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하늘에 홍두깨라…. 난데 없이 한강 다리가 무너지고 유명 백화점이 폭삭 내려 앉았었다. 아까운 생명들이 한강으로 사라졌고 수많은 시민들이 무너진 시멘트 더미 아래에서 신음했다. 그때 사람들은 부실공사와 총체적 부실 원인을 진단하면서 ‘빨리빨리 대충대충’의 잘못된 사고와 관행을 그 하나로 들었었다. 나중에는 ‘빨리빨리 대충대충’이 마치 우리들의 선천성 질병처럼 이야기하는 무식자들도 늘어나 문제를 인식하는 우리 눈의 수준과 문제를 개선할 능력에 대해 회의를 느꼈었다. 우리는 원래 농경사회의 느긋함과 상부상조의 미덕도 충분히 지녔던 민족이었다.

의도적인 대충대충 급성장 원동력
삶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적응력도 뛰어나서 일시적으로 ‘빨리빨리 대충대충’의 증상이 나타났을 뿐이었다. 준공기일 독촉, 뇌물과 비리, 감독소홀, 작업자들에게 열심히 일할 유인이 없는 상황 등의 환경에서는 강물의 다리와 고층 건물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언제든지 무너져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세계적인 기업인 어느 회사의 신제품 개발 현장에서 제품 개발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참여했었다. 불과 십여 년 전 세계 시장의 후발주자로 시작한 사업에서 그 기업은 오늘날 해당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했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했을까? 필자는 그 때 일을 통해 해당 기업 경쟁력 원천의 일부를 알게 됐다. 물론 이것은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적 주장이다.
그렇지만 모든 위대한 이론도 하나의 가설에서 출발했다. 더구나 한국 경쟁력 원천의 일단을 밝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가설 자체로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빨리빨리 이심전심’ 가설이다. 그 회사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설계-개발-생산으로 돼 있었고 각각 연구소-개발사업부-생산부에서 신제품 프로젝트별로 공동작업을 하는 형태였다 외국기업의 경우에는 설계 단계에서 수율 70%, 모형 개발 단계에서 수율 90%를 넘겨야만 생산부에 이관되고 양산 수율 95% 이상을 초과해야 시장출시가 되는 구조였다.
반면 이 회사의 경우엔 설계단계 수율 50%, 개발단계 수율 80%가 되면 공장으로 넘겨지고 완제품 수율은 물론 95%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했다.
외국 기업들이 각 단계에서 완벽을 기했던 반면 해당 기업은 시장 출시 시점에서 완벽을 기하되 개발단계에서는 설계-개발-생산 각 부문의 유기적인 협조 하에 빠른 개발을 위한 의도적인 ‘대충대충’ 전략을 썼다.
설계의 부족한 부분을 시제품 개발 단계에서 보완하고 시제품 결함을 생산 단계에서 보완해 전체적으로 완벽한 설계-개발-생산을 조기에 마칠 수 있었다. 동시적인 엔지니어링 방식이었던 것이다.
기업 내 각 부문이 한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협조하고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한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다.
또 하나는 연구소-개발사업부-생산부 간의 지식격차가 많지 않아 개발과 생산 부문에서 설계를 보완하고 연구소가 이를 수용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서구 대기업에서는 연구소와 생산 부문간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울 정도의 지식격차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생산 부문에서 R&D나 설계부문을 지원하고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장문제 인식 처리속도 높여야
‘빨리빨리 대충대충’은 ‘빨리빨리 이심전심’과 동전의 앞뒤이다. 그것의 주인은 사람이다. 우리가 신바람이라고 말하는 것도 ‘빨리빨리 이심전심’과 통하는 요소가 많은 것 같다. 어떤 상황을 만드느냐에 따라 부실을 낳을 수도 있고 경쟁력의 원천으로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현장 문제를 인식하고 처방을 내리는 데 있어 서구적 처방과 도그마로 한국적 현상을 재단하고 어설픈 대안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를 사대주의적 이론 지식에 맡기지 말고 현장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과 자신에 대한 긍지, 리더십을 발휘할 일이다.

김 승 일
비즈턴 M&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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