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04년 세계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60개국 중 15위다. 그 중 기업 입장에서 대학교육의 유용성을 평가한 부문에서는 59위의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 시대에 대학 교육의 경제적 유용성이 낮다는 것은 일국 경제에 치명적 결함이 내재된 것으로 그 원인 규명과 근본적인 치유가 시급한 상황이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가계 소득의 20% 수준을 사교육비로 지출, 대학입학을 위해 목숨 걸고 있다. 공·사립 대학 운영을 위한 재정 지출을 감안할 때 국민이 대학을 위해 부담하는 경제적 기회비용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大入 경제적 기회비용 세계 최고
그럼에도 우리의 대학 교육이 경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면 대학 경쟁력의 문제가 바로 우리 경제의 문제라고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대학 교육의 유용성을 평가한다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것인데 그것은 지식과 태도라 할 것이다. 즉 기업활동에 필요한 실용적 지식 또는 역량과 기업가 정신 내지 업무에 성실하게 임하는 태도와 자세이다.
우리의 대학 교육이 경제적 수요와 기업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역할을 해 왔다. 수업료를 내고 대학 문을 통과해야만 사람 대접 받는다는 잘못된 대학 지상주의, 대학 상업주의가 만연돼 있다.
우리가 담배와 마약을 경계하듯 대학지상주의는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떡밥을 주지 않아도 고기들이 대학이라는 그물로 들어가는데 무슨 새로운 먹이를 준비할 필요가 있겠는가? 최근 입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학 사회 전반에 이와 같은 기본적인 자세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둘째, 30여년간의 독재 정권들은 대학이 사회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에 재갈을 물렸다. 그것은 체제안정을 해치는 불온한 행동으로 단속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수들은 있는 법전만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그것을 외웠을 따름이다.
예컨대 법 조항이 국민 행복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어떤 철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 지에 관해 의식을 가지고 연구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대학교육은 그것을 외우고 지키게 하는 것에 갇혀져 있었다.
문제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대학의 그러한 분위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야생의 멧돼지가 길들여지면 사람 사는 곳을 떠나려고 하지 않듯이 우리의 대학도 꼭 그래 보인다.
현실 문제를 인식해 더 잘 사는 나라,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는 치열한 노력들이 부족하다. 경제, 사회, 정치, 경영, 공장 등에 관한 현실적인 진단과 개선을 위한 기법, 대안에 약한 것이다. 그래서 경제와 기업에 유용하지 못한 대학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기본교육 반드시 거쳐야
셋째, 대학 졸업생들이 모두 기업가가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을 귀중하게 여기며 고용창출과 납세 등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충분히 수용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기업과 경영에 대한 기본 교육은 학과와 전공을 불문하고 하나의 상식과 교양으로서 모든 학생들에게 학습될 필요가 있다. 전공이 다르더라도 먹고 사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자신의 권리이자 책임이며, 그것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것은 대학의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학생운동이 있다면 고용을 창출하는 기업가치를 존중하고 중소기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학생운동도 있을 법하다. 각종 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그 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기업과 창업에 관심을 가질 때 우리 경제가 탄력을 받고 많은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승 일
비즈턴 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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