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되는 날’이면 CEO는

K사장은 요즘도 한달에 한 번 회사 문을 닫는다. 일요일이나 공휴일이 아닌 평일 한달에 한 번 회사 문을 닫는 것이다.
그 날은 아무리 바쁜 사원도 회사 업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 날은 사원 전체가 일에서 손을 떼고 교육을 받는 날이다. 말이 교육이지 오전에는 주로 편을 갈라 족구나 탁구, 배구 같은 경기를 한다.
오후에는 저명인사를 초청해 1시간 정도 강의를 듣는다. 강의도 교양강좌식의 이론 강의가 아니고, 그 저명인사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어떻게 넘겼느냐 하는 체험담을 주로 듣는다.
나머지 시간은 회사와 사원이 하나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K사장은 그 날을 ‘하나 되는 날’이라 이름하고 있다. 그 시간에는 회사의 앞으로의 전략, 신상품의 소개, 신입사원을 전사원 앞에 인사하게 하고, 표창을 받거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는 사람에 대한 축하도 겸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사장이 직접 사원들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K사장은 그 시간에 최고의 소비자를 모시는 기분으로 나선다. 회사의 재무현황을 사원들에게 알려 줄 때는 은행 간부나 세무서 조사반 앞에 선 기분으로 임한다. 그날 K사장은 차림새를 깔끔하게 하느라고 애쓴다.

대기업이 떳떳치 않은 이유는

사원들과 고락을 같이 함은 물론, 회사의 어떤 일도 사원들에게 다 알려야만 투명경영이 되고, 노사간에 생길 수 있는 오해나 충돌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K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대기업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래서 중소기업 경영은 서툴줄 알았는데 정반대였다.
재벌에 속하는 대기업은 투명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떳떳치 않은 구석도 있고 법률적으로는 떳떳해도 도덕적으로는 당당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는 것을 대기업 근무 24년에 뼈저리게 느낀 K사장이다.
그래서 자신이 CEO가 된 다음 회사는 사원과 운명까지라도 공유할 생각이 없으면 크게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회사는 불길처럼 일어났다.
창업 10여년에 자사 빌딩을 짓고 공장도 갖게 됐다.
K사장의 경영능력도 탁월했고 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사원들이 달려들어 키운 회사라고 K사장은 말하고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경리과에 와서 장부나 전표까지도 검토해 보라고 한다. 우선 회사를 사원들 앞에 공개하는 그의 경영전략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던 것이다.

자사 상품을 애용하지 않는 사원은

그렇게 되면 사원 전체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홍보맨 역할을 맡게 된다. 거래처에 가든, 은행에 가든, 세무서에 가든, 소비자를 만나든 자기 회사가 하고 있는, 사원들의 마음에 드는 부분을 떠들어대는 것이다.
돈주고 광고하는 것만이 홍보는 아니다. 사원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자기 회사 자랑을 한다면 TV광고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
K사장의 자신만만한 공개주의 경영이 아니더라도 사원들이 회사의 자발적인 홍보맨이 되도록 하라. CEO는 사원들에게 당당히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더구나 중소기업은 사원들이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성장할 길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신제품이 나와도 광고비를 지불할 형편이 안되는 중소기업은 사원들이 홍보맨이 돼 줘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신제품이 나오면 생산부서나 영업부서만 열나게 뛰는 것이 중소기업의 현실이다. 그래 가지고 언제 회사를 키울 것인가?
전사원이 신제품 홍보맨이 되게 하라. 상품에 대해서 무식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자기 회사 상품을 애용하지 않는 사원은 대기발령하거나 내보내라.
사원 전체가 홍보맨이 된다면 중소기업 CEO가 여기저기 혼자 뛰어야 하는 원맨 플레이는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commukim@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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