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경제에서 2명의 거물급 CEO가 용퇴했습니다. 먼저 지난 4월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달에는 25년 넘게 CEO를 지낸 최양하 한샘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CEO가 퇴진하는 일이야 경영계에는 흔한 사건입니다만, 이들의 경우는 조금 달랐습니다.

두 사람 모두 경영 면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업계 1위롤 올려놓은 성공신화를 일군 CEO들이죠. 또 다른 공통점은 적절한 시기에 스스로 물러나 명예를 지켰다는 겁니다. 그리고 물러난 뒤에도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봉사의 시간을 갖겠다는 약속도 비슷합니다.

특히 최양하 회장은 한국의 500대 기업 중에서도 보기가 드문 최장수 CEO’라고 합니다. 최 회장은 25년 동안 한샘을 경영했습니다. 그리고 한샘을 매출 2조원의 최대 인테리어 전문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한샘이라는 기업의 반백년 역사를 만든 장본인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최 회장은 지난 1979년 한샘에 입사했습니다. 한샘에 경력직으로 입사해 공장장, 전무, 사장, 부회장을 거쳐 2010년 회장 자리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무튼 1979년 입사 이후 7년만인 1986년에 부엌가구 부문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습니다. 종합 인테리어 부문도 1997년 사업을 시작해서 5년만에 1위로 등극했습니다.

한샘의 경영실적은 놀라운 기록들의 연속입니다. 한샘의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성장할수록 흑자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지난 2분기까지 73분기 연속흑자 기록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귀한 기록입니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양하 회장은 연임이 결정됩니다. 그러면서 가구 업계 최장수 CEO’에 등극을 합니다. 최 회장은 위기의 사나이로 불립니다. 1997IMF 외환위기 당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하지만 그는 당시만 해도 부엌 가구 업체였던 한샘을 종합가구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변신이 외환위기를 벗어나는 발판이 됐습니다. 2014년 역시 위기였습니다. 글로벌 가구공룡인 이케아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죠. 모두가 한샘의 위기를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한샘은 차별화 전략을 발휘하며 되려 매출 급성장의 신호탄을 쏘아올립니다.

한샘의 현재 DNA의 기원은 최 회장이 1994년 대표이사 전무 자리에 오를 때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그는 한샘을 가구가 아닌 공간을 파는 회사라는 새로운 공식을 꺼냅니다. 기존에 소파, 옷장 등 상품을 구분해 팔던 고정관념을 깨고 안방, 거실 등 거주 공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겁니다. 그러면서 탄생한 것이 플래그숍입니다. 지금이야 플래그숍이 흔하지만 당시에 한샘이 국내 최초로 도입해, 가구가 아닌 인테리어 중심의 대리점을 꾸미기 시작해 큰 호응을 얻게 됩니다.

공간을 파는 회사에서 한 발짝 도약한 도전이 홈인테리어 패키지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최 회장은 한샘을 유통회사로 전환합니다. 전문시공 서비스를 같이 운영하면서 실적을 쌓아올립니다. 이때의 결정이 추후 2014년 이케아의 한국 진출 때 한샘의 매출을 늘리는 발판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홈인테리어 1등 기업의 모티브는 역발상에서 나온 겁니다. 다른 경쟁사들이 모두 온라인 판매를 통한 원가와 비용을 절감하려고 외칠 때 한샘은 반대편 길로 걸었습니다. 영업과 시공 사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고객에게 한샘 브랜드가 주는 감동을 경쟁력으로 만든 겁니다.

최양하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는 사람은 2명입니다. 강승수 부회장입니다. 재무를 맡아온 이영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략기획실을 총괄 지휘합니다. 최양하 회장은 올해가 70세가 되는 해입니다.

흔히 70세를 고희(古稀)라고 합니다.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는 상징적인 한샘의 고문 자리로 물러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그간 노하우를 기반으로 후배 양성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합니다. 샐러리맨 신화에서 장수CEO를 거쳐 최양하 회장은 새로운 신화의 첫 페이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 장은정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레이션 신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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