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활력 저하로 내년 한국 경제가 저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2% 성장에 턱걸이하는 한국 경제가 내년에는 1%대 성장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최근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8%2.3%로 각각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2.6%보다 낮은 수치다.

 

주요국 경기둔화 따른 수출부진 지속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6일 발표한 ‘2020년 국내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1.8%로 예측하며 내년에도 수출부진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수출둔화 여파로 수익성이 낮아진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서 내수경기에도 부진이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3%로 전망했었다. 이번에 발표된 경제전망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에 비해 0.3%P(포인트) 낮추면서 내년 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것이다. 국내 연구기관 중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전망한 곳은 LG경제연구원이 처음이다.

보고서를 보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지고, 미중 무역분쟁도 해소되지 못하면서 수출부진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성장세와 교역량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반도체 경기 반등도 어려워졌다.

 

수출둔화 여파로 내수부진 확산...당초보다 0.3%P 낮춘 1.8% 전망

현대경제연구원은 2.3%로 추정...소비자물가도 소폭 상승 그칠 듯

 

수출부진에 내수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둔화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이에 투자가 줄고 제조업 고용여건이 나빠질 수 있어서다.

‘J노믹스의 설계자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서강대 석좌교수)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시장경제 중심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내년 이후 1%대 저성장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지난 26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열린 어두운 터널 속의 한국경제, 탈출구는 없는가특별좌담회 발제를 통해 지금 이대로 가면 내년 이후 당장 1%대 성장률이 예상된다경기지표 하락 외에도 현 정부 출범 이후 민생지수가 평균 91.2로 노무현정부(101.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이 제시한 민생지수는 고용, 소득, 집값, 주가 등을 긍정요소로, 식료품비, 교육비 등을 부정요소로 구성해 가중치를 부여한 국가미래연구원의 경제지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에 앞선 지난 22‘2020년 한국 경제 전망보고서를 통해 주요국의 경기둔화 흐름을 고려하면 수출 증가세가 약할 것이고 내수도 부진하다며 내년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했다.

특히 건설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 폭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민간 및 건축 건설 부문의 선행지표 부진세가 지속되면서 2020년까지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소비자물가도 2020년에 소폭 상승할 전망이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및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이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및 민간소비 회복세가 미약해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용지표 개선 제한적일 것

두 기관 모두 고용지표 개선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가 확대했지만 이는 고용시장의 추세적인 회복으로 보기 어려우며, 60대 이상 고령층과 단기근로자 중심으로 노동 공급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봤다. 이에 취업자 수는 올해 25만명, 내년 15만명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또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본격화해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 활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1564세 인구는 소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앞서 일본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을 전후로 해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성장률이 낮아졌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업률이 소폭 하락하고, 신규 취업자수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조업 구조조정 영향 완화,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 등이 실업률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정부의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 등으로 신규 취업자수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러나 전반적으로 미약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고용지표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 관련해 전망 엇갈려

설비투자와 관련해서는 양 기관의 전망이 엇갈렸다. LG경제연구원은 설비투자 증가율이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투자심리가 반등하지 못하면서 올해 -8.7%, 내년 -0.1%, 건설투자도 주택건설 투자 감소로 올해 -3.4%, 내년 -2.7%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역환경 악화로 올해 통관기준 수출도 -9.9%까지 떨어지고 내년에는 -0.6%로 전망됐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추세 본격화...급격한 수요 위축, 성장률도 하락

저물가 기조로 디플레 우려 증폭...금리 두차례 인하, 0%대 가능성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설비투자가 2020년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 글로벌 경기 개선 및 교역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거기에 2019년 감소에 대한 기저효과에 더해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정부의 혁신성장 기조 지속 등에 따라 소폭 회복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양 기관 모두 비슷한 수준을 전망하며 저물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LG경제연구원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0.5%, 내년 0.8%로 제시했다. 경기가 부진한 데다 고령화로 수요 둔화 추세가 강하게 나타나 앞으로 인플레이션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나는 일이 잦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면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상반기 0.9%, 하반기 1.1%, 연간 1.0%로 전망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및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 등이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경제성장률 및 민간소비 회복세가 미약해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LG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3.6%에서 올해 3.1%, 내년 2.9%로 낮아진다고 전망했다. 올해는 독일과 중국 등 제조업 국가를 중심으로 경기 위축이 심했다면 내년은 미국, 프랑스, 스페인 등 소비 비중이 큰 국가들도 내림세를 겪을 수 있어서다.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은 완화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 연준은 올해 한 차례, 내년 두 차례 정책금리를 내릴 것으로, 한국은행도 올해 한 차례, 내년 두 차례 금리를 내리면서 기준금리가 0%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연구원은 봤다. 내년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220원 선으로 예상됐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경기활력을 되살리기 위해 내년에도 중앙정부 예산을 대폭 늘릴 방침이지만,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임금 지급을 늘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재정지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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