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의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과 정보통신부의 ‘소기업 네트워크화 사업’.
각각 2001년, 2002년에 시작된 이 사업들은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을 위한 대표적 사업으로 중소기업들에 정보화 투자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IT 인프라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도 업종별 ASP 보급·확산 사업, 정보화컨설팅 지원사업, 산업단지 디지털화사업, 중기 정보화혁신 전문기업(TIMPs) 사업 등 정부 부처별로 중소기업 정보화를 위한 각종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 사업의 실수요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요자 중심 시스템 구축 필요
정부의 지원 사업이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공급에만 초점을 맞춰 정보화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이해와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데다 지원정책이 각 부처별로 지나치게 많고 복잡해 중소기업이 활용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中企 지원 효과 미흡= 지난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의 정보화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업체들 중 80% 이상이 지원효과가 ‘보통’(51.0%) 또는 ‘효과가 없다’(30.8%)고 답했고, ‘상당히 또는 매우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전체의 18.2%에 불과했다.
정보화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의 정보화 담당자는 “정부의 정보화(IT)화 사업은 중소기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IT업체를 위한 사업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며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대부분의 정보화 지원 사업이 공급자인 IT업체와 수요자인 중소기업간에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정부는 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식이 되다보니 일부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수요자의 상황에 적합한 시스템을 개발·공급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것.
지난해 완료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사업의 경우에도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공급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일부 사업자들은 ERP가 필요 없는 중소기업에게까지 무더기로 공급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또 실적을 올리기 위해 덤핑으로 ERP를 공급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에 따라 일부 ERP 업체는 저가 수주로 인한 자금난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또 일부는 부도를 맞아 회사가 아예 없어지기도 했다. 이럴 경우 부도업체에서 시스템을 공급받은 중소기업은 유지보수가 불가능해 기껏 설치한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할 수밖에 없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지원 사업은 정보화의 수단인 소프트웨어와 시스템이 목적 그 자체로 변질된 측면이 적지 않았다”면서 “정보화라는 수단을 통해 수익창출과 판로개척의 실제적 성과를 일궈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의 지원사업은 “개별기업 위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유지보수나 사후관리가 어려웠다”며 “수요자 중심의 시스템구축이 필요하고 협동조합 등 업종별 단체를 통해 개별기업으로 정보화가 확산되는 방향으로 지원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지비용 부담도 커= 중소기업청의 ‘업종별 정보화 혁신 클러스터 사업’은 각 협동조합을 정보화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 중심으로 e-마켓플레이스, 조합 ERP, 포탈 사이트, 인트라넷 등 시스템 구축 및 활용자 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협동조합을 정보화 거점으로
지난해까지 7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 14개 협동조합에서 사업이 수행됐으며 2001년과 2002년에 사업이 완료된 8개 조합의 경우 전자상거래 실적이 1천800억원에 달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을 운용하는 조합들의 경우 서버 유지·관리와 정보 업데이트 등에 연간 2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한 조합은 “시스템 구축 후 1년간은 공급업체에서 무상으로 유지보수를 해주고 있어 현재는 한달에 서버관리 비용 등으로 60여만원이 들어간다”며 “무상 관리 기간이 끝나면 유지보수에도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체인력으로 시스템을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기협중앙회는 조합들의 부담을 덜고 정보화 확산을 촉진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업종별 정보화 혁신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한 20개 조합을 대상으로 한 IDC(인터넷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중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서버와 시스템 유지보수와 관리를 공동으로 수행하면 비용이 반 이상 절감할 것”이라며 “향후 IDC 입주대상을 확대해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원기간 너무 짧아=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 중소기업 503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중소기업 정보시스템 수요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이 ERP를 운용하고 하고 있지만 정보시스템 구축시 사전준비나 사후관리가 불충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화경영원의 조사에 의하면 정보시스템 구축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이나 업무프로세스개선(BPR)을 실시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체의 48.3%가 두 가지 모두 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사전에 충분한 업무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시스템 도입 후 도입성과 측정여부에 대해서도 49.5%의 기업만이 측정하고 있다고 답해 정보시스템을 구축한 업체들이 향후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정보시스템 구축기간은 평균 16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정보화 지원사업이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입안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정보화경영원은 분석했다.

인프라 활용 능력 배양을
정보화경영원은 중소기업들이 정보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보화컨설팅 부문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해 각 기업 사정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들은 너무 높은 시스템 도입 및 유지비용과 정보화 추진인력 부족도 정보화 추진시 큰 걸림돌이 된다고 얘기한다. 이는 향후 정부의 정보화사업의 정책방향이 ERP 등 정보시스템의 보급뿐만 아니라 사후관리와 활용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함을 시사한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이 중소기업들의 IT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그동안 정책의 추진과정에서 나온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철저한 사후관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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