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사이트] ‘경영총괄 1년’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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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경영총괄 1년’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 중소기업뉴스
  • 호수 2232
  • 승인 2019.09.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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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 단행하며 기업문화 일신…새로운 1년 화두는
‘쌍둥이 플랫폼’&‘스마트 모빌리티’

1년이 지났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와 기아차 통칭) 총괄 수석부회장이 사실상 그룹 경영을 총괄하면서 현대차의 ‘3세 경영이라는 풀 악셀을 밟은 지도 1년이 다됐다. 1년이면 자동차 정기검사가 중요해지는 것처럼 지난 1년 동안 정 수석부회장의 성과와 도전과 실패를 정기 점검할 이유가 있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이끄는 현대차의 미래를 짐작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취임하고 나서 현대차의 엔진은 무척 뜨거웠다. 그만큼 숨가쁘게 달려왔다는 거다. 그가 운전대를 잡자마자 주요 임원진의 세대교체부터 단행됐다. 이어서 인재채용, 인사관리, 조직의 일하는 방식 등이 개선됐다. 기업문화가 몰라보게 혁신했다. 보통 현대차의 사내문화는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상명하복식 체계 말이다. 하지만 이제 현대차는 유니크하고, 재기발랄한 벤처의 모습으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이 모든 변화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일관된 방향등이 작동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재벌기업의 오랜 골칫거리를 뜯어고치는 건 서행 중이다. 그룹 지배력의 안정적 승계와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함께 이뤄내야 한다. 여기에 현대차 주주들의 동의도 이끌어내야 한다. 이쯤 되면 출퇴근 시간 꽉막힌 도로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여전히 정 수석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에 신중함을 거듭하고 있다.

 

연내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 희박

우선 현대차그룹에 대한 여러 분석기사는 그간 수차례 쏟아져 나왔다. 그 중 먼저 지배구조 개편부터 살펴보자.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이 올해 안에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 이건 시장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지난해 3사업구조 개편 및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전격 발표한 적이 있다. 현대차 주주들이 즉각 반발했다. 현대차는 방안을 철회했고 이것은 하나의 트라우마다. 그래서 쉽게 다음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섣부르게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또 다시 좌초된다면 동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지배구조 개편이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중 유력방안은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이다. 전장부품 전문기업을 그룹의 지배회사로 삼는다. 그리고 이를 정 수석부회장이 지배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구조다. 증권가도 동의하는 시나리오다. 미래차 시대에 핵심이 될 부품기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유통 전담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지분 승계도 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주식은 거의 들고 있지 않지만 현대글로비스 주식은 23% 넘게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3월 발표했던 지배구조 개편안도 이 시나리오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하는 데 합병비율 산정 등에서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주주들의 요구를 어떻게 담을 것인지를 고민하는데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편보다 실적 개선이 중요한 때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자동차부문에서 매출 396330억원을, 영업이익은 1546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9.4%, 영업이익은 81.7% 늘었다.

이건 실적에 대한 청신호일까? 그러나 이런 상황을 놓고 현대차는 낙관적이지 않다. 차량 라인업 강화와 SUV 중심의 판매 확대가 실적개선에 기여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상대하는 현대차에게 원달러 환율 상승 등에 따른 환율효과가 실적 증가에 상당히 많은 긍정효과를 보였다.

다른 숫자를 봐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1~8월 글로벌 누적 자동차 판매량에서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후퇴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판매량이 줄었고 실적이 늘었다. 이건 누가 봐도 환율효과다. 그래서 여전히 현대차가 가야할 길은 멀다.

 

현대·기아차 통합플랫폼 구축 가속

지난 1년 동안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세단과 SUV를 합치는 작업을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세단과 SUV의 생산 플랫폼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플랫폼은 자동차를 구성하는 기본 뼈대를 말한다. 이를 통합해서 차량 개발의 효율성을 올리자는 거다.

먼저 기아차가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 지역에서 가진 기업설명회에서 이런 계획을 알렸다. 기아차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소개했다. 이때 차세대 플랫폼인 iGMP(innovative Global Modular Platform)를 공개했다. iGMP는 부품의 표준화와 공통화 비율을 높이자는 뜻이다. 통합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한 새 플랫폼을 말한다.

그렇다면 언제 현대차와 기아차가 통합 플랫폼 사업을 할까?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모른다. 현재 국내외 자동차 개발에서 따로 운영되고 있는 세단과 레저용차량의 개발 플랫폼을 하나로 합치는 일은 말처럼 단순한 일이 아니다. 차량은 각 세그먼트별 특성이 있다. 뼈대가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그 작은 차이들로 완성차의 성능과 기능성이 달라진다. 더욱이 세단과 레저용차량은 차체 크기와 추구하는 기능성이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미 현대차와 기아차는 자동차 개발에서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긴 하다. K3와 아반떼는 차체 제작 시스템을 공유한다. K5와 쏘나타, K7과 그랜저가 플랫폼을 공유한다. SUV급에서는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와 기아차의 텔루라이드가 쌍둥이 플랫폼이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로 마케팅 부서도, 전략부서도, 영업망도 다르다. 별개 회사이지만, 그룹 안에서 형제처럼 지내왔다. 형제끼리 플랫폼을 일원화하는 것은 그룹이 추구해온 비용 절감에 부합된다. 원가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이 단독으로 그룹의 운전대를 잡은 이후 지난해 말 해외법인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강조한 게 원가 경쟁력 개선이다.

이미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품질 경쟁력은 엇비슷해졌다. 벤츠라고 도로 위에서 훨씬 빠르고 안전하고 좋은 것은 아니다. BMW, 폭스바겐도 품질 경쟁력은 비슷하다. 현대차도 품질 면에서는 선두그룹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면 거기서부터 원가 싸움을 해야 한다. 쉽게 생각하면 자동차 부품이나 원자재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세계 원자재 공급망은 현대차나 벤츠, BMW, 폭스바겐 모두 비슷하고, 부품 수급에서도 비용을 대폭 줄이기 어렵다. 결국 만들 때 제작비용에서 혁신을 해야 한다.

이러면 자동차 판매량뿐 아니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기 다른 플랫폼을 만들지 않고 통합을 통해 이를 달성하려고 한다. 두 브랜드에 들어가는 파워트레인과 차체, 서스펜션 등이 조합되는 것이다. 통합 이후에는 부품이 표준화된다. 서로 호환 가능한 부품이 많아진다. 그러면 새로운 자동차를 개발하는 단계부터 투자비용이 대폭 절감된다. 통합 플랫폼 사업은 현대차그룹만의 숙제가 아니다. 폴스바겐을 포함한 세계 완성차 업체들도 추진 중이다.

 

미래차 솔루션 제공기업 탈바꿈

수익성 제고를 위한 원가 경쟁력 확보와 함께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시장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 판매량, 수익성이 현실의 문제라면 자동차의 트렌드를 제시하고 미래차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완성차 업계의 다음 먹거리를 준비하는 문제다. 정 수석부회장은 혁신의 메시지로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를 지난 1년간 밀어붙이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는 차세대 교통수단을 뜻한다.

지난해 9월 그는 인도에서 열린 무브글로벌모빌리티서밋의 기조연설에서 자동차산업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나아가야할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벤츠, 토요타, 포드,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CEO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어떻게 보면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후 발 빠른 변화가 일어났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의 유력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기업인 알레그로.ai’에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이에 앞서 9월에는 스위스의 홀로그램 전문기업 웨이레이에도 투자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뜻을 모았다.

모빌리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내부에 만든 조직도 있다. 201810월말 실시한 조직개편에서 전략기술본부 아래 새로 만든 인공지능 전담조직 ‘AIR(에어랩)’이 그것이다. 에어랩은 자율주행과 공유경제를 위한 현대차그룹의 대응에 중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 직속조직인 전략기술본부가 이런 전략을 실행하는 선봉에 서 있다. 전략기술본부는 정 수석부회장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의 지영조 사장을 현대차에 영입하면서 신설한 조직이다. 그룹 5대 미래 혁신성장 분야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비롯해 스마트시티와 에너지,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사업과 관련한 전략을 짜고 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이제는 기계가 아닌 전장부품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볼 때 사고방식 변화의 중요성이 곧 경쟁력인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대변신을 겪고 있다. 지난 1년의 변화는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움직임이다. 이제 그 힘을 지렛대로 그룹 조직이 자동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현대차의 다음 1년이 기대된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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