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현장 답사로 엮어낸 동서양 문명의 품격

인간은 본능적으로 부와 명예를 따른다. 그 부와 명예의 상징 금관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져 그 상징이 됐을까? 단순히 부와 명예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닌 교류와 융합의 상징으로서 금관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어수선한 국제 정세나 경제적인 위기 속에서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우리의 역사와 문화의 품격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 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한다면 금관의 역사를 통해 선조들의 교류와 화합의 역사를 배워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그동안 금관에 대한 연구는 저명한 학자들에 의해 초원지대, 남성, 권력상징으로 해석돼왔다. 김병모 한양대 명예교수의 금관의 비밀’, 박선희 상명대 교수의 우리금관의 역사를 밝힌다’, ‘고구려 금관의 정치사등이 대표적이다.

신라나 고구려 금관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잘 파고들며 금관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잘 드러내 줬다. 또 남성 중심의 신권이나 왕권을 상징하는 즉, 권력중심으로 금관을 분석해 냈다. 아울러,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의 스키타이, 박트리아(월지), (흉노), 선비, 한국을 연결하는 초원의 길 코스의 금관(금동관)이나 관모 금장식도 집중 조명했다. 바이칼호 주변 퉁구스 계열 제부족의 샤먼 관이나 민속관도 덧붙는다. 이에 대해 3가지 측면에서 더 생각해볼 여지를 느꼈다.

첫째, 화려한 장식문화의 상징인 금관의 기원이 어디일까? 고구려나 신라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초원은 수렵이나 목축에 의존하며 춥고 척박하다. 중간 전파는 몰라도 세련된 문화를 자체적으로 꽃피울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들었다.

둘째, 신라나 고구려 금관이 세계금관의 중심일까? 금관도 문화이고 문화는 창조와 전파, 재창조의 보편적 과정을 밟는데, 이 관점에서 우리 금관이 일단 시기적으로 발전단계의 후기에 속한다.

셋째, 그리스 로마 금관은 여성이 더 많이 활용해 권위는 몰라도 권력과는 좀 거리를 둔다. 3가지 궁금증을 갖고 스키타이에 주목했다. 몽골초원에까지 영향을 미친 스키타이는 그리스와 문물을 주고받았으니 지중해부터 한국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 금관문화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스키타이의 고향 흑해에서 에게해와 지중해 전역으로 금관을 찾아다닌 이유다.

저자는 독자들이 금관에 대해 품을 수 있는 이런 궁금증을 21가지 질문으로 요약해 답을 풀어주는 방식으로 금관의 역사를 밝힌다. 그 방식은 철저한 현장 탐방이다. 도서관에서 찾는 자료가 아니라 금관이 출토됐거나, 금관을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을 찾아 직접 취재한 내용으로 금관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탐방 취재의 폭이 놀랍다.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인 한반도에서 몽골초원과 중앙아시아를 가로질러 흑해 연안 러시아와 서아시아 터키를 지나 동유럽 초원지대는 물론 에게해 그리스를 넘어 지중해 연안 이집트와 이베리아 반도의 서쪽 끝 포르투갈까지 23개국 80개 박물관을 찾아 금관의 흔적을 더듬었다.

인간이 기원전 5000년 전부터 금속과 금을 다루기 시작했으니 금관은 인류가 금속을 사용하면서부터 시작된 셈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기원전 4500여 년 전부터 중세 서양 금관까지 6000여년 금관의 역사를 탐방하는 신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 홀리데이북스, 김문환 지음
- 한국출판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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