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는 ‘10만 양병’의 첫단추

대한민국이 지난 8년간 1만불의 덫에 걸려있는 동안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일본이 경제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의 불황속에서 기업들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과정을 거쳤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40만 제조업체들중 약 4분의 1인 10만개가 이슬로 사라졌고 이제 일본은 살아남은 30만 제조업체들을 중심으로 세계정복에 나서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저렴한 인건비와 광활한 내수시장, 급속히 발전하는 IT기술 등을 무기로 일본과 맞불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10만 중소제조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본지는 벼랑 끝에 몰린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 10만 제조업체 하나 하나를 ‘일당백(一當百)’의 강한 군사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판단아래 ‘10만 중소제조업 양병(養兵)’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기획시리즈 그 첫 번째 편은 ‘중소기업 정보화 성공전략’.
본지는 ‘기업 정보화’가 병사(중소기업)들을 최첨단 무기로 장착시키는 과정으로써 기업경쟁력 제고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로 판단했다.
첫 단추를 제대로 꿰야 나머지 단추를 맞출 수 있는 법. 본지는 첫 단추를 맞추기 위해 중소기업 정보화정책의 추진주체인 중기청 산하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원장 백낙기)과 공동으로 ‘中企 정보화 성공전략’을 취재했다.
글 싣는 순서는 첫주 ‘성공적 IT화를 위해’, 둘째주 ‘우린 이렇게 성공했다(上)’, 셋째주 ‘우린 이렇게 성공했다(下)’, 네째주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의 순이다.

IT화, 정보화, ERP구축 …. 정부와 각 언론이 ‘기업 정보화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4∼5년이 지났다.
그러나 요즘같은 불황속에서 자금·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에게 정보화라는 얘기는 왠지 사치스럽게 들리기도 한다.
특히, IT화를 추진한 기업들중에서 ‘큰 재미를 못봤다’는 업체들도 상당수 있어 정보화에 대한 불신마저 들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정보화를 해야 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보화는 현대사회에서 살아남기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필수과목이다.
기업인들은 철저한 시장경제론자들이다. ‘이익’이 없는 곳엔 눈길을 주지않는다.
따라서 이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정보화가 정말 돈이 될까요?’일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답은 ‘돈이 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한다’이다.
정보화는 ‘도구’다. ‘도구’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돈을 벌고,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돈을 못번다.
그러나 정보화는 피할 수 없는 ‘생존도구’다. 언젠가는 반드시 가져야 하고 이를 자유자재로 활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정보화를 기피하는 사람은 마치 ‘총과 대포의 시대속에서 활과 창을 고집했던 구한말의 국수주의자’와도 같다.

내몸에 맞는 정보화를 추진하라
‘정보화’라 하면 보통 ERP(전사적자원관리)를 많이 생각하지만 정보화의 종류는 여러 가지다.
직원들간의 지식공유와 협업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웨어’, 고객들의 성향분석과 판매가 우선시되는 ‘CRM’, 제품구매 및 판매경로를 정보화하는 ‘SCM’ 등 다양하다.
이는 자신의 회사가 어떤 업종과 규모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정보화의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자사의 특성과 규모에 맞지않는 정보화를 추진한다면 이는 마치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이 여객선을 구입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규모가 영세한 중소기업의 경우 정보화시스템을 임대해서 활용하는 ‘ASP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자사의 정보화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시스템을 도입해야 최선인지 감이 안오는 경우 IT컨설팅 전문기관에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소기업청 산하의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www.kimi.or.kr)은 ‘정보화혁신 종합컨설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이를 신청하면 비용의 75%범위내에서 400만원∼15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 스스로 정보화수준을 측정하는 자가진단법도 나와 있다. 사이버 IT기술지원센터(www.cyberit.re.kr)에서 무료로 자신의 정보화수준을 직접 테스트해 볼 수도 있다.

시스템 도입은 곧 시작
기업정보화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정보화는 시스템을 도입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다.
많은 기업들이 회사내에 컴퓨터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설치, 전산실을 새롭게 하는 수준에서 만족하고 있다.
정보화를 ‘수작업으로 하는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정보화가 아니라 전산화다.
전산화만을 위해 정보화를 추진하는 사람은 마치 벽돌쌓기 오락게임을 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구입한 사람과 유사하다.
진정한 기업정보화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조직의 행동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앞서 정보화계획수립(ISP) 및 업무프로세서 표준화(BPR)와 같은 사전작업이 대단히 중요하다.
경영자가 달성하고자 하는 정보화수준과 목표를 정확히 설정하고 끊임없이 조직을 변화시키는 작업이 바로 기업정보화의 ‘성공열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산실에서 주도하지 마라
“정보화는 컴퓨터를 좀 아는 사람이 주도해야지!”
정보화를 오해하는 대다수 경영자들이 하는 얘기다. 그러나 정보화를 전산실에서 주도하면 거의 대부분 실패한다.
기업정보화는 자전거에 익숙한 모든 직원들을 녹색 자동차면허소지자로 바꾸는 작업이다. 전산실도 자재부서, 영업부서, 생산현장부서 등과 똑같이 정보화 과정의 일부가 되는 것일뿐이다.
오히려 생산공장의 직원들이 정보화에 있어 더 중요하다. 투박한 손을 가진 이들이 모든 작업을 정보화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은 최고경영자다. 회사의 경영목표를 가장 잘 알고 있고 모든 부서의 활동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부서직원간의 마찰과 불만의 목소리를 포용력으로 감싸 안으면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중단해서는 안된다.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
사무실과 생산현장 정보화가 이루어져 회사전체가 ERP시스템으로 가동된다 하더라도 직원들은 더욱 성실하고 부지런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직원들은 업무처리와 동시에 전산입력을 처리해야 하며 표준화된 업무프로세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화 초기에는 수작업과 전산작업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업무량이 일시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와 생활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어느 정도 기업정보화가 성공했다하더라도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직원들 사이에 ‘요요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요현상이란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이 과거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비만으로 돌아가는 현상을 말한다.
정보화 문화가 기업에 완전히 체득될 때까지는 CEO와 임직원들은 서로를 독려하고 목표를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해야만 한다.

◇사진설명 : PDP, LCD, 휴대폰 등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이레전자산업(주)는 ERP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매출이 2배로 증가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