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중소기업 지원은 분야별, 성장단계별로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 정부의 각 부처에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 배양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지원시책, 구조개선지원시책, 정보화지원시책 등이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되고 있다. 경영안정을 위해서는 금융지원시책, 인력지원시책, 하도급거래 공정화시책, 사업영역보호시책 등이 지원되고 있다. 창업촉진을 위해서는 벤처육성시책, 창업촉진시책 등이 있고, 또 사회적 약자인 여성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소외부문지원시책 등이 있다.
중소기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총망라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의 중소기업 전문가들이 한국만큼 중소기업지원정책이 다양하게, 세분화돼 지원되는 나라가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지원정책이 충실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충실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 왜 중소기업은 항상 어려움을 호소할까? 지원정책만 본다면 정부가 유도하는 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중소기업은 성공해야 할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한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는 아무리 어려웠을 때라도 정책금융과 같은 지원정책을 사용한 적이 없고, 아니 사용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했었고 그것이 결국 현재의 자기를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아무리 여러가지 면에서 도와주더라도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스스로의 자구노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중요
즉 성공의 필요조건은 중소기업 스스로의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중소기업이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시장에서 해결 또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게 되고 이는 중소기업 지원시책의 형태로 구체화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노력과 정부의 지원시책이 최적의 상태로 조화를 이룰 때 중소기업은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지원시책을 보면 지원의 목적 면에서는 타당하나 실제 집행 후에 나타나는 결과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메뉴를 갖췄으나 효과가 미흡한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미약한 지원의 하부구조이다. 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지원하느냐 만큼이나 ‘어떻게’ 지원하느냐가 중요한데 정책당국은 이 부분을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

기존 정책 재정비해 효율성 높여야
제한된 자원을 배분하기 위한 절차인 심사·선정·추천 과정이 지원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전제조건임에도 불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각종 선정위원회·추천위원회가 형식적으로, 혹은 무책임하게 운영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위원들의 책임 강화와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 이러한 기능을 충분히 담보할 수 없다면 시책의 집행을 과감히 유보할 수 있는 결단도 필요하다.
중소기업 지원 하부구조의 두 번째 축은 실제로 중소기업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업체의 역량이다. 예를 들어 컨설팅, 교육사업, 정보화사업 등의 경우에 이를 담당할 충분한 인력이 있는지를 정책수립 전에 먼저 파악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수요가 있다고 해서 전문가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시행부터 한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자명할 것이다.
세 번째 축은 지원 후 평가와 모니터링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중소기업 지원사업에는 이해관계가 상이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집행기관, 사업수행기관, 중소기업들이 참여하게 되는데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업평가를 포함한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이 사업 성패의 중요한 요인이다. 모니터링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각 부처들은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부분에 예산을 확보하느라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비 성격의 예산 확보에는 소홀한 경향이 있고 이것이 지원의 효과성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례를 들자면 지원사업을 평가하는 담당자가 일용직·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아 책임 있는 평가가 구조적으로 어렵고 지원사업 참가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얼마 전 대통령은 중소기업을 정책의 제일 파트너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반가운 성명임에 틀림없다. 이제 정부의 숙제는 새로운 정책의 생산보다는 복잡·다양한 기존 정책을 단순·명료하게 재정비하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지원의 하부조직·구조의 내실을 기해 지원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심 우 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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