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경제발전 전략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새롭게 짜겠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경기침체가 깊어질수록 고통의 강도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측에 더 높게 나타난다. 최근에는 원자재난까지 겹쳐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하면 자금난이나 저임금, 기술애로 등과 같은 부정적 요인들을 연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미지를 어느 세월에 불식시킬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문제만큼이나 풀기 어려운 것이 중소기업 생존을 위한 해법을 찾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중소기업 고통의 근원이 무엇 때문인지는 잘 알고 있다. 그 발단의 하나는 당연히 대기업과의 차별성에서 비롯된다. 중소기업은 일단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태어났다. 이것이 바로 기업격차의 문제이다. 새삼스레 중소기업과 대기업간의 규모 및 기술력 차이에 의한 기업 경제력 격차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다른 여타의 차별 내지 격차(gap or divide)가 대부분 기업격차의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격차는 임금격차를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임금격차는 곧 중소기업에 대한 선호도를 낮춰 근무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며, 기업이미지를 저하시켜 궁극적으로는 브랜드격차를 파생시키기도 한다. 또한 임금격차의 문제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가중시키게 되고, 이러한 인력난 문제는 다시 중소기업의 기술격차를 부채질하게 된다.

경제 규모 차이가 모든 문제 시발점
즉,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기업격차 문제는 자금난 애로 → 임금격차 확대 → 중소기업 고용기피 → 이미지저하·인력난 가중 → 브랜드격차·기술격차 확대 → 기업격차의 확대라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동시에 기업격차의 문제는 정보격차를 야기시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곤란하게 만든다. 중소기업은 아무래도 자금압박에 시달려 정보화 투자를 게을리 하게 되고 그 결과는 정보격차로 나타나 디지털 전환을 지연시킨다.
이는 곧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시대변화에 따른 경쟁 대열에서 한 걸음 뒤지게 만드는 결과이다. 즉, 중소기업의 기업격차 문제는 역시 중소기업 자금난으로 인해 기업에 필요한 정보의 수집·가공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정보화 투자를 지연시켜 정보격차를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기업격차를 더욱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격차의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업이 소재하는 장소적 격차, 즉 수도권 소재 기업과 지방소재 기업간의 격차도 큰 문제가 된다. 영세규모로 인한 판로개척 등 마케팅 능력의 격차도 중소기업의 과제이며, 이와 같은 격차의 악순환은 좀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로 존재한다.

자유경쟁은 中企 설 자리 빼앗아
최근 중소·벤처기업들이 휘청거리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업격차에서 출발한다. 디지털 시대라 해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스피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는 논리는 규모의 경제효과와 이율배반적이다.
기업격차와 이것이 야기하는 임금격차 및 정보격차의 3요소는 중소기업에게 힘겨운 과제를 안겨준다. 기업격차=임금격차=정보격차로 연결되는 등식의 의미는 중소기업을 어렵게 만드는 데에는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중소기업들은 이제 이러한 등식을 타파하지 않으면 안 되며, 이들이 부수적으로 파생시키는 갖가지 격차들을 해소하는 데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그리고 기업격차가 야기하는 여러 가지 악순환들을 선순환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들 격차를 해소하는 데에 특단의 방법은 있을 수 없다. 비록 정부의존형 내지 정부주도형 경제가 될 것이라는 비난의 대상은 되겠지만 전적으로 정부정책에 의존해야 할 부분이 크다.
시장원리를 내세운 자유경쟁은 중소기업의 설 자리를 빼앗는 절차와 마찬가지다. 마치 사회활동에서 장애우들이 보호 받아야 하는 것처럼 경제활동에서 중소기업들은 일정 부분 정부정책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있기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 전략으로 경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기업격차는 범위의 경제 효과로 풀어나갈 수 있다. 때마침 디지털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이므로 범위의 경제 효과는 중소기업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우리의 경제마인드 속에는 덩치 큰 기업에 대한 환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러한 사고의 불식도 전제돼야 한다. 또한 임금격차의 문제는 중소기업 자체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정보격차 해소와 더불어 정부의 지원정책을 필요로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일각에서 중소기업 R&D 예산지원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정책의 중심에 중소기업을 두겠다고 발표하는 등 중소기업에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조금이나마 중소기업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여진다.

박 문 서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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