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일이었다. 부도가 난 어느 건설회사의 화의 진행을 도와줬다. 화의는 기업을 당장 파산시키기 보다는 채권단의 협조로 기업에게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 파산시의 분배액보다 더 많은 채권을 회수하면서 기업도 살리는 기업과 채권단간 상생의 제도다.
법원은 그 중간자로서 신속, 공정하게 기업과 채권자간 협의와 동의가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서류 제출을 위해 담당 사무관에게 전화를 하게 됐다.
그런데 영 기분을 잡치고 말았다. 대답이 시원치 않은 것은 둘째고 다짜고짜 반말로 대꾸하는 것이다. 나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기업활동 방해하지 말아야
20년 전 교사시절이 생각났다. 무슨 일인가로 경찰서에 잡힌 우리 반 학생을 찾으러 경찰서에 갔었는데 담당 경찰관은 당연한듯 반말로 지껄였다.
이 나라의 백성인 것에 괜히 화가 났던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더구나 담당 사무관은 회사 직원을 통해 떡값 수십만원을 챙긴지 얼마되지 않은 때였다. 회사의 변호사가 일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그렇게 하도록 코치했던 것이다.
부도가 나서 화의 신청중인 기업은 뼈와 가죽만 남은 병자에 해당한다. 그래도 살아 보려는 마지막 희망을 화의 진행에 걸고 있는 것이다. 부도를 낸 것은 채권자들에게 죽을 죄를 지은 것이지만,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법원 직원에게서 이유없이 반말을 들을 일은 아니다.
그들은 채권자들이 기업을 파산시킬 것인지, 살릴 것인지를 결정하는 절차를 법에 의해 성실하게 진행시켜 줄 의무가 있다. 다 죽어가는 기업을 뜯어 먹으며 작은 권한을 가지고 군림하려 든다. 국회에서 돈을 뜯으니까 수도 없는 좀도둑들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행동들을 서슴없이 한다.
우리 말은 세계적으로 존대와 하대의 어미가 가장 풍부하게 발달한 언어 중 하나다. 일상생활에서 존칭어가 상식화돼 있다. 그런데 경찰, 검찰, 법원 등 권력기관 종사자 중 상당수가 민원인들에게 아랫사람들에게나 쓰던 하대를 밥 먹듯이 한다. 도대체 어느 나라의 공무원들인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국가적인 과제다. 모두가 원하고 주장하지만 쉽지 않은 주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의 기업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혁신할 수 있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기반은 의외로 쉽게 마련될 수 있다.

기업의 만족도 평가제도 도입을
그룹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노사문제의 해법, FTA문제, 부동산 세제, 신용불량자 문제, 중소기업 자금문제 등은 기술적이고 정책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경제를 살리고 기업활동을 지원하려는 공공부문의 성실한 자세다. 새로운 국회가 등장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겠다고 주장하고 TV에 나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가 없다. 시민들이 기업활동을 하면서 상대하는 현장의 공복들이 달라져야 한다.
돈 들지 않는 작은 변화로부터 큰 효과를 거두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정부와 현장 공무원의 자의적 해석으로 특정 기업에 영향을 주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법령들을 정비해야 한다. 국회가 돈을 받았던 것은 이와 같은 여지가 곳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새 국회라 해서 제한된 시간에 국회가 그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 각 부의 장관들에게 법령정비의 권한을 주고 그 성과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은 총괄적 지휘와 감독을 하되 국회는 긴밀한 협력과 견제의 역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 각 부처와 민원 현장에 대한 만족도 평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과 더불어 정부 각 부문에 대한 시민 평가제로서 민원 현장 서비스 개선을 도모할 일이다.
국회는 자신들의 당선을 위해서만 리서치회사를 동원할 것이 아니라 리서치회사와 협의해 정부 각 기관과 현장 관서에 대한 시민만족도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기획하고 실행할 필요가 있다. 서류 제출만 요구하는 관청이 아닌 발로 뛰면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봉사하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국가경쟁력의 대부분을 좀 먹는 현실을 직시해 이번에는 경제도 살리고 고용도 창출하는 계기를 공공부문에서 만들도록 해야 한다.

김승일
비즈턴 M&A㈜ 대표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