이후 법인의 대표이사로 명의를 빌릴 수 있는 사람은 신용 불량에서 제외시켜 놓아야 합니다.”
부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기를 가로막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과 부도기업인을 냉대하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하는 김씨는 소득과 재산이 전혀 없는 부인을 연대보증으로 세우는 관행의 불합리성을 지적한다.
이는 부부 모두가 신용불량자로 전락될 경우 사업자등록은 물론 취직조차 할 수 없어 재기는 고사하고 최저생계 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부도를 먼저 겪은 사람들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비슷한 상황에 있는 기업인들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때문이죠. 세무, 자금 등 각 분야별로 세분화해 자료를 축적할 생각입니다.”
제도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시련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결국 기업인의 몫이라고 지적하는 김진일씨. 새로운 사업을 준비중인 김씨는 자신 또한 완벽한 재기에 이르지 못해 드러낼 수는 없지만 부도기업인들의 재기와 부도위기 돌파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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