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대 美호텔 인수 만지작…‘박현주 마법’주목

중국 자본이 해외 부동산 쇼핑을 한다는 소식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중국의 보험재벌이라 불리는 안방(安邦)보험은 전 세계의 호텔을 그간 수십개 매수하면서 재력을 과시했었는데요. 지난해 8월 안방보험은 넘치는 부동산 중에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의 호화 호텔로 손꼽히는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의 에식스 하우스 호텔, 와이오밍 잭슨홀의 포시즌스 호텔, 시카고와 마이애미의 인터콘티넨털 호텔 등이었는데요. 모두 15개 호텔을 일괄 매각하기로 한 겁니다.

거래 금액이 워낙 큰 부동산이라, 이를 매수할 주체로 사모펀드나 국부펀드가 아니면 힘들 정도였고, 매수하겠다는 소식도 지난 1년간 잘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 한국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나왔죠. 다름 아닌 미래에셋그룹이 안방보험이 내놓은 미국 호텔 15곳을 사들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뉴스입니다.

미래에셋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주인공입니다. 이번 계약이 성사되면 무려 55억 달러, 우리 돈 66600억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해외 부동산 투자가 되는 겁니다. 협상이 잘 진행되면 주식 매매계약 체결, 잔금 납입까지 고려할 때 10월말 미래에셋은 호텔 소유권을 얻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방보험이 해외 부동산을 매각하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른 겁니다. 중국에서 금융업은 국가가 관리 운영한다고 보면 됩니다. 중국의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라는 것이 있는데,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비슷한 조직이면서도 막강한 권한이 있는 곳이죠. 안방보험이 몇 년간 경영난에 빠지면서 해외 자산 매각을 실행한 거였죠.

아무튼 중국의 부동산 큰 손인 안방보험이 내놓은 물량을 한국의 금융 큰손인 미래에셋이 거둬들이는 일은 상징적인 이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규모가 큰 금융회사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부동산이 금융 보다는 안전자산이라는 것이 입증돼 왔기 때문입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3년부터 기존 오피스 빌딩 중심에서 특급 호텔과 리조트로 부동산 투자처를 옮겨 왔습니다. 2013년 호주 시드니 포시즌스 호텔을 3800억원에 인수했고, 2015년 미국 하와이 페어몬트 오키드 호텔을 2400억원에,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은 52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또 서울 포시즌스호텔도 5200억원을 투입해 매입했습니다. 이밖에도 미국 하와이와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매입에 1조원이 투자되기도 했습니다.

그때부터 맷집이 큰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7조원 가까운 부동산 투자는 그룹의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갑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중심으로 미래에셋대우 등 계열사와 외부 기관이 참여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컨소시엄은 지난 2011아쿠쉬네트인수를 연상케 합니다.

미래에셋그룹은 2011년에 휠라코리아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세계 최대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했습니다. 당시 인수금액만 125000만 달러(14000억원)였습니다. 미래에셋 쪽 진영에서 6억 달러를, 휠라코리아가 1억 달러를 각각 출자했고 산업은행 등 시중은행이 대주단으로 나서 5억 달러를 투입해 거래를 성사시킨 바 있습니다.

이번 15곳의 미국 호텔 인수는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전략고문(GISO)을 맡고 있는 박현주 회장이 총괄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박현주 회장은 20183월 미래에셋대우 회장직을 내려놓고 2개월 뒤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의 비상근 회장에 올랐습니다. 국내 사업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해외 사업 확장과 투자에 전념하겠다는 겁니다.

1997년 미래에셋을 출발시키고 글로벌 투자 확대로 증권업계 1위가 된 박현주 회장을 두고 업계에서는 박현주의 마법이라고 부릅니다. 마음 먹고 손을 댄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낸 것에 빗댄 표현입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까지 손을 뻗친 그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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