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는 강물을 끼고 임진각까지 거의 직선거리로 이어져 있다. 일산신도시를 지나면서 철책사이로 강 건너 북녘 땅을 조망할 수 있다. 신도시가 생기면서 파주 근교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잠시 자리를 비운듯 한데 주변은 많이도 변했다. 눈에 띄게 건물들이 많이 들어서 있어 육안으로도 그 변모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유로를 타고 맨 먼저 찾는 곳이 반구정이다.
청백리 황희의 ‘반구정’
반구정(경기도 지정 문화재자료 제12호)은 조선초기의 명재상이며 청백리로 이름 높은 황희정승이 관직에서 물러나 갈매기를 벗삼아(伴鷗) 만년의 여생을 보낸 곳이다.
반구정은 임진각을 북쪽에 두고 우거진 송림 속에 싸여 발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푸른 임진강을 굽어보고 있다. 반구정 앞에는 황희정승 동상이 있고 그 왼쪽에 방촌영당과 영모재가 있다. 건물 주위에 직사각형의 담장이 둘러쳐져 있으며, 정면 입구에는 솟을삼문이 있다. 기념관 등 두어 개의 건물이 새로 들어서면서 규모가 커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황희정승 영당지는 1976년 경기도기념물 제29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맑은 날 정자에 오르면 멀리 개성의 송악산을 볼 수 있다. 자그마한 정자 위에 올라 발 밑으로 펼쳐진 갯벌을 바다보고 잔디에 누워 잠시 오수를 즐겨도 괜찮다. 가족 나들이 장소로 둘러볼만하다.
분단의 아픈 현장 ‘임진각’
반구정을 벗어나 임진각으로 향한다. 임진각은 나날이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북쪽 정면에는 임진강을 건너는 자유의 다리가 있고 뒤편 남쪽으론 통일공원이 붙어 있는 임진각이 있다. 임진각은 휴전선에서 남쪽으로 7km 떨어져 있는 지점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 연건평 2,442m의 건물. 1, 2층에는 음식점과 기념품판매점 등이 있고 3층에는 북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전시실, 옥상에는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 난간에는 북쪽을 가까이 볼 수 있는 유료 망원경이 설치돼 있고 5백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북한의 명소를 슬라이드처럼 비춰주는 기계가 있다.
사람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 이유는 경원선 철도가 문산역에서 임진강역까지 이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지막 종착역에서는 도라산 전망대까지 기차여행(031-954-0303)을 즐길 수 있다. 임진강역에 오전 11시 33분에 도착하는 열차부터 도라산역에 갈 수 있지만 소정의 수속을 밟아야만 한다.
경의선 최북단 ‘도라산역’
도라산(156m)역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도라산리 민통선 안에 있는 경의선의 최북단역. 오전 9시에서 3시까지 신청하며 30명 이상은 반드시 예약이 필요하다. 열차시간은 11시40분과 1시40분 두 번뿐이며 요금은 어른이 8천7백원, 어린이는 6천7백원이다. 단순히 기차만 타는 것이 아니라 도라전망대와 땅굴을 감상할 수 있다. 도라전망대에서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개성시가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다.
이율곡 선생의 ‘화석정’
임진각에서 적성으로 가는 새로운 길이 개통됐다. 길은 번듯해 졌고 도로변에서도 화석정 정자가 보인다. 정자는 예전과 별다르지 않고 그 주변도 매점이 생긴 것 외에는 똑같다. 하지만 울창한 수림 속으로 비쳐지던 강변은 도로가 맥을 끊어놓고 있다. 화석정(경기도 유형문화재 제61호, 파주군 파평면 율곡리)은 이율곡선생이 퇴관 후에 시를 짓고 연구하면서 묵상하던 곳이다. 율곡선생의 5대조부가 세종25년에 창건했는데 성종 9년에 중수하고 몽암 이숙함이 이 정자를 화석정(花石亭)이라 칭했다. 그후 율곡선생이 다시 중수해 사용했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돼 80년간 터만 남아 있다가 헌종 14년에 복원했으나 다시 6·25동란으로 소실됐다. 1966년 파주유림들이 복원했다. 이 화석정에는 전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로 쓴 현판이 걸려 있다.
두지나루 ‘황포돛배’유람
화석정을 벗어나 적성으로 향한다. 적성면 두지리에는 올 3월초에 황포돛배 진수식을 열었다.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인 임진강에 추억의 ‘황포돛배’ 관광선이 운항되고 있다. 두지리에서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의 고랑포 나루터까지 배가 운항된다. 황포돛배란 말 그대로 누런 포를 돛에 달고 바람의 힘으로 물자를 수송하던 배. 물감이 귀했던 당시 누런 황토물에 광목을 넣어 황포를 만든 후 그걸 돛에 달아 사용했을 만큼 이 배는 서민들의 대표적인 운송수단이었다.
안보 문제 등 여러 가지 여건으로 고랑포까지만 운행중이다. 한탄강의 발원지는 함남의 마식령이다. 연천의 한탄강은 파주에 이르러서는 임진강으로 이름이 달라진다. 전곡리 선사 유적지, 숭의전, 경순왕릉 등이 역사 유적지가 있지만 전쟁으로 인해 찾을 수 없는 곳도 많다.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 강변에는 수많은 피의 역사가 흐르고 있다.
두지나루를 출발한 배는 10여분 후 자장리 적벽을 만나게 된다. 지표로 분출된 마그마가 용암으로 흐르다가 냉각된 후 불규칙하게 갈라진 절리면이 유수에 의해 침식되면서 검붉은 돌기둥 모양의 적벽을 형성한 것. 예전부터 이 지역 양반들은 임진강 적벽을 유람하며 뱃놀이를 즐겼는데 겸재 정선이 ‘연강임술첩’, ‘임진적벽도’등의 화폭에 이를 담기도 했다.
봄과 가을에는 적벽 사이로 진달래와 철쭉, 돌단풍이 피어난다. 회항 지점인 고랑포구에는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고구려 호로고루성과 미수 허목이 글을 새겼다는 궤암바위도 살필 수 있다. 보이지 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전쟁의 잔흔들은 누군가 설명하지 않아도 숨겨져 있다. 1.4후퇴 때 피난 나왔다는 70이 훌쩍 넘은 세분의 어르신들은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표현해주고 있다. 한 때 활황을 누렸다는 고량포구. 고랑포리엔 일반 상점 외에도 매 2일과 7일에 고랑포장이 크게 열렸다고 한다. 장단군 고랑포구는 수심이 깊어 배의 입출항이 아주 편리했고 그에 따라 시장이 발달했다.
두지나루터 돛배는 향후에 배 1척을 더 발주하고 돛으로만 움직이는 원형 그대로의 황포돛배도 만들 계획이다. 두지나루에서 고랑포 여울까지 왕복 6㎞로 40분 소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회(4월부터 7회) 운행하며 대인 8000원, 소인 4000원. 문의:031-958-2557
‘자운서원’과 ‘두루뫼박물관’
나오는 길은 법원리를 경유하면 된다. 율곡의 위패와 영정이 봉안돼 있는 자운서원(파주시 법원읍 동문리). 1973년 7월 10일 경기도기념물 제45호로 지정됐다. 1615년(광해군 7) 지방 유림의 공의로 율곡 이이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창건돼 1650년(효종 원년) 자운(紫雲)이라는 사액(賜額)을 받았다. 높은 대지 위에 사당을 앉히고 사괴석 담장을 둘러 삼문 앞 계단으로 오르도록 설계했다. 사당에는 이이 좌우에 김장생과 박세채의 위패가 봉안돼 있다. 좌우 능선에 이이와 부모의 묘소가 있다. 매년 8월 중정에 향사를 지낸다.
또 초리골로 들어서면 두루뫼 박물관(031-958-6101, 958-7433,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초리골)이 있다. 지난 98년 개원한 개인 박물관이다. 설립자 강위수(전 농업박물관 관장), 김애영(박물관장)씨 부부가 집념을 가지고 30여년 간을 한 점 두 점 모아서 전시해 놓은 민속생활사 전문박물관이다.
■대중교통 : 서울역이나 신촌에서 경원선 열차 이용해 임진각역 하차.
■자가운전 : 자유로~문산IC~주유소 앞에서 왼쪽 23번도로로 좌회전-두갈래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로 직진-자유로 교각 지나면 반구정. 임진각 들른 후 37번 국도 이용해 적성방면으로 들어오면 우측에 화석정. 화석정에서 적성면에서 좌측 두지리 황포돛대표시 따라 좌회전(팻말이 미흡하므로 유의). 두지리 나루터. 다시 오던 길로 나와 법원읍으로 들어서면 자운서원. 법원 사거리에서 좌측 문산쪽으로 우회전에서 마을 안쪽을 비껴서 들어가면 된다. 두루뫼는 의정부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주유소 지나면서 좌회전하면 된다.
■별미집과 숙박 : 반구정 앞에는 장어구이 전문음식점으로 유명한 나루터집(031-952-3472)이 있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임진각에서 나오는 길에 성동IC(통일동산방면)로 나오면 성동사거리. 이 곳에도 음식점이 많다. 또 초리골에는 초계탕 원조집(031-958-7737)이 아주 유명하다. 임진강 주변에는 봄철 별미인 황복이 한창이다.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때 철쭉꽃 따먹으러 올라온다는 황복이다. 적성면 주월리의 강정매운탕(031-959-4387)집은 임진강에서 직접 고기를 잡는 곳이다. 두지리에도 그런 집이 여러 곳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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