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서비스로 이용자당 거래액, 네이버페이보다 한수위
오프라인 간편결제 ‘작은 거인’

 

요식업이나 식음료 관계자라면 NHN페이코를 눈여겨보는 게 좋겠다. 인건비나 설비비를 줄일 묘수를 갖고 있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페이코는 놓치지 말자. 세상 돌아가는 변화를 읽을 수 있다.

페이코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해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이전엔 온라인 결제를 할 때마다 공인인증서를 인증하는 등 불편한 절차를 거쳐야 했는데, 이를 간소화한 게 바로 간편결제다.

시중에는 이미 수십 개 간편결제 서비스가 명멸하는 가운데 4강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페이코 서비스다. 페이코를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나머지 세 개 페이는 한 번 이상 들어봤을 것이다.

 

중립적 서비스로 협력 확대

상대적으로 낯선 페이코는 다른 3사와 달리 구조적인 약점이 있다. 네이버페이는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점을 활용해 네티즌들의 지갑을 열었다. 카카오페이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플랫폼이 됐다.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쉽게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미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인지도 면에서나 접근성 편의성 면에서 절대 강자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 페이코는 스마트폰 단말기나 포털, 메신저 같은 플랫폼이 없다. 인지도와 접근성 모두 치명적이다.

페이코가 플랫폼을 갖춘 네이버와 카카오페이 대비 상대적으로 모객에 열세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한다.”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말이다. 정 대표는 그러나 약점을 숨기는 대신 되레 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간편결제 시장이 커지면 제휴를 원하는 업체들이 많아졌지만, 네이버 카카오와 손 잡는 건 위험 부담이 있었다. 이미 자체 결제 시스템을 운용하는 유통업체나 쇼핑몰은 다른 업체의 플랫폼에 종속되기를 원치 않았다. 페이코는 서비스 중립자위치를 강조했다. 플랫폼이나 단말기에 대한 편향 없이 오로지 결제만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자리를 찾아갔다.

또 한가지 페이코의 강점은 오프라인에 있다.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이미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아직 블루오션이다. 게다가 시장 규모는 10배에 이른다.

특히 오프라인 시장은 돈으로 선점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구석구석 거미줄을 치는 것처럼 정성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의 VAN, POS 사업자와 대립각을 세우면, 평지풍파를 일으킬 뿐이다. 카풀 서비스를 두고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벌인 그런 전쟁이 또 벌어질 수 있다. 페이코는 대신 중립적 서비스를 강조하며, 기존 오프라인 결제업체들과도 협력적 관계를 넓혀가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페이코는 다각적으로 제휴를 넓혀가고 있다. 페이코는 자회사인 NHN한국사이버결제, KG이니시스와 같은 결제대행사와 손 잡았고, 솔비포스와 같은 상위 4대 판매시점 정보관리(POS)사에는 직접 투자했다. 티머니와 손잡고 대중교통요금 결제를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카드사들과는 새로운 상품을 공동 기획해 출시하고 있다.

특히 삼성페이와 제휴를 맺으며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결제가 가능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결제 시장을 크게 확장할 수 있었다. 삼성페이와의 제휴 역시 페이코의 중립적 위치 덕분에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5대 편의점과 멤버십 포인트 제휴

페이코는 올들어 오프라인 가맹점을 빠르게 다각적으로 늘리고 있다. 2017CU를 시작으로 이후 미니스톱, 이마트24, GS25 그리고 지난 8월 세븐일레븐에 이르기까지 5대 편의점과 제휴를 맺어 5만여 매장에서 페이코 결제를 가능케했다. 이용자는 페이코앱에 등록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선택해 바코드를 스캔하거나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국내 5대 편의점에서 신용카드 기반 간편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페이코가 유일하다. 페이코앱으로 결제하면 자동으로 편의점 멤버십 포인트까지 올려주는 것도 특징이다.

8월에는 페이코 오더를 출시했다. 모바일로 결제는 물론 주문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식당이나 커피숍에서 손님이 주문 받는 직원을 기다리거나 매장 카운터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다. 메뉴판의 QR코드를 스캔하거나 페이코 앱으로 편하게 주문할 수 있고 결제도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용자는 매장 방문 전에 미리 앱으로 주문하고 포장된 제품만 챙겨갈 수 있고, 배달 서비스에 연계해 집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주문이나 결제를 받는 인력을 줄일 수 있지 않은가. 무인주문 서비스는 최근 주목 받는 시스템이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무인 주문기계 키오스크를 도입해 인건비를 줄이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업장에선 키오스크를 설치하는 비용이 부담스러 선뜻 시도하기가 쉽지 않다. 페이코 오더는 이런 점주의 고민을 싹 해결해주었다. 덕분에 주문 착오도 줄일 수 있고, 이전에 불가능하던 픽업이나 배달 주문까지 가능해졌다.

우려도 물론 있다. ‘사람이 없으면 불편하다는 인식이 아직 남아있다. 고객서비스센터에 전화걸 때마다 자동응답기 때문에 짜증나는 경험을 해본 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요즘 세대는 비대면 주문을 더욱 선호한다. 이를 감안하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페이코 오더는 디저트카페 설빙등을 비롯해 300여개 카페, 식음료 매장에 우선 적용했고, 앞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경쟁사도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 관련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페이코보다 한 달 늦은 9테이블 주문기능을 선보였다. 페이코 오더와 비슷한 서비스다. 네이버는 3개월 간 1인 사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베타 테스트를 거쳤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특히 고객이 몰리는 바쁜 시간대에도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피드백을 얻었다.

카카오도 올해 안에 관련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 챗봇(대화로봇)을 활용하는 게 눈길을 끈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에서 특정 카페나 식당과 친구를 맺은 뒤 챗봇을 이용해 주문 예약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지난 2월부터 카페 중소업체 100여 곳과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챗봇 주문 재이용률이 최대 60%에 이른다고 한다. 오프라인 전쟁도 점차 열기가 오르고 있다.

은행·보험 손잡고 적금상품 등 첫선

페이코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사와도 손을 잡았다. SC제일은행과는 9월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페이코앱을 이용하면 최대 연5%(세전)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8월엔 보험 추천 서비스를 개시했다. 페이코 앱에서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다. 한화생명보험, 교보라이프프래닛 등 5곳과 제휴해 11개 상품을 마련했다. 연금, , 운전자 보험과 같은 기본 상품 외에도 해외여행, 반려동물과 관련한 특색 있는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페이코 주요 이용자가 20~40대인 점을 감안해 상품을 구성했다. 보험사는 페이코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상품 구성과 타겟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페이코 결제 이력 중 면세점이나 여행 관련 이력이 있는 고객에겐 여행자 보험 상품을 추천하고, 반려동물 관련 결제를 한 고객에겐 반려동물 보험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추석엔 코레일과 열차 승차권을 함께 판매했고, 그밖에 CGV영화관, 교보문고 등과도 가맹 계약을 맺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페이코 가치가 점진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라며 모회사인 NHN에 대해 긍정적인 리포트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페이코 월간 실사용자 수는 약 170만 명으로 네이버페이의 20%에 불과하지만, 월간 거래액은 35% 수준에 이른다. 이용자당 거래액이 네이버페이보다 높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은 페이코가 오프라인 결제를 다각화하고 금융 채널링, 상품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NHN 2분기 매출액은 3662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6% 늘었고,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70.8% 늘었다. 특히 결제와 광고사업 부문은 페이코 거래액이 1400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사업 부문 매출은 129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0% 늘었고, 영업이익은 33억 원을 기록했다.

페이코의 덩치는 아직 작다. 압도적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에 비교하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페이코가 보여주고 있는 저력은 만만치 않다. 오프라인 페이 전쟁은 이제 겨우 서막이다.

 

- 차병선기업전문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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