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현대자동차그룹에는 눈여겨볼 인사발령이 납니다. 도신규 현대차 기획조정1실장(전무)가 현대엔지니어링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재경본부장 자리로 이동한 겁니다. 그는 그룹의 핵심 재무 전문가입니다. 고위급 임원인사는 기업의 미래전략을 예상하는 열쇠입니다. 도신규 전무의 인사발령을 두고 현대차그룹이 현대엔지니어링의 IPO(기업공개)에 가속페달을 밟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 나옵니다.

도 전무는 현대차에서 재무관리실장, 경영관리실장을 거쳐 2017년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재경본부장에 이어 올해부터 기획조정1실장(전무)을 맡아왔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차 기조실장을 맡은 지 10개월 만에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된 거죠. 현대엔지니어링 전임 재경본부장인 이상국 부사장은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둔 상태였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 지배구조 전환의 핵심 축입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핵심 재무통인 도신규 전무를 현대엔지니어링으로 발령 내면서 지지부진했던 지배구조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멈추고, 새롭게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습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정 부회장이 아버지 정몽구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기 위해선 부친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7.11%를 상속 등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또 현대모비스 최대주주인 기아차 지분 17.24% 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정 부회장의 주요 자금처 중 하나가 바로 현대엔지니어링이라고 합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38.62%를 보유한 현대건설입니다. 바로 정 부회장은 현대건설의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입니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 지분 23.29%를 가지고 있는 현대글로비스도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67%를 보유하고 있죠.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거래 중입니다. 시가총액은 57300억원대입니다. 상장에 속도가 붙게 된다면 기업 가치는 현대차 지배구조 전환이란 호재와 맞물려 폭등할 걸로 보입니다.

도신규 전무의 인사이동의 배경을 파헤치다 보면 이렇게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준비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시나리오가 맞는지는 내년 현대엔지니어링의 움직임을 통해 검증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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