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인간게놈의 해독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이를 이용한 신약시장의 선점을 노리는 대형 제약회사들과 바이오 벤처기업들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전개되고 있다. 그 이유는 신약 개발로 파생되는 공익적 가치와 경제적 부가가치에 대한 기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21세기와 함께 시작한 바이오 혁명의 열풍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는 국내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인간 게놈정보의 분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를 흔들고 있으나 진정한 수익모델은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의약품이나 치료기술의 개발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

성급한 수익기대가 어려운 상황 만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수익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의 개발보다는 생물학적 기초연구에 투자를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사업분야에 투자를 하고 성급한 수익을 기대한 것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만든 한가지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에는 우수한 파이프라인(개발중인 제품)만 확보하고 있으면 매출이 전혀 없는 기업조차도 나스닥에 상장될 수 있다. 약 10년이 소요되는 연구개발의 특성상 나스닥 상장을 통한 지속적인 개발자금의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을 전후해 일부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기술력만으로 코스닥에 입성한 사례도 있으나 현재는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 됐고 코스닥은 더 이상 첨단벤처기업의 자금확보창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에 등록된 바이오 벤처기업들 조차도 코스닥시장의 침체와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감 증대로 추가적인 자금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코스닥시장에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첨단 벤처기업들이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 창투사들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하게 됐다.
결국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완전히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01년 이전에 설립돼 초기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들은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으며 2002년 이후에 설립된 벤처기업들은 초기 투자조차 받지 못한 채 주문생산에만 의존하는 영세 소기업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2000년도에는 정부차원에서 창업지원정책을 쏟아 내며 대학과 연구소, 기업 등의 우수한 연구인력들을 벤처기업이라는 새로운 시험의 장으로 유도했으나 현재는 이들을 위한 아무런 정책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지금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영업수익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조차 필요한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니 영업이 이뤄지지 않는 바이오 벤처기업들까지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첨단 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미래의 고부가가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우리는 이 모든 기회를 포기하고 앉아 있어야만 하는가를 지금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있다.
2000년도와 같은 코스닥시장의 과열이나 묻지마 투자와 같은 투자열풍,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파격적인 지원정책 등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진정 우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더 나아가 세계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라면 그 기술력을 평가해주고 이런 기업들이 연구개발성과에 따라 단계별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만들어줘야 할 것이다.

신약개발분야 집중투자 유도를
난치병 치료 및 예방, 생명연장 등을 목표로 한 바이오산업은 첨단산업 중 가장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게놈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집중적인 공동연구와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 분야의 연구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의 바이오 벤처기업들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길이 요원하다고 포기한다면 21세기를 기술종속국으로서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의약품과 같은 첨단 바이오 제품이나 치료기술들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며 우리의 아픔을 치료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경 수
(주)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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