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가 없이 사용한 대기업 첫 제재…임직원 3명은 검찰 고발
대기업이 정당한 대가없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사용한 행위에 대해 처음으로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담당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2011년 3월 하도급 업체 A사와 한화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을 공급할 때 태양광 스크린프린터 제조를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A사는 한화의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고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이 해지될 때까지 제품의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의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그런데 한화는 2014년 9월 A사로부터 마지막으로 기술자료와 견적을 받은 지 며칠 후인 10월 초부터 A사에는 기술개발 착수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 인력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는 그해 10월 자체개발을 위한 배치도와 프린터 헤드 레이아웃 도면을 작성했고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사의 자체 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한화큐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메일에는 한화가 자체 개발한다는 스크린프린터가 기존에 A사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제작될 예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한화는 2015년 7월 스크린프린터 자체 제작을 완료하고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는데, 이 제품은 A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만들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 제품은 A사의 제품과 주요 특징, 부품 등이 유사할 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과 확연히 구별되는 차이점을 공유하고 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화는 2012년 5월 A사에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스크린프린터의 부품 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 81장을 제출받고 2014년 5월 제품 세부 레이아웃 도면을 컴퓨터지원설계(CAD) 파일로 요구해 받았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제품 수요처의 요구와 공동영업 목적을 넘어선 부당행위라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한화가 2011년 11월 A사로부터 스크린프린터 매뉴얼 자료를 요구하고 2013년 9월과 2014년 5·8월 제품 사양별 세부 레이아웃 도면 PDF 파일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도 적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받아 자체 제품을 개발·생산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