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구광모 회장

 

국내 대기업마다 기업문화의 색깔이 제각각입니다. 특히 LG그룹은 재계에서도 점잖은 기업으로 통합니다. 홍보, 마케팅을 할 때도 다른 경쟁사 대비 우리가 훨씬 뛰어나다거나, 비방하는 방식이 거의 없습니다. 품질의 우수성도 결코 과대포장해서 선전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걸 오히려 답답하게 여긴 일반 소비자들이 LG의 홍보맨을 자처하면서 오히려 자신의 SNS에 홍보 릴레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LG는 싸움을 좋아합니다. LG전자는 OLED TV의 진위를 두고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LG전자는 냉장고의 도어 제빙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유럽의 가전업체 3개사를 독일 뮌헨 지방법원에 제소했습니다. LG화학은 배터리 영업비밀을 유출했다며 SK하이닉스를 국제무역위원회와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했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한 뒤부터입니다. 1년만에 벌어진 일이죠. LG가 이제 싸움닭으로 변한 걸까요. 조용하고 묵묵히 기업경영을 하던 LG의 변화는 젊은 구광모 회장의 등판에 따른 주요 임원들의 인적 쇄신 영향이 큽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구 회장은 아버지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급하게 경영권을 잡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그룹을 장악할 시간도 부족하고, 자신만의 경영전략을 펼치기도 시간이 역부족이었던 거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기아차 수석부회장을 한번 보면, 이들도 경영권을 승계하고도 선대 회장측 핵심 임원과 자신들이 직접 발탁한 임원간의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이 몇 년간 있었고, 이제야 비로소 이재용의 삼성, 정의선의 현대차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구광모 회장도 이러한 과도기가 필요한 거죠.

구 회장에게 자신의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선대 회장 때부터 재임했던 계열사 임원들이 단기적인 성과에 목을 맬 수밖에 없을 겁니다. 뭔가를 보여주고 인정받아야 하는 임원들의 생존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알게 모르게 요즘 LG그룹 전체의 내부 분위기도 각각의 시장에서 혈투를 벌여야 하는 미션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구광모 회장의 인적쇄신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동안 LG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이 계속되리라 예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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