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모를 물가에 수출한파 지속…고조되는 ‘ D의 공포’
상태바
바닥 모를 물가에 수출한파 지속…고조되는 ‘ D의 공포’
  • 손혜정 기자
  • 호수 2234
  • 승인 2019.10.07 1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빨간불 켜진 경제성장]
마이너스 물가 2개월째 지속
농산물·국제유가 하락도 한몫

반도체 등 주력품목 단가 하락
수출도 10개월 내리 뒷걸음질

유통업 전망 5년째 L자형 침체
온라인·홈쇼핑 빼곤 기준이하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집계된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로 집계된 지난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물가가 두 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인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여기다 소비진작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유통업 경기 전망은 수년째 기준치 100을 밑도는 등 개선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일시적인 물가 하락이라고 분석하고 있으나 수출 부진에다 유통업 경기 전망도 좋지 않아 한국경제가 내수침체기업실적 악화고용부진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사상 첫 두 달째 마이너스 물가

지난 1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하락해 1965년 통계 집계 후 사상 첫 공식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8월에도 0.04% 떨어져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마이너스 물가 행진이 2개월째 지속된 셈이다.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는 1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정부는 수요측 물가 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무상교육 도입 등 정책적 요인으로 마이너스 물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급등했던 농산물가격이 올해 크게 하락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8-0.6%포인트9-0.76%포인트)가 커졌고,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률 하락 효과(8-0.17%포인트9-0.26%포인트)도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률 하락에 기여하는 효과가 8(-0.77%포인트), 9(-1.01%포인트)로 커졌다. 이에 더해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하반기에 시행된 고등학교 3학년 무상교육 등 복지정책 확대가 9월 물가상승률을 추가적으로 약 -0.26%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런 공급측·정책적 효과로 개인서비스물가 상승이 끌어올린 물가 상승요인(0.84%포인트)이 상쇄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가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물가가 92.1%, 102.0%, 112.0% 등 높은 상승세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정부는 덧붙였다.

 

9월 수출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같은 날 발표된 지난달 수출도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수출(통관 기준)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7% 줄어든 4471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출 감소율이 10개월 연속 이어진 것은 2015120167(19개월), 2001320023(13개월), 200811200910(12개월) 다음으로 긴 기록이다.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것은 6-13.8% 이후 4개월째이다.

수출액 감소는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의 단가 하락에 따른 것으로 전체 수출 물량은 늘어났다.

수출 단가는 10개월 연속 감소세인 가운데 9월 단가 증가율은 올해 들어 가장 낮은 -14.4%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로 대중국 수출은 21.8%, 미국 수출은 2.2% 줄었다.

산업부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일본 수출 등 대외여건 악화, 지난해의 기저효과, 반도체 D램 단가 하락세 지속 등으로 9월 수출이 감소했다세계 경기를 이끄는 미국·중국·독일의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 수출도 감소 추세에 있다고 분석했다.

나라별 수출 증감률은 7월 기준 미국 -0.7%, 독일 -0.5%, 영국 -11.3%, 8월 기준 중국 -1.0%, 일본 -9.4%였다.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로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으로의 9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낙폭은 전월의 -6.6%보다 줄었다. 9월 대일 수입은 8.6% 감소해 전월의 -8.2%보다 하락 폭이 다소 확대됐다.

 

유통업 경기전망도 다시 하락

지난 3분기 소폭 회복됐던 소매유통업 경기도 한 분기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30일 소매유통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 분기 대비 2포인트 떨어진 9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경기전망이 기준치 100을 웃돌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의 경기 전망이 20142분기 이후 ‘L자형침체를 이어가고 있다최종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유통산업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적 하락세가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태별로 보면 온라인쇼핑과 홈쇼핑을 포함한 무점포소매(105)와 백화점(103)이 기준치를 넘었고, 대형마트(81), 편의점(78), 슈퍼마켓(75) 모두 기준치 아래였다.

특히 대형마트 경기전망지수는 전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해 5년 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추석특수 등이 끝난 4분기에는 경기 반등 요인이 적고, 온라인 채널과의 경쟁, 대규모 점포 규제 등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은 겨울철 비수기에 들어설 예정이고, 슈퍼마켓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와 온라인 유통과의 경쟁이 지속하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대한상의 분석이다.

소매유통업 4분기 수익성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응답이 66%로 가장 많았고, ‘악화할 것’(28%)이라는 전망이 호전될 것’(6%)이라는 전망보다 많았다.

 

경제전문가 디플레이션 진입 우려 커져

잇따른 부정적인 경기지수 발표에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면 경제주체들은 최대한 소비를 미룬다. 가격이 더 떨어졌을 때 물건을 사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면서 기업 수익과 투자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이 오르지 않고 가계 살림은 어려워진다.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며 경기 침체가 심화된다. 1990년대말~2000년대 디플레이션을 겪으며 극심한 장기 불황에 시달렸던 일본이 그랬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며 공급측 요인을 강조했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수요측 물가 하방압력이 문제라며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되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로 9월 유가와 농산물 가격 등의 영향을 배제한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0.6%에 그쳐 외환위기 직후인 19999(0.3%) 후 최저 수준이고, 기대인플레이션도 사상 최초로 1%대로 떨어졌다는 점을 주목했다. 때문에 투자 소비 활성화 등으로 경제 활력을 되살리지 못하면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빠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당장 디플레이션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저성장 저물가가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마이너스 물가는 공급측 요인이 큰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 성장 흐름이 약해지며 수요 측면 물가 상승 압력이 낮은 것도 문제라며 서비스 물가가 올라가지 않는 것은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소득이 잘 늘어나지 않고,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으며 소비가 잘 안 되는 점을 보자면 수요측 물가 하방 압력이 분명히 있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는 분명히 있으며, 디플레이션이 실제로 발생한 다음 위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는 공급측 요인을 강조하지만 마이너스 물가에는 수요 둔화의 영향이 강력하게 존재한다면서 마이너스 물가가 현재 경기 상황 위축과 함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향후 경기 추가 하락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고 정부는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노동시장 비용 증가의 충격을 막는 조처, 확장적인 재정 정책, 완화적 통화 정책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