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철 한가한 계곡 찾기는 힘들다. 외지인이 아니더라도 폭서를 피해서 찾아온 인근 주민들이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계곡은 북적거리는 피서철이 아니고서는 오지로 손꼽히는 곳들이 있다. 아직까지 비포장 임도길이거나 울창한 숲만 무성한 그곳. 첩첩한 산중의 정적을 깨는 것은 계곡물 소리와 더위를 식히러 찾아온 사람들 말소리. 잠시 그늘이나 널찍한 바위 위에 드러누워 오수를 청하면 신선이 되는 듯하다.

양수리는 정약용 유적지와 두물머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이룬 팔당호가 앞쪽 지척에서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마을. 특히 여름이면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나 더욱 아름답다. 양수대교를 기점으로 도로는 양옆으로 나뉜다.
45번 국도 변으로 가면 운길산~새터 유원지로 이어지고 강 너머로는 양수리~가평 삼회리로 이어지는 카페촌이다. 명달리 계곡(양평군 서종면 명달리)은 보편적으로 수입리에서 찾아 들어가게 된다.
이곳부터 벽계구곡이 펼쳐진다. 벽계구곡은 흘러흘러 북한강에 합류된다. 벽계수가 흘러나오는 곳을 수입천이라 하는데 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름이면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과 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 있는 배가 운행된다. 기암 괴벽이 수입천 위로 솟아 있어 풍광이 그만이다.
이 수입천에서 6km쯤 들어가면 용문산 북쪽에 있는 노문리에 닿는다. 초입의 카페촌에서 ‘이항로 생가’까지 가는 길엔 마을이 연 이어지는데 길이 좁고 표시가 제대로 안돼 있어서 초행자는 헤매게 된다.
이항로 생가는 통방산과 벽계구곡을 바라보고 있다. 끝내 우리 것과 우리의 자존을 지키다 간 조선의 선비 이항로. 조선시대 마지막 유학자 이항로는 스승없이 독학으로 학문의 경지를 이룬 뛰어난 인물이다.
생가 사랑채에 앉아 있으면 북한강으로 유입되는 수입천 계곡이 가로질러 흐르고 계곡 건너편엔 사시사철 조화를 부리는 야트막한 산들이 잔잔한 풍광을 자랑하고 있다. 이항로의 생가 뒤에 묘소가 있고 묘소 앞에 경기도 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된 사당 노산사가 있다.
생가를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명달리 생태체험 마을을 만나게 된다. 명달계곡은 통방산에서 발원한 것이다. 통방산은 광주산맥의 한 갈래로 양평군 서종면과 가평군 설악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 좌우에는 중미산과 화야산이 있고 산 위에 오르면 남쪽으로는 남한강이, 남동쪽으로는 용문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며 서쪽으로는 운길산이 바라보인다.
명달마을에서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맑은 계곡이 이어진다. 가마소와 병풍소, 박쥐소 등 소와 여울목이 겹겹이 이어진다. 아직까지 오염되지 않은 시원한 계곡과 숲이 연이어진다.
또 생태체험학교에서는 숲체험, 농사체험, 생활체험, 문화예술체험 등을 할 수 있으며 4가족 정도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선택에 따라 틀려진다. 문의:양평군 산림과(031-770-2417), 유영민(016-865-9210), 이장 김주강(016-9337-6440). 나올 때는 정배리로 난 새 길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자가운전=미사리~팔당대교를 넘어 양평까지 이어지는 6번 국도를 타고 양수리 도착. 양수리에서 363 지방도 이용. 수입천을 따라 벽계구곡으로 올라가면 된다. 이항로 생가까지의 길이 생각보다 길다. 일주암이라는 팻말을 찾아 들어오는 것이 가장 편하다. 혹은 문호리(새로 길이 생겼으므로 유의)에서 우측 정배리쪽으로 들어서면 되는데 초입이 약간 헷갈린다.
중미산쪽을 향해 계속 달려 가다보면 왼쪽 명달리, 노문리라는 팻말이 있다. 이 길을 이용해 고갯길을 넘어서면 바로 명달리 생태마을과 만난다.
■별미집과 숙박=수입리나 명달리쪽에는 잘 지어놓은 팬션들이 많다. 그러나 정배리쪽에 있는 시골여행(031-774-3213)을 권할만 하다. 2시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해야 하는 오리한방백숙, 또 단체를 위한 두툼한 국산 돼지고기를 숯불에 구워 내놓는 바베큐, 그 외에도 간장게장 정식이 인기메뉴다. 즉석 돌솥밥은 물론이고 집 앞 채마밭에서는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 치커리, 비타민 등의 야채를 직접 키우고 콩나물도 무공해로 기른다. 음식 자체가 화려하진 않지만 건강식, 전통식으로 충분하다. 단체 민박만 가능하다.

◇사진설명 : 조선제국의 마지막 절개 이항로 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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