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니·태국 등 '경제성장 떠받치자' 총력전 돌입
"무역전쟁으로 인한 수출·투자 위축에 완충효과 '글쎄'"

<연합뉴스>

 

[중소기업뉴스=이준상 기자]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각국이 통화정책에 이어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서두르고 있다.

28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탓에 경제성장에 차질을 빚는 아시아 국가들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달 5조8000여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확정하고 내년도 예산안도 513조원대로 올해보다 9%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추진하는 데 이어 경기 악화 때 비상조치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부도 경기 부진 때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떠받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태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3%를 지킨다며 3160억 바트(약 12조5000억원)에 달하는 긴급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홍콩 정부도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191억 홍콩달러(약 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양책을 최근 제시했다.

각국의 이런 행보는 글로벌 경기 악화에 맞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은 정부의 노력으로 주목된다.

올해 들어 아시아에서는 한국, 인도, 인도네시아, 홍콩, 태국,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등이 기준금리를 내렸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인 캐트리나 엘은 "글로벌 수요가 눈에 띄게 악화하면 적극적 통화정책 완화의 범위가 제한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애널리스트 신벵옹은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리스크가 여전한 상황에서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까지 모든 정책 수단이 공세적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쪽으로 기대가 변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을 제외하면 유럽 선진국들이나 남미 신흥국들보다 재정적자 규모가 작다.

그 때문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부양하는 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면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코샤뱅크의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툴리 매컬리는 "아시아 국가 대다수는 유럽보다 경기를 떠받치는 게 훨씬 더 쉽다"고 말했다.

매컬리는 아시아 국가들이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외환보유액을 넉넉하게 늘리고 외채는 줄인 까닭에 경기 대응력이 예전 위기 때보다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재정 확대 정책이 미중 무역전쟁 격화를 완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역전쟁은 교역량을 줄일 뿐만 아니라 불확실성을 증폭 시켜 기업의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등 아시아 국가들에 광범위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이코노미스트인 타마라 매스트 헨더슨은 "재정정책이 가용한 선택지이긴 하지만 무역전쟁 악영향에 큰 완충작용을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무역전쟁의 직접 타격을 받는 수출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헨더슨은 "피해가 수출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며 "(경제성장의 다른 한 축인) 투자도 무역전쟁의 또 다른 희생양"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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