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이익보다 고객의 마음을 사라

우직한 신뢰가 진짜 성공비결

고졸 출신 스타트업 스타, 100억원대 빚을 털고 일어선 78기의 살아있는 신화, 수백억원 투자를 유치하고 장래 유니콘(스타트업 중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기업) 기업으로 기대되는 집닥의 창업자. 박성민 집닥 대표를 묘사하는 말은 끝도 없다.

구릿빛 피부, 떡 벌어진 어깨, 강렬한 첫 인상은 박성민 대표가 살아온 길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소위 현장 냄새가 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박성민 대표는 건설 현장에서 일을 배웠다. 건축 사무실을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현장에 끌려 다녔다. 쓰레기를 줍고, 벽돌을 날랐다. 잡부를 하며 현장 생리를 익혔다.

 

소비자·업체 윈윈 해결책 제시

군대를 제대하고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인테리어, 분양대행사, 건설시행사 등을 차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취미를 살려 IT회사도 운영해봤다. 재미도 봤지만 결국 다 망했다. 건설시행사는 100억 원대 부도를 맞았다.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달았다. 자살 생각을 수십 차례, 자살미수도 수 차례 했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서울로 상경했다. 다시 막노동 판으로 갔다. 고단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버텼다.

기회는 슬그머니 찾아왔다. 지인의 요청으로 새로운 일을 맡았다. 지인은 박성민 대표의 능력을 높게 샀다. 실패도 경험이고, 자산이었다. 박성민 대표는 아빠컴퍼니의 공동대표로 일하며 요리버리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다. ‘맛집 배달중개사업이었다. 여기서 O2O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 플랫폼 사업에 눈을 떴다.

하지만 목 말랐다. 다시 자기 사업을 하고 싶었다. 창업 교육을 받았다. SK텔레콤에서 지원하는 T아카데미에 들어가 체계적인 경영 수업을 받았다. 좋은 인연도 만났다. 아카데미 동기들과 함께 20157월 집닥을 창업하고,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

집닥은 박성민 대표에겐 최적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잘 아는 사업과 유망한 비즈니스를 한 데 엮었다. 인테리어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늘 가까이 있던 분야였고, O2O 비즈니스는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다. 집닥의 인테리어 O2O 서비스는 이렇게 시작됐다.

인테리어 업계는 불투명한 시장이었다. 표준 가격이 없고, 부르는 게 값이다. 심지어 자재 가격도 업체마다 달랐다. 고객은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지만, 비교할 레퍼런스가 없다. 업체의 실력을 알아볼 방법도 별로 없다. 입소문이나 인터넷 댓글 정도인데, 이마저 반신반의다.

업체 역시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 우선 자기를 알릴 마당이 많지 않다보니, 동네 장사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 아무리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도 싼 가격만 들이미는 고객들에겐 답이 없다.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를 거는 업체들로서는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집닥은 소비자와 인테리어 업체 모두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인테리어를 원하는 고객이 자기 집이나 오피스 사진을 플랫폼에 올리면, 인테리어 업체들이 견적을 전달한다. 소비자는 견적을 비교할 뿐 아니라 해당 업체의 이전 시공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주변 정보가 확보됐다. 시공 업체는 자기 실력을 과시할 홍보의 장이 마련됐을 뿐 아니라 공사에 참여할 기회도 많아졌다. 집닥에 따르면, 한 신생 업체는 수개월간 광고전단, 인터넷 광고 등에 돈을 썼지만, 한 건도 공사를 딸 수 없었다. 하지만 집닥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3건의 공사를 따내 마케팅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재시공보장·안심결제 전면 제시

고객과 업체를 이어줄 뿐 아니라,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다. 여타 O2O 플랫폼은 고객과 업체를 연결만 해줄 뿐, 이후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두 손 놓기 일수다. 하지만 공사 현장 경험이 많은 박성민 대표는 하자 보수, 유지 관리가 고객만족과 브랜드 관리에 열쇠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3년 무상 애프터서비스를 비롯해 재시공 보장제도, 안심 결제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고객이 떠안던 리스크를 집닥이 대신 껴안았다.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집닥이 비용을 내고 인테리어 업체에 재시공을 지시한다. 사후 애프터서비스의 경우엔, 초기 1년은 시공업체가 비용을 부담하고, 이후 2년은 집닥이 비용을 책임진다. 차별화된 서비스인 동시에 본질적인 서비스다. 인테리어 현장에선 부실시공, 공사 지연 문제가 늘 골치를 썩힌다. 인테리어 공사에서 사후관리는 공사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시장의 요구를 긁어준 집닥은 창업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업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월 거래액은 140억 원, 누적 거래액은 약 2200억 원에 이른다. 파트너 업체수는 600여 개를 넘었다. 고객 만족도가 낮거나 품질 보증이 안 되는 인테리어 업체들을 떨어내고 난 다음 수치다.

알토스벤처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캡스톤 같은 국내 최고 벤처캐피털에서 2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사업 성장성을 인정받은 것. 일부에선 집닥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어서는 유니콘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근엔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 LG유플러스, 현대리바트, KEB하나은행, 현대캐피털, 로얄앤컴퍼니 등과 재무 및 비재무 분야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다. 지난달 삼성전자와 가전 인테리어 행사를 열었다. 집닥을 통해 인테리어 공사를 마친 고객은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품을 할인 받거나 경품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비스포크는 공간에 따라 구성을 달리 할 수 있는 모듈형 냉장고다.

비즈니스 센터 운영사 르호봇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와도 MOU를 맺고 공유 오피스 시장 인테리어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르호봇은 전국 55개 비즈니스 센터를 보유, 입주사에게 사무시설과 기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세무, 디자인, 마케팅 등 분야별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기업 애피어와 손잡은 것도 눈길을 끈다. 애피어는 고객 선호도와 관심사를 분석하고, 고객에게 적합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P&G, 에스티로더 등 세계 1000여개 브랜드가 애피어의 자동화된 솔루션을 이용하고 있다. 집닥은 애피어 솔루션을 통해 고객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인테리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건축 중개 플랫폼인 집단 건축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비자 불만, 내일까지 처리하자

성공 비결이 무엇일까? 유사한 서비스가 많은 시장에서, 적은 자본금을 가지고, 어떻게 1등에 오르고 유지할 수 있을까? 박성민 대표는 그런 건 없다고 말한다. 박성민 대표도 창업 초기엔 A/S 3, 에스크로, 집닥맨(시공 현장 관리자) 등이 차별화 요소라고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건 부차적인 요소라고 생각됐다.

1등에 목을 매지 않는 것도 성공 비결일까? 대기업이 뛰어들어도, 경쟁사들이 잘 나가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박성민 대표는 말한다. 집닥은 집닥이 가장 잘 하는 일에 집중하고, 경쟁사는 경쟁사가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며, 시장 전체 파이를 키워가자는 게 박성민 대표의 생각이다. 업계, 매출목표 등 수치에 얽매이는 순간 더 조급해지고,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을 수차례 경험으로 배웠다. ‘오늘 소비자 컴플레인을 내일까지 처리하자는 태도, 충실함. 이런 것들이 원대한 목표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실패를 통해 익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박성민 대표는 말한다. 직원과 고객이야말로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힘이라는 것. 이때문에 회사 안에선 개인 성과보다 협업을 강조하고, 직원들의 소속감과 만족감, 복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급여일에 맞춰 임직원 부모님 통장으로 일정 용돈을 지급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회사 밖에선 당장의 이익보다는 고객의 신뢰를 사는 데 더욱 힘 쓰고 있다.

 

- 차병선 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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