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사후약방문이라는 말이 있다. 사건(event)이 발생한 후 재발방지노력은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현재 발표되고 있는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 금융정책을 보면 이러한 현상이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최근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자금의 금리인하 및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신용보증의 확대지원을 발표해 금방이라도 금융시장에서 자금공급이 원활하게 집행될 것 같은 기대감을 불러주고 있다. 그러나 추경편성권을 쥐고 있는 재경부에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하고 더 나아가 ‘중소기업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필요하다면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중소기업금융정책을 공표하겠다고 하니 정책의 시의성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뒷북치는 中企 애로조사
비록 신용보증기관과 금융권의 지원으로 만기 도래된 여신과 프라이머리 CBO보증이 연장되거나 일반보증으로 전환돼 중소기업의 신용대란은 피하고 있지만 이러한 미봉책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함에도 실태파악을 이유로 지체되고 있는 것은 정책의 시의성을 경감시킬 수 있는 행태다. 경제에 다수를 점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안정되지 않고서는 경제의 활력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의 경제구조하에서는 경제회복 속도의 지연은 물론 사회적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 실시되고 있는 재경부의 ‘중소기업실태조사’ 설문내용을 들여다 보면 과연 정부 부처간에 중소기업정책이 조율되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 마저 든다. 중소기업 문제와 산업간 균형발전을 다루고 있는 중소기업청과 산업자원부는 물론 민간기관으로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등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는 작금의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굳이 새로운 실태조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협중앙회는 매년 ‘중소기업애로실태조사 보고서’를 편찬하고 있다. 이 책자에는 금융·세제부분 및 노동과 임금부분 등 대략 5개 부분으로 나뉘어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조사돼 있다.

보증기관 운용배수부터 늘려야
중소기업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나열하고 있어 중소기업 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학계에서 긴요하게 활용하고 있는 보고서다.
정책당국에서 유관부처나 민간기관의 보고서를 활용하는 것은 고유업무를 존중하면서 정책선택의 오류를 방지하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정책의 사전적 조율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후 한국대표팀 감독이던 히딩크(Guus Hiddink) 경영철학이 회자된 바 있으며 이와 관련된 책자가 한동안 서점가에 베스트셀러가 된 바 있다.
모든 일에 구성원간의 팀웍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내수침체가 장기화되고 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정부 부처간은 물론 민·관의 긴밀한 팀웍 형성 및 상호존중은 정책의 시의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덕목이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을 감안해 중소기업금융정책이 사후약방문이 되지 않도록 우선 신용보증기관의 보증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용보증기관은 운용배수(신용보증잔액/기본재산)를 통한 신용보증의 승수효과를 창출하고 있는데 실증적으로 정부는 경기침체기나 신용경색이 심화되는 때 높은 운용배수 유지를 통한 실물경제의 회복을 유인한 바 있다.
현재 신용보증기관의 운용배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아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추경편성에 앞서 운용배수의 적극적인 운영을 통한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신용보증기관의 기본재산을 고려할 때 운용배수를 1~2배 높이면 보증공급규모는 약 2~3조원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바 중소기업의 경영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과감한 신용보증정책 추진이 바람직하며 추후에 국회의 추경예산편성을 통한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대규모 정부출연금을 제공함으로써 신용보증시장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것이 정책의 시의성을 제고하는 일이다.

조 길 종
기술신보팀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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