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제자들의 취업문제이다. 언론에서 강조하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즉 실업자라는 의미) 이야기는 가슴을 쓰라리게 만들며 학생들에게 과연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
상아탑에서 취업까지 걱정하는냐는 반론에 대꾸하는 일은 이미 사치이다. 그런데 이런 취업의 영역에 창업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아가 일자리 창출에 창업을 잘 고려하지 하지 않는 것 같아 유감이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대학생의 40%가 창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20대 젊은이들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인식해야겠다.

청년 실업난 해결의 열쇠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병철, 정주영, 마쓰시다 고노스케, 포드, 샘 월튼… 이런 창업신화의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놀라운 열정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힘든 일에 도전했고 조그만 기업을 거대한 기업으로 만들어냈다. 이들이 창업한 기업에 의해 수십만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실업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창업은 ‘국가경제발전의 씨앗이며 인간본연의 경제활동 욕구’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창업은 첫째로 신규고용의 창출, 둘째로 중소기업활성화의 선도적인 역할, 셋째로 산업조직의 활성화, 마지막으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이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인식한 현 정부도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을 제정한다든지, 일자리창출을 위한 ‘벤처기업 경영실태 조사’를 한다든지, 전국 5개 대학에 창업대학원을 개설하기로 하고 있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창업으로 유명한 뱁슨대학(Babson College)의 경우 신입생에게 일정금액(약 3,000$)의 종잣돈을 지급하고 1년 동안 직접 창업해 직접 경영을 하도록 하고 있다. 학점도 창업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부여되므로 진정한 실천위주의 교육이 아닐 수 없다.

창업절차 간소화 절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창업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즉 창업관련 행정절차의 어려움, 창업관련 전문가 부족, 창업관련 전문 교육의 미흡, 창업 관련 인식의 부족 등으로 충분히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기청의 조사에 의하면 창업에 소요되는 기간은 호주 2일, 캐나다 3일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서는 33일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행정절차도 12단계로 나뉘어져 호주와 캐나다의 2단계에 비해 10단계나 더 거쳐야 한다.
선진국은 법인등기와 사업승인 등 2단계만 거치면 창업할 수 있으나 한국은 도시계획법, 건축법, 부동산등기법, 근로기준법, 의료보험법, 전기용품안전법 등 33개 법률이 정하는 인·허가를 거쳐야 회사 문을 열 수 있다고 한다. 창업행정비용 역시 1,776달러로 미국의 210달러보다 8배 이상 많다.
창업에는 기업가정신이 매우 중요한데 과거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이 가장 돋보이는 나라는 한국” 이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 혁신, 창의성 등이 갈수록 쇠락해가고 있다.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살릴 주역은 바로 기업인, 그것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인인데 창업하기 어렵고 중소기업을 경영하기 힘든 나라가 돼 버렸다.
얼마 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CEO 323명을 대상으로 ‘현 사업을 2세에게 물려줄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자 75.2%가 ‘물려줄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가족기업인데 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에게 조차 회사를 승계하지 않으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생동적이고 실천적인 창업교육이 보편화되고, 능력있고 기업가정신이 투철한 사람이 창업을 많이 하고, 이런 계기로 자금사정 등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되살아나고, 나아가 중소기업에게 활력을 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남 영 호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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