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조업까지 '휘청'…韓·中·日·유럽 부진 되풀이
미중관계가 원흉…"대공황 이후 보지못한 통상마찰 여파"

<연합뉴스>

 

[중소기업뉴스=이준상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며 글로벌 경제에 경고음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경기둔화를 겪는 중국과 주변국, 유럽뿐만 아니라 그간 저항력을 보이던 미국에서도 통상마찰의 여진이 목격되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현지시간)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8까지 내려갔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이 지수는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불황 때 부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축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던 2008년 4분기 미국 GDP가 8.4% 줄었을 때 상품 생산이 그 감소치의 7.5%포인트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위축과 함께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비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성장률이 2% 미만으로 내려가는 것을 '실속속도'(stall speed·비행기가 떠 있지 못하는 속도)로 부르며 경기침체 수순으로 경계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주요 경제성장 동력인 수출과 소비에서 경고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1.7%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고 전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0으로 1년 전보다 0.4% 하락해 디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을 세계무역의 시금석으로 규정하며 이들 지표를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 신호로 해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진국인 호주의 중앙은행(RBA)은 전날 기준금리를 1.00%에서 0.25% 낮췄다.

이는 경기둔화를 우려해 올해 들어 세 번째 단행된 인하로 0.75%는 호주 역대 최저 기준금리로 기록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특히 유럽의 성장엔진인 독일의 제조업도 계속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유로존의 9월 제조업 PMI는 45.6으로 8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독일의 9월 제조업 PMI는 41.4로 123개월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다른 주요 경제권인 일본도 제조업 경기가 식고 수출이 감소하는 부진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동시다발적 경고음의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게 되풀이되는 관측이다.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통상마찰 때문에 불확실성이 증폭돼 투자와 소비가 저하된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통상마찰 격화를 들어 올해 글로벌 무역 증가율 전망치를 올해 4월 추산치 2.6%에서 1.2%로 크게 깎아내렸다. 내년 전망치도 3.0%에서 2.7%로 하향 조정됐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무역분쟁은 직접 타격을 넘어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그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을 증진하고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투자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라이언 쿨턴은 "무역정책 혼선 때문에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이 이렇게 악영향을 받은 사례는 (대공황이 진행된) 1930년대 이후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거의 1%포인트 낮은 2.3%로 조정했다. 독일 단스케 은행은 내년과 내후년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닥칠 확률을 30%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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