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불린다. 굳이 3대를 들먹이지 않아도 손꼽아 자랑할 만한 지리산의 비경이다.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붙은 이름 칠선(七仙)’이 괜스럽지 않다.

칠선계곡 탐방은 크게 두 코스로 나뉜다. 월요일 올라가기 코스는 오전 7(탐방객은 30분 전 도착)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해 칠선계곡 삼층폭포를 지나 천왕봉(1915m)에 오른다. 편도 9.7km8시간 정도 걸리며, 산행 숙련자에게 추천한다.

토요일 되돌아오기 코스는 오전 8(탐방객은 30분 전 도착)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해 삼층폭포까지 갔다가 추성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왕복 13km로 약 7시간이 걸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에 나서는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천왕봉에 오르지 못하는 게 아쉬워도 칠선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두 코스 모두 마천면 추성주차장에서 출발하자마자 15분 정도 깔딱고개를 걷는다. 초반부터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지만, 고개를 넘으면 두지동 마을쉼터에서 잠깐 쉰다. 두지는 뒤주를 뜻한다. 가야 구형왕이 군량미를 둔 곳이라 그리 부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칠선계곡은 칠선교를 건너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선녀탕에서 비선담까지 칠선계곡의 전설이 어린 장소다. 물이 맑고 깨끗해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는데, 곰 한 마리가 선녀 옷을 훔쳐 바위 틈새 나뭇가지에 걸어놓았다.

그런데 나뭇가지가 아니라 사향노루의 뿔이었다. 사향노루는 선녀에게 옷을 돌려줘 계곡에 살게 되었고, 곰은 쫓겨났다 한다(하지만 전설과 달리 사향노루는 뿔이 없다). 선녀와 옥녀가 같은 말이고 보면 탕의 경계는 의미가 없다. 어디서든 옥빛 물길은 선경 그 자체다.

옥녀탕을 지나면 곧 비선담통제소다. 여기까지 상시 개방 구간으로 누구나, 언제든 올 수 있다. 하지만 그 경계 너머는 탐방 예약을 한 사람만 들어설 수 있다. 투박한 산길을 지나고 밧줄에 의지해 바위를 넘나들고, 산죽 밭 좁은 길을 헤치며 천왕봉까지 걷는다. 가쁜 숨을 헉헉대면서도 ~’ 하는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첫 번째 폭포는 치마폭포다. 수량이 많은 날에는 치맛자락처럼 넓게 떨어진다. 탐방 코스에 나오는 공식 폭포는 아니고 탐방 가이드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그에 앞서는 계곡 쪽으로 큰 바위가 눈길을 끈다. 청춘들이 바위 아래 작은 구멍에서 사랑을 속삭였다고 청춘홀이다. 칠선계곡은 이처럼 이름 붙이고 싶은 풍경이 많다.

물론 이름난 풍경도 제몫을 한다. 대륙폭포는 탐방 가이드 없이 찾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바위에 걸쳐 두세 번 방향을 꺾은 뒤 바닥에 닿는데, 웅장하고 경쾌하다. 탐방 가이드의 말을 빌리면 대륙산악회가 찾아내서 대륙폭포. 계곡에서 숲 사이로 바라볼 때 한층 더 그림 같다. 삼층폭포도 빼놓을 수 없다. 수십 m에 이르는 바위 사이를 흘러 3층으로 떨어진다. 그 곁을 오르며 폭포를 감상한다.

삼층폭포는 되돌아오기 코스와 올라가기 코스의 분기점이다. 토요일 되돌아오기 코스는 삼층폭포를 반환점 삼아 추성주차장으로 돌아간다. 월요일 올라가기 코스는 마폭포를 지나 천왕봉까지 오른다. 천왕봉에 오를 때는 경사가 60°가 넘는 고난도 구간을 지난다. 천상을 기대케 하는 천국의 계단에 오르며 다시 한 번 가쁜 숨이 깔딱댄다. 하지만 천왕봉 정상에 서면 온갖 시름이 말끔히 사라진다.

탐방 가이드는 천왕봉까지 동행하고, 그다음은 자유 산행이다. 천왕봉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일출이 압권이다. 장터목대피소에서 하룻밤 묵고 일출 산행으로 한 번 더 오르기를 권한다. 서둘러 떠나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다. 대피소는 예약이 필수다.

탐방 예약은 두 코스 모두 15일 전부터, 1인당 4명까지 신청 가능하다. 탐방로에 이끼 낀 바위가 많아, 미끄럼 방지 등산화가 필수다. 국립공원 측은 여행자보험 가입을 권고한다. 점심과 생수, 간식 등은 직접 준비해야 한다. 계곡물도 식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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