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폐지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유예기간을 둘 것이며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대체할 제도를 마련해 중소기업의 판로를 확보해 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간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중소기업의 판로확보에 큰 기여를 해 왔는데 명백하고도 효과있는 대안의 마련없이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그렇잖아도 어려운 중소기업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우려에서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란 중소기업에게 안정된 판로를 확보해 주기 위해 정부에서 지정한 물품에 대해 공공기관은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통해 물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협동조합은 수주받은 물품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조합원들에게 배정하고 중소기업은 배정받은 물품을 생산해 구매기관에게 바로 납품하게 하는 제도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중소기업에게 안정된 판로확보의 효과와 과도한 경쟁의 방지를 통한 채산성 악화방지의 효과를 갖는다. 따라서 단체수의계약제도는 현재 실시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제도 가운데 가장 강력한 중소기업지원제도의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런 만큼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지에 대해 중소기업의 반발이 큰 것은 당연한 것이다.
폐지론자들은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의 정당성을 운영상의 문제와 제도 자체가 가지는 경쟁제한성의 문제에서 찾고 있다. 이에 대해 차례로 살펴보기로 하자.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물품지정과 관련한 문제, 물량배정과 관련한 문제, 납품과 관련한 문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운영상 문제점 지속적 개선
현재 단체수의계약물품은 동일물품의 장기간 반복된 지정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불량배정 과정에서도 연고배정, 편중배정과 같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납품과정에서도 하청생산에 의한 납품과 같은 문제가 이따금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과정상의 문제는 그간의 운용규칙의 변경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돼 오고 있다.
또한 제도 전체의 규모에 비해 발생하는 빈도는 실질적으로 그렇게 크다고 보기도 어렵다. 운영상의 문제는 물론 해결돼야 하지만 이것은 운영주체의 감독과 관련된 문제로 이것이 제도폐지의 중요한 사유가 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기적 경쟁력 제고 존속돼야
한편, 경쟁제한성은 조합원간의 가격경쟁 없이 물량을 서로 나누는 이른바 “나눠먹기”식 물량배정에서 온다. 이로 인해 단체수의계약제도에 참여하는 중소기업들이 동 제도에 안주해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 등 경쟁력제고를 위한 노력을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단체수의계약제도에서는 가격경쟁이 없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최저가낙찰의 가격경쟁에서는 낙찰자의 채산성이 확보되지 않아 저품질의 물품납품, 하청생산에 의한 납품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가격경쟁의 심각한 폐해는 무엇보다도 채산성이 낮아 기술개발, 시장개척 등을 위한 재투자를 어렵게 하고 그 결과 중소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제고가 어렵다는 데 있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가격경쟁의 이러한 폐해를 방지해 단기적인 효율성의 희생 위에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추구할 목적으로 마련된 제도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입각한 단체수의계약제도의 경쟁제한성에 대한 비판은 동태적인 관점을 중시하는 다른 학파의 관점에서 본다면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앞으로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필자의 생각은 중소기업이 동 제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고 동 제도가 소규모 신생기업을 보다 많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 총매출액대비 단체수의계약매출 비율의 상한 및 졸업제도의 엄격한 적용이 바람직스럽다고 본다.
그리고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제도를 대폭 개선해 단체수의계약제도와 나란히 공공기관의 구매제도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양 제도가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판로확보 및 채산성 확보 그리고 경쟁을 통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 장 준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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