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부터 시작된 더위는 한여름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앞을 가로막아 서고 있다. 자연 햇살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문명의 이기의 물품들. 에어컨의 열기와 아스팔트 지열까지 가세해 도시는 숨막힌다. 습하고 끈적거리는 기운이 온 대기를 휘감아오고 있다. 당연히 따라붙는 불쾌지수. 시원한 계곡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잠시 산바람, 강바람에 몸을 싣고 싶다. 경기도 일원 곳곳에 숨겨진 계곡이 많지만 아직까지 청청함을 자랑하는 곳은 단연코 가평군 북면 지대다. 늘 이렇게 더위가 찾아올 때면 가평이 떠오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가평군 북면은 천혜의 자연림과 빼어난 경관 때문에 지난 85년 9월 환경처에서 청정지구로 고시한 지역이다. 가평군에는 폭포만 해도 부지기수다. 칼봉산에 있는 수락폭포와 용추폭포는 기본. 북면 안쪽으로 들어가면 임산이라는 곳에 임산폭포가 있고 명지산에도 여러 개의 폭포가 있다. 더 위로 올라가면 조무락골이 나오는데 그 위로는 화천과 연계된다. 도마치계곡과 용소, 무주채 폭포가 있다.
여러 폭포와 계곡을 한꺼번에 돌 수 없는 일. 여러 곳을 다 좋아해서 어느 쪽을 소개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 그 중에서도 계곡에서 더위도 식히고 울창한 숲그늘로 햇살을 가리면서 가벼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복희동 폭포를 권할만 하다. 다른 폭포는 대부분 5~10분 정도로 운동량이 적은 편이다. 대신 석룡산의 복희동 폭포를 감상하려면 40여분 정도가 소요되야 한다.
시원한 계곡물의 시원함과 폭포의 찬이슬은 금방 더위를 사라지게 한다. 석룡산이 있는 북면 일원을 두고 ‘경기도의 알프스’라 부르고 있다. 경기도 최고의 오지이자 마지막 비경지대인 석룡산엔 지금도 희귀식물이 많이 살고 있는 자연의 보고이다.
석룡산(1,155m)은 가평군 북면과 화천군 사내면에 걸쳐 있다. 정상에 서면 동남쪽으로 경기도에서 제일 높은 화악산을, 서남쪽으로는 두 번째로 높은 명지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전망 또한 일품이다. 정상까지를 목적지로 하지 않아도 좋다.
석룡산 자락을 흐르고 있는 5km 정도 계곡을 조무락골이라고 한다. 조무락골은 가평천의 가장 으뜸 골짜기로 꼽는다. 숲이 울창해 산새들이 조무락거린다고 해서 붙여진 운치 있는 이름이다. 산길을 오르는 길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따라 붙는다. 깊숙한 골짜기임에도 수량이 풍부하며 곳곳에 작은 폭포들이 많다. 깊은 숲속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줄기는 한여름에도 손이 시려울 정도다.
트레킹은 용수목~외딴집을 거쳐 조무락골, 조각넘이골, 독바위, 윗방골, 사태밭골, 흐릿든지 등 무수한 아름다운 계곡 길을 따라 석룡산의 가장 백미인 복호(희)동 폭포까지만 올라도 적당한 산행이 된다.
자그마한 오솔길엔 등산객들이 남겨놓은 발자국으로 초심자도 편하게 올라갈 수 있다. 많지 않은 산행객들. 먹이를 찾아나선 새들의 바스럭거리는 소리에도 놀랄 정도. 천천히 40분 정도 올라가면 복희동 폭포가 나온다. 몇 개의 개울을 건너면 우측에 팻말이 나온다.
폭포는 몇억겁년이나 숨어있었는지 굽이돌아 쏟아진다. 웅장하진 않지만 광경이 이름 그대로 복희시절 그대로의 모습이다.
■대중교통 : 가평읍~용수목~적목리 용수목행 이용(1시간 소요)
■자가운전 : 가평읍~363번 지방도 따라 8.5km~목동 삼거리(좌회전)해 21km~용수목에서 도마치 방면으로 직진하다 삼팔교 앞에서 우회전.
■별미집·숙박 : 일단 계곡 주변으로는 취사가 가능하다. 가평읍내에 있는 ‘인천집(031-581-5533)’은 원래 백둔계곡 초입에서 두부집으로 소문났던 집이다. 올해 읍내로 이사를 왔는데 보리밥, 두부+만두 전골 등을 맛있게 내놓는다. 직접 만드는 동동주에 녹두빈대떡을 안주 삼아 먹는 것도 좋다. 이사를 오고 난 후에도 단골들은 잊지 않고 찾아온다.
조무락골에서의 숙박은 鳥舞樂(031-582-6060)이 가장 빼어나다. 마당에 허브를 심어 놓아 정원이 아름답다. 식당과 민박동이 있는데 최근에 팬션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이 집 밑으로 내려가면 ‘작은 복희동 폭포’가 숨겨져 있다. 도마치 계곡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꽃핀자리(031-582-9632)가 있다. 울창한 숲에 둘러 쌓인 황토방집. 단체를 비롯해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숙박동이 있으며 전통 찻집도 있다.

◇사진설명 : 시원스레 쏟아지는 경기도 가평 석룡산 복희동 폭포의 전경.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