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마천마을]회오리치는 산의 정기가 머무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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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 마천마을]회오리치는 산의 정기가 머무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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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 1504
  • 승인 2004.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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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바래봉 철쭉꽃을 기대하진 않았다. 계획없이 떠돌던 길에 남원에서 하룻밤을 유하게 됐고 예상대로 바래봉 철쭉은 아직까지 만족스러운 꽃을 보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래서 인근에 있는 함양의 마천마을을 다시 찾기로 한다. 오지 마을인 마천은 지난해 수해로 큰 피해를 입은 곳. 상황확인도 할 겸해서 그곳으로 향한다. 마천 들어가는 길에 마침 인월 장날(3일, 8일)을 만나게 된다. 전라도와 경상도 경계지점인 이곳은 봄이면 산나물이 쏟아져 나온다는 장터다.

장은 예상보다 크지 않다. 도로변에는 할머니들이 진을 치고 앉아 좌판을 벌였다. 엮은 두릅과 취나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장터 한켠 약초파는 곳에서 직접 채취했다는 칡 한뿌리를 구입하고 이내 마천으로 향한다. 벽송사를 지나쳐 우선 지리산 휴양림(055-963-8133, 마천면 삼정리)으로 향한다. 벽소령이라는 팻말을 따라 들어가 보니 가파른 산을 일구고 사는 마을들이 띄엄띄엄 자리를 잡고 있다.
휴양림은 민가가 끝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벽소령 계곡(영호남 분기점에 위치)과 백두 대간 등반코스의 시발점인 천왕봉(1,915.4m)을 접하고 있다. 인근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휴양림이 조성된 것은 산 기운이 회오리를 치듯 휘돌고 있어 산 정기가 외부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삼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표소를 지나면서 언덕 위에 띄엄띄엄 들어선 산막을 만나게 된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현대식 산막 앞에는 휴식을 즐기러 찾아온 듯한 가족을 만날 수 있다. 고산이라 아직까지 봄기운이 완연하지 않지만 계곡물은 시원하게 느껴진다. 이 휴양림은 국립공원 내라서 야외에서 취사는 절대 불가능하다. 휴양림을 잠시 들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영원사를 찾아간다. 영원사 오르는 길은 굽이굽이 높은 곳을 향해 차 한대가 겨우 올라갈 수 있는 난코스다. 길을 묻기 위해 세운 곳에서 몇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별장에 놀러 왔다는 형제들은 친절하게 여러 가지 설명을 해준다. 영원사는 지금 길이 통제돼 올라갈 수 없다는 것과 옥녀탕이라는 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좋다고 가르쳐 준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은 찌푸려 있다. 그들을 따라 찾아간 옥녀탕은 휴양림 바로 밑이었다. ‘옹녀’가 목욕했다는 전설이 흐른다는 옥녀탕.
이내 마천마을로 접어든다. 수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계곡 주변은 말끔하다. 추성리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만나는 것은 커다란 돌장승 두 기다. 이 마을은 변강쇠가 태어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천 땅에 들어서면 목장승, 가루지기 물레방앗간 등의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다. 추성리 마을안쪽에 있는 칠선계곡 초입을 잠시 둘러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이내 ‘서암’으로 향한다. 바쁘게 벽송사만 들렀을 뿐 서암정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암정사는 벽송사의 부속암자. 벽송사에서 서쪽으로 600여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천연의 암석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사찰이다. 이 절집은 한국전란으로 인해 황폐해진 벽송사를 재건한 원응스님이 조각법당을 10여년간에 걸쳐 완성한 곳이란다.
이 절집은 여느 절과는 모습을 달리한다. 건물보다는 대부분 석굴로 돼 있다. 사찰 입구에 불교진리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대방광문이 있다. 돌계단 옆 바위 위로 5m도 훨씬 넘는 우람한 사천왕상이 색인돼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이내 뚫린 바위를 통과해 도량 안으로 들어서면 산언덕 위에 석굴법당이 있다. 동굴 속 바위에 조각돼 있는 많은 부처를 향해 신도들은 열심히 기원을 한다. 색다른 절집에 찾아온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공사로 인해 차량을 통제하고 있어 도보로 가야 한다.
벽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2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말사다. 예로부터 수행처로 널리 알려진 곳이지만 여러 번의 화재로 인해 사적기가 없어 창건 연대 및 자세한 역사를 알 수는 없다. 다만 현 위치에서 50m 위의 옛 절터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제474호)이 고려 초기의 양식을 보이고 있어서 이 절의 창건 역시 신라 말 내지 고려 초기로 추정된다. 경내에서 삼층석탑이 있는 옛 절터로 가는 길의 대나무 숲과 삼층석탑 주변에 우뚝 서 있는 우람한 소나무 한 그루가 인상적이다. 석탑 뒤쪽으로는 금당 터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벽송사 목장승(민속자료 제2호). 사찰입구에 세워 잡혼의 출입을 막고 사원 경내의 금지된 규제와 풍수비보를 지켜주는 수문과 호법의 신장상이다. 건립연대와 작자는 미상. 벽송사 건립연대인 152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재료는 밤나무이다. 왼쪽 장승은 머리부분이 불에 타 없어졌고, 입은 홀쭉하게 꼭 다물어 뺨이 움푹 패였으며, 그 아래 짧은 수염이 나 있다.
특히 재미있는 이야기는 변강쇠가로 알려진 가루지기타령이 이곳 벽송사를 배경으로 생겼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는 것. 목장승을 불쏘시개 감으로 삼았다가 응징을 받아 죽게 되는 변강쇠의 이야기가 여장승의 머리 부분이 반쯤 타 있어 그럴듯 하게 받아들여진다.
■대중교통 : 함양읍에서 추성동행 버스 이용(1시간 간격).
■자가운전 : 서울~경부 또는 중부 고속도로 이용~대전~대진고속도로(대전-진주)~함양IC~88고속도로 남원방향~지리산 IC(인월)~60번 지방도로~실상사~우측길로 접어들면 지리산 휴양림~칠선계곡 마을(추성리)~주차장.
이곳 마을에서 벽송사와 추성본동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나온다. 우측의 추성본동 방향으로 약 30분 오르다보면 칠선계곡에 도달하게 되고 직진하면 벽송사다. 서암과 벽송사(지리산 IC로부터 약 18km 지점)
■별미집과 숙박 : 칠선계곡 마을인 추성리에는 허름한 벽송산장, 마을집 민박이나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숙박은 멀지 않은 지리산 벽소령 광대골 및 비리내골 일원에 들어선 지리산자연휴양림이 있다. 가족용 산막은 15동, 단체산막은 5실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설명 : 봄꽃 흐드러진 벽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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