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살아날 기미가 좀처럼 안보인다. 정부는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작 시장경제속에서 살을 부비고 살아가는 기업인들은 ‘아직 멀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제 내수 위주의 업체들은 완전히 사업을 접어야 할까?
휘몰아치는 태풍속에서도 고요한 지역이 있듯이 아무리 경기가 안좋아도 돈을 버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경기침체로 인한 소득양극화 속에서 새롭게 확산되는 ‘新 소비 트렌드’을 분석했다.
상의에 따르면 최근 경기불황속의 국내소비는 크게 세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웰빙 △선택과 집중 △관계지향이 그것이다.
중소기업인들이 이를 경영 및 판매전략에 활용하면 내수시장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의의 ‘新 소비 트렌드 및 기업대응방법’을 들여다 봤다.

건강관심 갈수록 확산
■웰빙(Well-being) 바람= ‘억만금 보다 건강이 낫다’는 말이 실감나는 세상이다.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최근 2∼3년간 대다수 상품이 죽을 쑤고 있지만 유독 예외인 것이 웰빙(Well-being)이다.
유기농식품, 친환경·천연재료를 사용한 음식이 인기를 모으고 있고 헬스케어, 요가, 아로마요법 등도 불티가 난다.
오죽하면 ‘튀김의 명가’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이 50여년의 명성을 뒤로 하고 이달부터 구운 닭 요리를 새로 시판하기로 했다고 하니 과연 ‘웰빙’의 힘은 무섭다.
상공회의소 유통물류팀은 “웰빙제품 소비확산은 선진화의 한 과정으로 앞으로 국내 시장규모는 점점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환경·자연주의, 소비자보호정책에 대한 관심이 먼저 시작된 선진국일수록 웰빙 개념이 선도적으로 도입됐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인 사례로 미국의 경우 근검절약적인 소비를 지향하던 80년대 이후 건강, 환경관련 상품의 판매는 반대로 고성장을 기록했고, 일본도 90년대 이후 보수적인 소비성향을 보이고 있지만 웰빙상품은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집중형 소비= 국내 소비시장에서 나타나는 또하나의 패턴은 ‘선택과 집중형 소비’다. 관심분야에만 돈을 집중해서 쓰고 나머지 분야엔 근검절약한다는 것이다.
‘선택·집중형 소비’의 첫 번째 사례는 자녀교육비 증가와 애완동물에 대한 소비지출 증가부분이다.

소비에도 구조조정 현상
요즘 사회에서 젊은 부부들은 웬만해서 자녀를 한명 이상 두지 않는다. 2002년 출산율이 1.17을 기록한 것도 이를 입증해 준다.
소수자녀 가족화 현상은 결국 소수 자녀 또는 애완동물에 대한 전폭적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상의는 “IMF 이후 다른 소비항목 지출은 많은 변동이 있었지만 교육비 지출은 꾸준히 기준치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애완동물을 가족구성원으로 인식하는 가구가 많아져 애완동물 병원수가 10년간 4배 이상 증가했다”면서 이를 주장했다.
또 하나의 사례는 10∼20대의 스마트 소비성향이다. 스마트 소비자들은 개인 취향에 따라 절약할 항목과 투자할 항목을 구분해 소위 ‘소비 구조조정’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제일기획이 지난해 발표한 ‘젊은 세대에 대한 심층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네티즌의 40% 이상이 개인관심사에 따라 2개 이상의 커뮤니티에 가입해 있고, 의류와 외식이 거의 주된 지출항목이었다.
■관계지향 소비= IMF 이후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생활의 편리’를 강조하는 풀 서비스(Full Service)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다소 비싸더라도 제대로된 제품을 사겠다는 심리다.
기술의 발전도 이같은 소비자 욕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비디오와 DVD의 결합, MP3와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의 결합 등 다수의 제품이 하나로 융합되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기업과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제품의 개념이 어려워울수록 친절한 안내와 더불어 향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 AS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이 구매결정의 큰 변수다.
과거처럼 물건만 사면 끝나는 시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단 한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해당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버틀러(Butler)’서비스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금융업의 ‘파이낸스 버틀러’, 전자업의 ‘가전 버틀러’, 백화점의 ‘쇼핑 버틀러’등이 그것이다.
■기업의 대응방안= 新소비 트렌드인 △웰빙 △선택과 집중 △관계지향소비를 잘 활용하면 불황속에서 오히려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다.
우선 건강바람을 자신의 제품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상의는 “신제품 개발뿐 아니라 기업홍보에도 웰빙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웰빙바람에 기술과 감성을 엮은 하이브리드(Hybrid)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샤프전자의 공기청정기가 웰빙바람에 감성을 융합, 관련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고 요가열풍도 감성소비자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능력 안되면 제휴하라
아울러 상의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세분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개인용 상품의 소비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사례로 가전제품의 경우 가족이 쓰는 가전(家電)에서 개인이 쓰는 개전(個電)으로 수요가 이동한다든지 싱글을 타겟으로 하는 ‘1인용 미니화제품’이 인기를 누리는 점 등을 들었다.
따라서 기업들은 신사업이나 상품 개발시 사고의 중심을 상품 위주에서 소비자 생활패턴 위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의는 “구매력 있는 고객들의 높은 욕구수준(Needs)을 만족시키기 위해 서비스의 고품질화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이 만족할만한 수준을 제공할 능력이 안된다면 기업간 제휴를 통해서라도 완전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사진설명 : 최근 건강·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웰빙 상품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헬스용품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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