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효성의 전주공장을 방문했습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신규 투자 협약식 행사였습니다. 여전히 한일 무역전쟁에 따라 소재 국산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탄소섬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이날 문 대통령과 효성의 조현준 회장이 주고받은 말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문 대통령이 첨단소재 개발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거죠?”라고 묻자 조 회장이 , 자신 있습니다라고 답을 했습니다.

효성은 탄소섬유 글로벌 톱3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주공장은 그 대장정의 길을 가기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죠. 조 회장은 대통령에게 사업 설명을 하면서 2028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탄소섬유가 도대체 뭐길래, 대통령이 효성 사업장까지 찾아와서 의지를 확인하는 걸까요.

탄소섬유는 미래산업의 쌀이라는 애칭이 있습니다. 각광받는 신산업 소재죠.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가 25%에 불과합니다. 반면 강도는 10배 이상 강하다고 합니다. 또한 철과 달리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어 용도에 제약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걸 가지고 자동차용 내외장재를 만들 수도 있고, 건축에서 보강재로 쓸 수도 있고 우주항공 산업에도 쓰이는 등 모든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거죠.

이번에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서 가장 큰 타격 중 하나가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불화수소가스의 수출규제도 이슈였지만, 바로 일본산 탄소섬유도 수출규제 대상이었죠. 그래서 한국에서 이 소재를 개발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효성의 역할과 중요성이 부각된 겁니다.

효성의 탄소섬유 브랜드명은 탄섬입니다. 개발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1,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일본·미국·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국산화의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 거죠. 조 회장은 전주공장에서 10개의 생산라인을 2028년까지 증설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1개 생산라인에서 보통 탄소섬유가 연간 2000톤이 나온다고 하니 10개 생산라인 증설시 2만톤 이상의 생산규모가 가능합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2%대인 효성이 증설을 완료하는 2028년이 되면 10% 시장을 점유하게 됩니다. 겨우 10%밖에 안되냐고 반문하겠지만, 워낙 시장의 경쟁자들이 많다보니 10%만 달성해도 업계 3위가 됩니다.

요즘 한창 소재 국산화 개발이 화두이지만, 기업이 알아서 독자적으로 추진하던 곳은 별로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소재 및 부품은 글로벌 공급망을 잘만 확보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국산화를 위한 투자는 기업전략에 있어 후순위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효성은 묵묵히 소재개발에 노력해 왔습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같이 발등의 불이 떨어진 정부에게는 효성과 같은 기술기반 기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포지션이 되는 겁니다.

효성은 그간 소재·부품 제품 가운데, 스판, 타이어 보강재, 에어백, 시트벨트 원사 등을 국산화해 세계시장 40% 이상을 차지하는 1위 제품으로 만들었습니다. 효성은 창업 초기부터 기술이 자부심이 되는 회사로 기업의 DNA를 키워왔습니다. 효성 등 지주사를 비롯해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사업회사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 중입니다.

올해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글로벌 경기 침체 등 3대 악재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라 앞으로의 미래가 더 주목받는 대목입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