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는 먹을 게 없다고 했던가. 또다시 중소기업 주간을 맞는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만 하는 메아리 없는 행사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경제의 미래는 중소기업이 열어갑니다’, ‘중소기업 사랑 속에 발전하는 국민경제’라는 행사 주제어는 그럴듯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장 목소리는 다급하다.
우선 경영자의 절대다수가 투자계획이 없거나 투자를 유보하겠다고 한다. 중소기업인들의 투자의욕 상실을 반영한다. 내수침체, 자금난, 인력난, 저가제품 수입증가 등으로 중소기업의 사업기반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부가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게 없듯, 투자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중소제조업체가 생산시설을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거나 이전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한국을 탈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국내에서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사업을 빨리 정리하고 해외로 떠날지를 고민하고 있는 중소기업인이 많다.
중소기업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이러고서도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중국으로, 아직은 위험이 큰 북한으로 공장을 옮기겠다며 개성공단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땅은 기업하기 어려운 곳이란 걸 웅변해주고 있지 않은가.

해외로 내몰리는 中企人
역대 어느 정부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다. 최근에는 그 흔하던 중소기업 살리자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라고 하면서도 말이다.
중소기업이 비탈에 서서 넘어지려고 하니 기껏 나오는 정부대책이 중소기업 실태조사다. 아직도 중소기업의 사정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중소기업은 지금 어떤가. 내수경기 불황으로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가동률저하는 당연하고, 이는 자금난으로 이어진다. 자금조달 루트도 막혀 있다. 은행은 신규지원보다 기존 대출금까지 회수하고 있다. 비 올 때 우산 거둬 가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왜 어려운가. 첫째, 중소기업 스스로가 환경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개발, 품질개선, 원가절감 노력을 게을리 했다. 세계시장의 움직임에도 둔감했다. 이는 각성하고 분발해야 할 중소기업의 몫이다.

모진 시련 견뎌낼 힘 길러야
둘째, 중소기업을 둘러싼 외부 환경 탓이다. 가중되는 인력난에다, 곧 시행되는 대기업의 주5일제를 앞두고 중소기업들은 주5일 근무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는 바로 임금인상이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인상은 기업에게 문을 닫으라는 명령이나 다름없다.
“주5일 근무 좋아하다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직장 잃어 주 몇일 따진다는 게 얼마나 사치였는가를 알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어느 네티즌의 일갈은 정곡을 찌른다. 일자리 제공하는 것보다 확실한 복지가 어디 있는가.
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근로시간 단축은 원가를 높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구매담당자는 납품단가를 깎아야 유능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니 납품단가를 무조건 깎으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대금회수는 장기화된다. 봄에 납품하고 가을에 대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흔하다.
대기업 강성노조는 투쟁을 통해 임금을 높인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를 확대해서 중소기업 기피현상을 초래한다. 정책당국이 해야할 일은 분명하다. 중소기업 지원한다는 말 하지말고 중소기업의 발목을 묶는 일부터 먼저 걷어치워라. 그게 정책의 몫이다.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중소기업의 사활은 중소기업인에게 달려 있다. 중소기업은 겨울나무가 돼야 한다. 겨울에는 나무가 자라기 힘들다. 하지만 모진 추위를 겪으며 자란 나무는 훨씬 단단하다. 희망은 절망의 끝에서 온다고 했다. 절망의 끝에 희망의 열매가 맺히는 것이다.

류 동 길
숭실대학교 명예교수·경제학
yoodk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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